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다 없애면 우린 어떻게 살라고…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4. 1. 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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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헌의 What’s up 뉴욕]
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시 관계자들(사진 왼쪽)이 브루클린 브리지 난간에 ‘다리 위에서 노점상을 하면 불법입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달고 있다. 노점상이 늘어 행인들 통행이 지장을 받자 뉴욕시는 이날부터 노점상 영업을 금지했다. /윤주헌 특파원

지난 3일(현지 시각) 오전 9시 30분 미국 뉴욕 맨해튼 남동쪽 브루클린 브리지. 조깅이나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과 주변 경관을 찍는 관광객들이 다리 위를 지나가는 가운데, 다리 양쪽 난간에 영어·스페인어·중국어로 쓴 새로운 안내문이 펄럭이고 있었다. ‘다리 위에서 노점상을 하면 불법입니다.’ 이날 아침부터 이 일대는 노점을 단속하기 위한 경찰 4~5명이 순찰을 돌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쪽에는 장사를 접게 된 중남미 등 출신 이민자 여성 10여 명이 싸늘한 강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브루클린 브리지는 맨해튼과 브루클린 자치구 사이 이스트강을 건널 수 있는 뉴욕의 대표적 관광 명소다. 하루 약 12만대 차량과 3만명 이상이 지난다. 이곳은 최근 다리를 가득 메운 노점들로 몸살을 앓았다. 파는 물건은 티셔츠, 모자를 비롯한 잡다한 기념품과 컵과일, 추러스, 칵테일 등 각종 먹을거리다. 360도 회전하는 사진 기계도 갖다 놓았다. 진입로 입구부터 ‘사람 반 노점 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다리 통행로는 가장 폭이 넓은 곳이 5m에 불과해 노점들 때문에 행인들이 종종 게걸음을 걸어야 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길거리에 나앉은 사람이 늘어난 데다, 최근 중남미 등지에서 몰려든 이민자들이 더해지면서 급기야 관광지까지 노점에 점령당한 것이다. 특히 뉴욕시가 “이건 우리가 알던 뉴욕의 상징이 아니다”라면서 지난 3일부터 브루클린 브리지 위에서 노점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실제 이날 0시 뉴욕 경찰들이 다리 위로 올라가 장사하던 노점상들을 몰아냈다. 10곳이 넘는 노점들은 “지금 당장 떠나라”는 지시에 노점 테이블을 접었다. 노점을 하던 야마라 사르가토는 폭스뉴스에 “돈을 벌어 3명의 아이를 대학에 보내야 하는데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호소했다. 반면 시민들은 노점 철거를 반기는 분위기다.

노점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브루클린 방향으로 다리를 건너 계단을 내려가 유명 관광지 ‘덤보’ 지역으로 접어드니 길을 따라 다시 노점들이 펼쳐졌다. 도시로 유입된 사람에게는 일거리가 필요하고, 법과 행정력이 전부 다 처벌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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