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동산 영끌의 역습

김참 부동산부장 2024. 1. 6.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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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본 가장 황당한 경제뉴스는 중국의 부동산 부양 정책이다. 현재 중국은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지자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온갖 부양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중 눈을 의심케 한 부분은 랴오닝성 성도(省都) 선양에서 대학과 실업계 고등학교 재학생들이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당 200위안(약 3만7000원)의 주택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한 대책이다. 주택 구매 시 취득세 전액 지원은 덤이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자고, 소득이 없는 학생들에게 집을 사라는 무책임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뉴스를 읽다보니 문득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웅덩이에 손을 넣고 놀다 보면 흙탕물이 뿌옇게 올라온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말은 없는 것 같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과 악성 미분양 증가, 거래량 감소, 전세가격 상승 등 언제 뇌관이 터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한정적이다. 단기적으로는 급한 PF 부실을 막기 위해 당국 차원에서 긴급 자금 수혈을 하거나, 고통을 분담하자며 채권단의 팔을 비틀어 한 고비 넘기는 방법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미분양이 소진되고, 아파트 가격이 안정돼야 부실 PF 사업장들도 정상 궤도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안정화 방안은 크게 공급대책과 금융대책 두 가지가 있다. 빠른 효과를 보기 위해선 시간이 걸리는 공급 대책보다는 수요를 자극하는 금융 대책이 활용된다. 실제 지난해 연초부터 부동산 시장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정부는 청년들의 힘(?)을 빌려 한 차례 고비를 넘겼다. 당시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9억원 이하 주택에 연 4%대의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주자 청년들이 매수세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이 잠시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20대와 30대 청년들이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1년간 낸 빚은 133조8093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75조4604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고, 8조4888억원의 신용대출이 더해졌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 국면에서 최대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영끌족(최대한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 중에 청년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의미다.

이번에도 정부가 믿을 것은 청년뿐인 듯 싶다. 이달말부터 신생아특례대출이 시행된다. 주택 구매자금을 연 1.6~3.3%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또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청약 당첨 시 분양가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청년주택드림대출’에 최대 3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온라인 상에서 정부 발표 이후 결혼을 서두르거나 가족 계획을 앞당기는 등 내집 마련을 하겠다는 청년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자칫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는 청년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영끌의 역습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영끌’이란 단어는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18년부터 신문지상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청년들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5년 고정금리 기간이 끝나고, 변동금리로 바뀌게 된다. 금리 인상으로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 상환액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한국은행은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 비율이 40%를 초과하면 고위험가구로 분류한다.

지난 2022년 정부에서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를 내놨는데, 이 과정에서 빚 탕감 논란이 일었다. 당시 저금리 환경에서 돈을 빌려 주식, 가상자산, 부동산 등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청년들에게 세금을 들여 구제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들끓었다.

시대가 흐르면서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도 한 번의 실패 혹은 실수도 너그럽게 넘어가지 못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즉 한 번 실패하면 청년 역시 재기할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이번에 만들어지는 1.6~3.3% 금리의 신생아특례대출 역시 구조는 5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아마도 5년 뒤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시점에는 높은 확률로 1.6~3.3%의 금리보다는 올라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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