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 포기하고 품은 지올리토, 무너진 보스턴 로테이션의 ‘해답’ 될까[슬로우볼]

안형준 2024. 1. 6.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안형준 기자]

지올리토는 보스턴이 찾던 '해답'이 될 수 있을까.

보스턴 레드삭스는 1월 4일(한국시간) 선발투수 루카스 지올리토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2년 3,850만 달러 규모. 12월 말 계약에 합의한 양측은 이날 모든 절차를 마치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 영입전에 뛰어들었지만 영입에 실패한 보스턴은 최대어급 선수들 대신 준척급 지올리토 쪽으로 선회했다. 뉴욕 메츠도 지올리토 영입에 관심이 있었지만 지올리토의 손을 잡은 팀은 보스턴이었다.

2023시즌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유일한 4할대 승률 팀이었던 보스턴은 특히 선발진에 고민이 컸다. 지난해 보스턴의 팀 평균자책점은 4.52. 선발 평균자책점은 4.68로 더 높았다.

실상은 수치 이상으로 더 심각했다. 지난해 보스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풀타임 첫 시즌을 치른 데뷔 2년차 24세 우완 브라이언 베요. 베요는 28경기 157이닝을 투구하며 12승 11패,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했다. 지난해 보스턴에서 10승을 달성한 투수, 130이닝 이상을 투구한 투수는 베요와 선발과 불펜을 오간 닉 피베타(38G 16GS, 142.2IP, 10-9, ERA 4.04) 단 두 명 밖에 없었다.

데뷔 2년차이자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 24세 투수,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한 투수를 '에이스'라고 부를 수 밖에 없었던 보스턴은 시장에서 건강한 투수를 물색했다. 그리고 지난해 184.1이닝을 던진 '건강한 투수' 지올리토를 선택했다.

2016시즌 데뷔해 2018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풀타임 빅리그 선발투수가 된 지올리토는 2018-2023시즌 6년 동안 947이닝을 투구했다. 이는 해당기간 메이저리그 전체 8위의 기록이다. 2022시즌에도 규정이닝을 던진 투수가 단 한 명(피베타) 뿐이었던 보스턴 입장에서는 절실한 '로테이션을 건강히 지켜줄 수 있는 투수'다.

하지만 불안요소도 크다. 지올리토는 꾸준히 건강했지만 성적까지 꾸준했던 것은 아니다. 드래프트 1라운더(2012년 전체 16순위 WSH 지명) 출신 특급 기대주로 에이스급 활약을 펼친 경험이 있지만 최근은 아니었다.

지올리토는 풀타임 첫 시즌이던 2018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32경기(173.1IP) 10승, 평균자책점 6.13을 기록했다. 풀타임 첫 해 부침을 겪었지만 경험을 쌓은 지올리토는 2019시즌 29경기에서 완투 3번을 포함해 176.2이닝을 투구하며 14승, 평균자책점 3.41을 기록했고 올스타 선정과 함께 사이영상 투표 6위에 올랐다. 단축시즌과 2021시즌까지 3년 연속 규정이닝 이상을 투구한 것은 물론 3점대 중반의 평균자책점도 유지한 지올리토는 3년 연속 사이영상 투표에서 득표에 성공하며 화이트삭스 에이스로 활약했다.

해당 3시즌 동안 72경기 427.2이닝을 투구하며 29승 21패,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한 지올리토는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2022시즌 규정이닝에 아웃카운트 1개가 부족한 161.2이닝을 투구하며 11승 9패, 평균자책점 4.90을 기록해 성적이 뚝 떨어졌고 지난해에도 33경기 184.1이닝을 투구했지만 8승 15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전 3시즌과 최근 2시즌의 지올리토는 분명 달랐다.

물론 2019-2021시즌의 활약이 계속됐다면 보스턴이 지올리토를 2년 3,850만 달러 정도 규모의 계약으로 품을 수는 없었다. 최근 2년의 부진 탓에 지올리토는 FA 시장에서 '대어급'이 아닌 '준척급' 선수로 등급이 떨어졌다.

보스턴은 아직 29세인 지올리토가 좋았던 시즌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특급 기대주 출신의 잠재력과 건강한 몸, 아직 아주 많지는 않은 나이 등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지올리토는 가장 좋았던 시기에조차 압도적인 투수는 아니었다. 리그 평균보다 땅볼유도는 적고 뜬공은 많은 '뜬공 투수'로서 피홈런이 많고 제구도 들쭉날쭉하다. 패스트볼 구속도 평균 시속 92-94마일 정도로 아주 빠른 편이 아니며 강한 타구도 많이 허용하는 투수다. 2019-2020시즌 탈삼진 능력이 돋보였던 것을 제외하면 리그 평균을 확실하게 웃도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거의 없다. 여기에 곧 '30대'에 접어드는 것도 불안요소다.

보스턴의 선택이 주목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보스턴이 크리스 세일을 트레이드하고 그 자리를 지올리토로 채웠기 때문이다. 세일은 엄청난 20대를 보냈지만 30대에 접어들며 건강을 잃고 추락한 '왕년의 특급 에이스'. 7년 연속 올스타 선정의 마지막 해였던 2018시즌을 끝으로 팀 기여도가 뚝 떨어졌다.

하지만 유망주를 내주고 세일을 영입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세일과 2년 3,800만 달러 계약을 새로 맺었다. 보스턴이 지올리토에게 준 계약과 비슷한 규모다. 물론 세일의 계약에는 보스턴이 함께 보낸 연봉 보조금이 포함돼 애틀랜타의 실제 지출은 이보다 적지만 어쨌든 두 투수가 맺은 계약의 가치는 거의 비슷하다.

세일은 압도적인 에이스였던 전성기가 지나 부상에 허덕이는 중에도 성적보다는 건강이 문제인 투수였다.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면 전성기 만큼은 아니라도 충분히 위협적인 활약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가능했다. 매년 리그 평균 이상의 공을 던졌고 2023시즌에도 기대지표는 충분히 좋았다.

물론 이를 보스턴은 몰랐고 애틀랜타만 안 것은 아니다. 보스턴은 더 건강하게 로테이션을 지켜줄 투수가 필요했고 이미 전성기가 지났음은 확실한 30대 중반의 세일보다는 20대 초반의 내야 기대주 본 그리섬이 팀의 미래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거액을 투자한 트레버 스토리의 실패와 함께 2년 연속 지구 최하위에 그친 보스턴은 올해는 달라지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과연 지올리토를 품은 보스턴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주목된다.(자료사진=루카스 지올리토)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