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36] 행복의 의미
왜 사냐고 물으면 행복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행복이 뭐냐고 물으면 건강에서 경제적 자유까지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답이 나온다. 이럴 때 유용한 건 대조군, 즉 행복의 반대인 불행과 후회가 무엇이냐를 살펴보는 것이다. 어둠을 알기 위해 빛을 연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가장 대중적인 건 ‘죽기 전 사람들이 제일 후회하는 것’의 리스트다. 리스트는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이렇다. 첫째, 삶의 많은 부분을 너무 일만 한 것. 둘째, 가족,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않은 것. 셋째, 걱정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쓴 것.
우리는 대개 성공한 커리어와 풍족한 돈을 행복이라고 믿지만 다양한 행복 연구에서 밝힌 행복의 핵심에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돈 역시 일정 수준을 넘으면 행복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혀졌다. 큰 프로젝트나 일을 끝내면 “이게 다인가?”라는 공허감이 밀려오거나, 가지고자 그토록 노력했던 걸 가지고 보니 자신이 원하던 것이 아닌 경우도 있다. 만약 가족을 위해 일에 집중하고 마침내 고급 아파트에 입주했는데 일하는 과정 중 생긴 무심한 상처들 때문에 그 큰 집에 나만 홀로 남는다면 행복할까. 함께 눈 맞추고 기뻐할 사람이 없다면 그곳에 행복은 없다. 행복의 관점에서 결과보다 중요한 건 행복에 이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뒤집기나 걸음마, 응가를 할 때, 주먹을 꽉 쥔 채 힘을 주느라 목덜미까지 새빨개지는 아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기의 몸은 또 얼마나 유연한지, 수월하게 물에 뜨고 빠르게 언어를 익힌다. 아기는 언제 힘을 주고, 언제 빼야 하는지 아는 천재처럼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오직 현재에 몰입한다. 이것이 아기가 그토록 충만한 삶을 사는 비밀이다. 피카소가 라파엘로처럼 그리는 데 4년이 걸렸지만 아이처럼 그리는 데는 평생이 걸렸다고 말한 이유도 그런 게 아닐까. 아기의 인중이 ‘쉿!’ 삶의 비밀을 발설하지 말라는 신의 손가락 자국이라는 말은 내게 늘 행복에 대한 아름다운 은유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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