[위클리 건강] '얼굴이 감전된 듯' 삼차신경통…"겨울에 더 위험"

김길원 2024. 1.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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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통으로 오인 치료하는 경우도…"갑작스러운 얼굴 통증 땐 정확한 진단부터"
삼차신경통 뇌혈관(빨간색)이 삼차신경(노란색)을 압박하고 있는 뇌 영상 모습.[가천대 길병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우리 몸속 신경계는 몸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말초신경을 통해 신체 안팎의 자극을 감지하고, 이를 뇌가 인지하도록 돕는 것 역시 신경계의 몫이다. 만일 이 신경이 압박받거나 손상될 경우, 일상적인 활동에서도 통증 신호가 발생하게 된다. 이 통증이 우리가 흔히 아는 신경통이다.

신경통은 얼굴에서도 발생한다. 전체적인 얼굴의 움직임은 안면신경이 담당하지만, 감각과 통증을 전달하는 건 12개의 뇌신경 중 5번째인 '삼차신경'의 역할이다. 삼차신경은 신경이 세 개의 가닥으로 분리됐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각각 이마와 눈 주위(안신경), 광대뼈 주변(상악신경), 턱 주변(하악신경)을 담당한다.

이 삼차신경에 이상이 생겨 얼굴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게 바로 '삼차신경통'이다.

삼차신경통이 발생하는 건 대부분 삼차신경이 동맥, 정맥 등의 뇌혈관에 의해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드물게는 뇌종양이나 뇌동맥류 등의 질환으로 발생한 신경 손상이 삼차신경통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얼굴 오른쪽 부위에 발생이 더 많고, 계절로는 요즘과 같은 겨울철에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다. 감각신경이 차가운 자극을 감지하고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탓이다.

통증은 수초에서 수 분간 일어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게 특징이다. 환자들은 흔히 '얼굴이 칼에 베이는 듯하다', '얼굴이 감전된 듯하다', '출산의 고통과 맞먹는다' 등 참기 힘든 통증으로 표현한다. 이 질환은 국내에서 매년 인구 10만 명당 4∼5명꼴로 발생하는데, 중년층과 여성에서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삼차신경통은 턱과 입 주변에서 감각과 씹는 기능을 관장하는 아래턱 신경에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이를 치통으로 오인해 신경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도 있는 만큼, 치과 치료 후에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삼차신경통을 의심해봐야 한다.

일단 삼차신경통이 발생하면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이어져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기 쉽다. 심한 경우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일정치 않은 양상의 통증을 겪기도 한다. 또 자연히 완치되는 경우가 드물고, 통증이 사라져도 원인 질환이 남아있을 수 있다.

삼차신경통 [강남베드로병원 제공]

따라서 증상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빠른 진단과 적절한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만약 삼차신경통이 의심된다면 뇌혈관과 뇌신경을 모두 볼 수 있는 뇌 MRA(뇌혈관 자기공명영상) 검사로 신경에 대한 혈관 압박 여부와 종양이나 혈관 기형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

강남베드로병원 윤강준 대표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삼차신경통의 원인 자체가 신경의 이상은 아니지만, 압박받는 과정이 계속되면 신경 손상이 일어날 위험이 높아 정밀한 진단 및 초기 치료의 중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이어 "특정 질환에 의한 삼차신경통이라면 원인이 되는 질환 치료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정확한 원인을 파악한 후 적절한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차신경통은 일차적으로 진통제와 항경련제 등 약물을 이용한 보존적 치료가 권고된다. 다만 통증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거나 재발이 잦고, 장기간의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 등에는 수술요법인 '미세혈관감압술'을 고려하는 게 일반적이다.

미세혈관감압술은 신경과 이를 압박하는 혈관을 분리해 통증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치료법이다. 귀 뒷부분을 4∼5㎝가량 절개하고, 문제가 되는 신경과 혈관을 분리한 뒤 완충제 역할을 하는 물질(테프론)을 삽입해 혈관 박동 전달을 막는 방식이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박광우 교수는 "삼차신경통 환자는 양치질이나 식사 등의 일상생활에서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며 "약물 치료가 우선되지만, 통증이 오래 지속되면 수술이 필요한 만큼 숙련된 의료진을 찾아 상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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