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사상 최대 12% ‘깜짝’ 수익률... 국민연금, 효자종목 분석해보니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기금 운용으로 사상 최대인 12% 수익률을 내며 100조원 넘는 수익금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조원은 국민연금 수급자 전체에게 약 3년간 연금을 줄 수 있을 정도의 돈이다.
국민연금은 2022년에 연 -8%대로 역대 최악의 수익률을 보였지만 작년 글로벌 증시 훈풍 덕분에 1년 만에 반전 성과를 올렸다. 특히 지난해 해외 주식에서만 50조원 넘게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률 호조 덕분에 국민연금 순자산도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길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2018년(639조원)과 비교해 5년 만에 순자산이 50%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국민연금은 일본 공적연금(GPIF, 약 1900조원)과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 약 1800조원)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순자산 1000조원을 넘는 연기금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고갈 시기 2년까지도 늦출 수도”
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작년 연간 수익률은 최소 12%대로 관측된다. 정확한 수익률은 오는 3월 최종 집계를 마치고 공개된다. 종전 국민연금 수익률은 2019년(11.31%)이 역대 가장 높았다. 2020년(9.7%)과 2021년(10.77%)에도 양호한 수익률을 유지했지만 2022년(-8.22%)은 글로벌 증시 한파 속에 최악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2022년 국민연금은 일본 공적연금, 노르웨이 국부펀드,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미국 캘퍼스(캘리포니아공무원 연금),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해외 5대 연기금 평균 수익률(-10.55%)에 비해서는 선방했다. 국민연금은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이 40%대로 낮기 때문에 장기 수익률에서는 주식 비중이 높은 해외 연기금에 밀린다. 하지만 이런 자산 배분 특징이 오히려 증시 한파 속에서는 손실을 줄인 일등공신이 됐다.
작년 국민연금이 벌어들인 100조원은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부터 집계한 누적 수익금(550조원 예상)의 5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큰 규모다. 이런 대규모 수익이 이어질 경우 2055년으로 예정된 연금 고갈 시기를 늦출 수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순 계산하면 작년 수익금으로 2년 정도는 국민연금 고갈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30% 차지하는 해외 주식이 효자
국민연금의 깜짝 수익은 주로 주식 투자에서 발생했다. 100조원 가운데 50조원이 해외 주식, 30조원가량이 국내 주식 투자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0월 기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에서 해외 주식은 30%, 국내 주식은 13%를 차지한다. 특히 미국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 지수가 지난해에만 45% 상승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주식 투자 성과는 작년 11~12월에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최근 공시한 작년 10월 말 기준 수익률은 연 환산 시 6.92%에 그쳤다. 당시 수익금은 62조8000억원, 순자산은 968조원 규모였다. 그런데 작년 10월 말 2277.99에 거래를 마쳤던 코스피는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8일 2655.28로 마감해 두 달 만에 377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서도 나스닥 지수가 1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평균이 각각 14%씩 올랐다.
10월 말 연 5%대였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말 연 3%대 후반으로 떨어지며 해외 채권 가격도 상승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한 것도 달러로 투자된 해외 자산 가격을 원화로 환산할 때 유리하도록 작용했다.
◇국민 노후 자금 풍족해지나
그렇다면 국민들의 연금 곳간은 얼마나 풍족해질까. 2022년 기준 한 해 국민연금이 수급자 약 667만명에게 지급한 연금은 34조8208억원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작년 벌어들인 100조원으로 3년간 곳간을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대박’에만 노후를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국민연금 수급액은 가입 기간 등을 따르기 때문에 수익률이 좋다고 개개인의 연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부부가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퇴직급여와 개인형퇴직연금(IRP)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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