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언론 탓 하는 美 대통령
“이보세요. 똑바로 보도하세요.”
최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경제 전망을 묻는 백악관 출입 기자에게 느닷없이 쏘아붙였다. 국내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데도 언론들이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몇 달 전에도 바이든은 미국의 경제 상황을 다루는 언론 기사들이 지나치게 부정적이라며 불평을 쏟아냈었다. “TV엔 호수에 빠진 개를 구한 소년의 이야기는 보도가 안 됩니다. 누군가 개를 호수에 빠뜨렸다는 내용만 나오죠.”
그의 ‘언론 탓’은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실업률이 사상 최저치에 근접했다. 인플레가 눈에 띄게 하락했고, 미국인들의 학자금 대출 부채도 줄었다. 그런데도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다. 특히 경제 정책을 잘하고 있다는 비율은 30%도 안 된다. 이 상황을 바이든과 참모진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끝내 찾은 원인이 ‘현실을 왜곡하는 언론’이다.
그러나 이들은 성과로 내세우는 ‘수치’들의 이면은 애써 보려 하지 않는 듯하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증가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물가가 뛰어올라 실질소득은 하락했다. 주택 가격, 대출 이자율이 급등해 젊은 층이 집을 사는 게 어려워졌다. 민주당이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여겼던 청년층, 흑인·히스패닉 유권자들이 “트럼프 때가 먹고 살기 나았다”며 등 돌리는 원인이다.
최근 미 법무부는 작년 범죄율이 전국적으로 감소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공화당은 범죄율이 급등했다고 호들갑 떨었지만 현실과 달랐다” “미국은 더 안전해졌다”는 당국자 발언이 이어졌다. 재작년과 비교해 작년 상당수 대도시에서 살인율 등이 감소하긴 했다. 그러나 바이든 집권 직후 미 전역에서 살인율이 두 자릿수 급등한 탓이 크다. 트럼프 재임 시기인 2019년과 비교하면 작년 살인율은 오히려 늘었다. 워싱턴DC, 멤피스, 댈러스 등 ‘범죄 관용’ 정책을 시행했던 민주당 강세 도시들의 범죄율은 1년 새 30% 가까이 급등했다. 이에 대해선 말이 없다.
법무부의 ‘홍보’는 미국인 77%가 올해 범죄가 증가했다고 느낀다는 여론 조사 발표 직후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의 ‘선택적 현실 인식’이 국민 여론을 외면하는 단계로 진입하는 것 아닌가 우려됐다. 경제 문제를 두고도 워싱턴포스트 등 친(親)민주당 매체들은 ‘언제쯤 미국인들이 (나아진) 경제 상황을 똑바로 인식하게 될까’라며 되레 국민들을 나무라고 있다. 이런 보도들로 참모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것 아닌가.
많이 봐왔던 장면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악화되는 경제 상황에 대한 기사를 쓰면 ‘현실 왜곡’ ‘경제 실패 프레임’ 등의 반응이 돌아오곤 했다. 악화된 지표는 빼고 유리한 지표들만 짜깁기해 선전했다. 기존 정책이 무조건 옳다는 정권의 아집은 ‘통계 조작’으로 이어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전철을 밟는다면, 11월 대선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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