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공전하던 특별감찰관, 與野가 추천 땐 바로 지명

박국희 기자 2024. 1. 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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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감찰관과 제2부속실은?
2016년 7월 26일 서울 청진동 특별감찰관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조선일보DB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이른바 ‘쌍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후 대통령실은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설치 카드를 꺼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가족 및 측근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과 관련, “여야가 합의해 추천하면 지명할 것”이라고 했고, 김건희 여사 업무를 전담하는 제2부속실에 대해선 “국민 대다수가 설치를 원하면 검토하겠다”고 했다. 특별감찰관과 제2부속실이 무엇이고, 각종 논란의 해법이 될 수 있는지, 그 한계는 무엇인지를 알아봤다.

그래픽=송윤혜

특별감찰관, 박근혜 정부때 대통령 친인척·측근 수백명 감찰

◇특별감찰관제란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야당이던 민주당 주도로 도입됐다. 당시 민주당 박범계 의원 등은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며 특별감찰관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법안은 직무상 독립성이 보장되는 특별감찰관을 국회가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이다. 특별감찰관은 1명의 특별감찰관보와 10명 이내의 감찰담당관을 둔다. 감찰 대상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대통령 4촌 이내의 친족, 대통령 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이다. 감찰 범위는 인사 관련 등 부정 청탁, 금품 수수, 공금 횡령 및 유용, 공기업 및 공직 유관 단체와의 수의(차명) 계약 등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조선일보 DB

◇역할과 한계는

대통령 측근 감찰에 보다 특화된 독립적인 특별감찰관이 임명되면 대통령 주변에 대한 감시 시스템이 이중·삼중으로 촘촘해질 수 있다.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현행법상 특별감찰관을 두기로 돼 있으면 임명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한테 면목도 선다”고 했다.

올해로 제도 도입 10년이 됐지만 지금까지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했던 초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유일하다. 이 전 감찰관은 당시 수백 명의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을 감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감찰관은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 결과 유출 논란으로 2016년 9월 사퇴했다. 이 감찰관은 2018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감찰관 사퇴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고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5년 내내 특별감찰관을 공석으로 뒀다. 당시 청와대는 2021년 민주당 주도로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도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을 수사할 수 있어 특별감찰관 기능과 중복된다는 표면적 이유를 댔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의 존재를 문 대통령이 껄끄러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왜 지금도 공석인가

문재인 정권과 차별화를 꾀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임명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국회에서 후보자 추천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계속 이 자리를 공석으로 두고 있다. 민주당은 자신들도 문재인 정권 5년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 윤석열 정부가 특별감찰관을 방치하는 정권이라는 공격을 하기 위해 일부러 공석으로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꺼리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동시에 하자는 입장이지만, 실제는 대통령실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비판도 계속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특별감찰관을 두는 것이 정치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 없다는 이해관계의 일치가 있었다”고 했다.

제2부속실, 김정숙 여사 옷값·인도 방문 등 논란 중심 서기도

◇제2부속실이란

대통령실이 5일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제2부속실은 대통령 배우자의 일정, 행사 기획, 메시지, 의상 등 활동 전반을 보좌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캠페인 때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다. 대통령실 규모를 줄여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고 대통령 부인 활동을 둘러싼 잡음도 없애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김건희 여사가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기자회견을 열어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하면서 제2부속실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집권 후 제2부속실을 없애고, 대통령 비서 업무를 수행하는 부속실만 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2부속실 설치는 대통령이 선거 기간 공약으로 설치하지 않겠다고 해서 지금까지 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법’ 정국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보좌 대책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을 반영해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역할과 규모

윤 대통령 취임 후 제2부속실 설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김 여사가 해외 순방 동행이나 국내 행사 참석 등 불가피하게 수행할 수밖에 없는 공적 활동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부속실에서 김 여사를 보좌하는 4~5명 규모의 별도 ‘배우자팀’을 구성해 여사 업무를 보좌해 왔다. 집권 초기에는 행정관급 2명이 관련 업무를 맡았다가, 점차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도 부속실에 김 여사 활동을 담당하는 직원이 있지만, 제2부속실 설치는 좀 더 체계적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활동을 보좌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제2부속실이 설치되면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제2부속실장(1급 비서관)을 포함해 5~10명 규모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부인과 관련한 일을 보다 공적인 영역에서 처리가 가능하고, 관련 예산이 별도로 책정되면서 투명성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제2부속실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때인 1972년이다. 원래는 대통령 부속실에서 배우자 업무를 같이했다가 육영수 여사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1·2부속실로 분리됐다.

◇감시엔 한계

하지만 제2부속실 역할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데다, 감시 기능 등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역대 정부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배우자가 없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소외 계층을 위한 민원 창구로 활용하겠다”며 제2부속실을 유지했지만, 당시 안봉근 제2부속실장의 인사 개입 등 월권 논란이 제기됐다. 제2부속실이 정확한 업무가 정해지지 않은 채, 각종 청와대 업무에 관여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제2부속실은 2015년 폐지됐다.

문재인 정부는 제2부속실을 다시 살려 운영했다. 하지만 김정숙 여사와 오랜 단골 관계였던 의상 디자이너의 딸이 제2부속실에서 근무한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됐다. 김정숙 여사의 의상 비용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청와대는 관련 의전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김 여사는 2018년 문 대통령 없이 인도를 단독 방문하기도 했다. 제2부속실이 오히려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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