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누구에게나 오고 기필코 끝나게 되어있다
이영관 기자 2024. 1. 6. 03:01
겨울을 지나가다
조해진 소설 | 작가정신 | 140쪽 | 1만4000원
추운 겨울, 봄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마음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추위를 온전히 느낄 때 ‘겨울이 지나간다’고 말한다. 췌장암 선고를 받은 어머니의 사별을 극복하는 딸의 이야기. 영상 편집 기사인 ‘나’는 장례를 치른 뒤에도 어머니의 집에 남아 살기로 한다. 회한과 두려움이 남아서다. 일 때문에 어머니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고, 어머니가 없는 미래를 감당할 수 없었다.
‘나’는 어머니를 잊는 대신, 부재를 온몸으로 느낀다. 어머니의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고, 그의 옷을 입고 다닌다. 여전히 어머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음을 깨닫는다. 가게엔 어머니를 기억하는 손님이 오고, 목공소 남자 ‘영준’ 등을 만나 위로받는다. 슬픈 겨울을 지나가며 ‘나’는 비로소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된다. 슬픔의 계절인 줄 알았던 겨울에는 슬픔이 결핍돼 있었다.
2022년 동인문학상을 받은 조해진의 신작. 그는 ‘독자에게 쓰는 편지’에서 당부한다. “겨울은 누구에게나 오고, 기필코 끝날 수밖에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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