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쌍특검, 총선용 여론 조작 법안” 野 “가족 방탄용 거부권 행사”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5일 ‘김건희 주가 조작 의혹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을 위해 시급한 법안 처리는 미루면서 민생과 무관한 두 가지 특검 법안을 여야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특검 법안들은 총선용 여론 조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의결되자마자 이를 즉각 재가한 것은 이 법안들이 여러 독소 조항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법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무회의 개회로부터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안을 재가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36분.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이 여론을 조작해 총선 구도를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밀어붙인 위헌적 법률이란 점이 분명하기에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이관섭 실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브리핑에 나서 쌍특검 법안의 위헌성과 독소 조항 문제점을 비판했다. 이 실장은 “다수당 횡포를 막기 위해 항상 여야 합의로 처리해 오던 헌법 관례를 무시했고, 재판 중인 사건 관련자들을 이중으로 과잉 수사해 인권 유린이 우려되며, 총선 기간에 친야 성향 특검이 허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에 대해서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이 목적”이라고 했다.
이번 특검법은, 특검 추천을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만 할 수 있게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결국 야당에 편향된 인사만이 특검을 할 수 있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생명인 특검 취지에 어긋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관련 주가 조작 의혹 특검의 경우 이중·중복·과잉 수사로 헌법과 형사법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은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결혼하기 전인 12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문재인 정부 때 검찰이 2년간 수사해 혐의자들을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 김 여사에 대해선 범죄 혐의점을 못 찾아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 했다.
야당에선 윤 대통령이 배우자 관련 특검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해 상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오히려 대장동 몸통으로 지목돼 기소된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주도해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을 일방 처리한 것이 이해 상충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이 실장은 “친야 성향의 특검이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훼방하고 이 대표에 대한 수사 결과를 뒤집기 위한 진술 번복 강요, 이중 수사, 수사 검사에 대한 망신 주기 조사, 물타기 여론 공작을 할 것도 뻔히 예상된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금 진행되는 것(이재명 대표 재판)을 중지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야 4당은 국회에서 규탄 대회를 열고 “김 여사 방탄 거부권”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특검을 기피하는 자가 범인이다’라고 하지 않았냐”며 “내로남불에 불공정 끝판왕”이라고 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규탄대회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도 본인과 가족을 위한 특검이나 검찰 수사를 거부한 사람은 없었다”며 “윤 대통령이 첫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했지만 범죄 혐의를 찾지 못했다는 정부·여당의 지적에 대해 “그때 검찰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유화된 검찰 권력이었다. 제대로 된 수사를 했다고 할 수 있나”라고 했다. 정의당 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해서 문제냐”며 “작은 소수 정당은 밟아도 된다는 차별과 혐오로 얼룩진 정권인가”라고 했다.
야 4당은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특검법을 재의에 부쳐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했다. 야당들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민주당 안에선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는 탄핵 사유라는 주장도 나왔다. 공익이 아닌 윤 대통령의 가족을 위한 거부권이어서 위헌적 권한 행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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