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한동훈 비대위’가 총선 특효약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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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후보 지지 1위 오른 한동훈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 앞세워
정부 견제론, 특검 찬성 여론 부담
이준석 “윤석열 키즈 벗어나야”
」
한 위원장은 윤석열 대 이재명 대결이 아닌,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를 원할 것이다. 정권심판론을 희석하고 30%대 지지율에 갇혀있는 ‘윤석열 리스크’를 걷어내야 한 위원장에게도, 국민의힘에도 승산이 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부각한 게 패착이다. 아젠다 세팅에서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지 못하면서 되레 야당의 ‘아바타’ 공세만 더 부각시켜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586 정치 청산에 대한 시중 여론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특정 세력을 청산하기 위해 정치한다는 발상은, 검사의 직업윤리로썬 훌륭할지 모르나 사회 통합을 통해 국민적 역량과 에너지를 극대화해야 할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아닐 것이다. 야당 비난에 앞서 새정치에 대한 비전과 꿈을 제시하는 게 그토록 혐오해온 ‘여의도 정치’와 차별화되는 ‘X세대 정치’ 아닐까.
한동훈 비대위는 국민에게 실망과 피로감을 끼친 데 대한 반성도, 사과도, 이렇다 할 청사진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2011년의 ‘박근혜 비대위’가 당명과 색깔을 바꾸고, 김종인의 경제 민주화를 수용하고 20대 이준석을 영입하는 등 “뼛속까지 바꾸겠다”는 말을 실천해 총선 승리를 이끌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사실 집권 2년도 안된 여당이 비대위 체제로 총선을 치르게 된 것부터 정상은 아니다. 윤핵관의 오만, 이준석-김기현-인요한 지도부의 볼썽사나운 다툼, 최근의 부산 엑스포 사태에 이르기까지 독선과 독주의 리더십과 수직적 당정 관계가 낳은 재앙이다. 그런데도 성찰도 반성도 찾아볼 수 없다. 기껏 “상대가 초현실적인 민주당인데 왜 국민의힘이 압도하지 못하는지 반성하자”거나 “국민들에게 정말 달라지겠다고 약속드리자”는 정도가 반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겠으나 이조차도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 논란은 총선 판도는 물론 한 위원장의 정치 생명과도 직결되는 뇌관이다. 예상대로 윤 대통령은 어제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야 대치는 더 격렬해질 참이다. 정부 여당이 특검법을 반대하는 건, 논리적으론 맞다. ▶총선을 노린 여론조작 ▶여야 합의 관례를 무시한 야당 단독 처리 ▶관련자들의 인권 유린 소지 등 문제가 수두룩하다. 문제는 거부권 행사 반대 여론이 60~70%에 육박할 만큼 민심이 싸늘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는 그때 그때 국민들 앞에서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만 해도 여태 “답변하지 않겠다”며 뭉개고 있지 않은가.
한 위원장의 책임이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그가 윤 대통령 내외와 친분이 각별한데다 주무부처 장관을 지냈기 때문이다. 특별감찰관이든 뭐든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일을 막을 수도 있었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수락 직후 ‘총선후 특검’을 내비친 적이 있지만 웬일인지 그 후론 말을 아끼고 있다. 그가 내심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여당의 선거 총사령탑으로서 60~70%의 반대 여론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 위원장의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일 테다. 신당 창당을 선언한 이준석 전 대표의 훈수에 해답이 있을지 모르겠다. “한동훈은 윤석열 키즈고, 나는 박근혜 키즈지만 이를 넘어섰다. 한 장관도 윤석열 키즈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정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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