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에 불만 많던 중개업자… ‘생활고’가 이재명 피습으로 폭발했나

전유진 2024. 1. 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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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피습 피의자 동기에 수사 초점]
주변인에 부동산 정책 불만 자주 토로
범행 때 소지한 문서에도 비슷한 내용
'왜곡 신념+극단 정치' 결합 산물일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피의자 김모씨가 4일 오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현직 공인중개사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습격 피의자 김모(67)씨가 범행 전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을 주변에 강력하게 토로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그가 경찰에 체포될 때 품었던 문서에서도 역시 부동산 정책 관련 불만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부동산중개소 포화(경쟁 심화)와 거래 절벽 탓에 수입이 급감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는데, 경찰은 이런 이유가 범행으로 이어졌는지를 포함해 김씨의 범행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다.

5일 한국일보가 김씨의 지인들을 통해 들은 내용을 종합하면, 그는 평소 지인들에게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을 자주 털어놓았다. 지인 A씨는 본보 인터뷰에서 "김씨가 사무실에서 집값이 떨어졌다는 뉴스를 보며 흥분한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영업을 하는 공인중개사 B씨 역시 "사무실에서 뉴스를 틀어두는 김씨가 부동산 경기가 어렵고 일자리도 없어진다는 방송을 보며 '요즘 참 큰일'이라며 연신 불만을 표했다"고 전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은 그가 직접 작성한 문건에서도 발견됐다. 그는 2일 범행 후 경찰에 체포될 때 '남기는 말'이라는 제목이 달린 8쪽 분량의 자술서를 들고 있었다. 여기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 대북외교나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민주당이 이재명 살리기에 올인하는 형국'이라는 취지의 성토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글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면서도 "김씨가 경찰에 한 진술과 글의 내용은 대체로 일치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김모씨가 운영하는 충남 아산 부동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물품을 들고 나서고 있다. 경찰은 이날 김씨의 주거지와 부동산 사무실에 대해 동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뉴스1

실제 김씨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7, 2018년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보인다. 당초 김씨는 충남 아산 내 다른 건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다가, 100만~110만 원에 달하는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이때쯤 인근 건물로 사무실을 옮겼다. 건물 관리를 본인이 감당하는 대신 월세를 50만 원으로 줄이는 조건이었다. 그래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그는 임대료를 연체했고, 최근까지 미납액이 5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부동산 건물의 임대인 C씨는 "경기도 안 좋고 코로나도 겹치니까 부동산이 잘 안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씨가 처음 사업을 시작한 2005년과 달리 인근 중개소가 50~60개까지 늘어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됐다는 점도 그를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아파트 가격이 계속 상승했고 2020년까지는 중개업소 매출의 원천인 전국 아파트 거래량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가 △중개업소 경쟁 과잉 △신규 경쟁자의 공격적 영업 △중개업계의 업황 변화 등 비정책적 변수에서 온 어려움을 정책의 탓으로 치부했을 개연성은 있다.

현재 그의 범행동기가 명백하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김씨가 처한 상황과 이에 대한 불만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문제의 원인을 특정 정책과 인물에게 투사해, 관련 대상에 대한 공격으로까지 나아갔다는 것이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일시적 분노에 그치는 대다수 사람과 달리 김씨처럼 실제로 범행을 저지르는 이들은 내면에서 원한을 키워 반드시 보복하겠다고 결심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범행 대상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선 "유명 인사를 공격함으로써 자기 분노를 효과적으로 표출할 수 있다고 보는 범죄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본보가 접촉한 주변 지인들은 "김씨는 매우 과묵했고 정갈하게 옷을 갖춰 입었던 사람"이라며 이번 범행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점잖은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 이들 중에 주변에 고민을 잘 털어놓지 않고 내면에서 분노를 키우는 경우도 있다"며 "극단을 향해 가는 정치문화와 김씨의 왜곡된 신념이 결합해 이 같은 범죄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남긴 문건, 김씨에 대한 조사, 압수물 및 주변인 조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을 포함한 범행 동기 전반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신병력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조사에 잘 응하는 상태"라며 "아직은 본인의 진술 진위 여부를 계속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아산= 전유진 기자 xxjinq@hankookilbo.com
아산= 윤형권 기자 yhknew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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