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스톤헨지서 원자시계까지… 시간 측정의 역사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2024. 1. 6.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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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하고도 몇 시간 전 우리는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

언제부터 1년 중 '바로 그날'이 1년의 시작이 되었을까? 그 정확한 시작을 관장하는 기준 시계는 누가 관리하며 어떻게 작동할까? 미국 유니언대 물리학 교수인 저자는 인류가 시간을 재고 규칙성을 발견하며 이를 기록해온 오랜 역사를 책에 담아냈다.

1883년 미국 철도회사들이 4개로 나눈 표준시에 합의했고, 이듬해 국제자오선회의에서 영국 그리니치가 경도 0도로, 그곳 시간이 국제 표준시로 합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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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 초기 시간 측정 유적지
철도회사가 성사시킨 표준시 합의… 태양계서 원자로 이동한 초의 기준
기계공학-물리학-철학 아우르며, 시간 측정의 역사 흥미롭게 풀어
◇1초의 탄생/채드 오젤 지음·김동규 옮김/492쪽·2만8000원·21세기북스
아일랜드의 뉴그레인지 유적. 1년 중 동지에만 태앙광선이 돌판 사이의 틈을 가로질러 가운데의 묘실을 비춘다. 문명 초기의 시간 측정장치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닷새하고도 몇 시간 전 우리는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 언제부터 1년 중 ‘바로 그날’이 1년의 시작이 되었을까? 그 정확한 시작을 관장하는 기준 시계는 누가 관리하며 어떻게 작동할까? 미국 유니언대 물리학 교수인 저자는 인류가 시간을 재고 규칙성을 발견하며 이를 기록해온 오랜 역사를 책에 담아냈다.

건립된 지 5000년이 넘은 아일랜드의 뉴그레인지 유적은 1년 중 가장 낮이 짧은 동지에만 햇빛이 중앙 묘실을 비춘다. 문명 초기의 시간 표시장치인 이런 유적은 영국 제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영국 솔즈베리의 스톤헨지도 그중 하나다.

1752년 영국은 대혼란을 겪었다. 의회가 9월 2일 다음 날을 9월 14일로 하도록 의결했기 때문이다. 지주들은 19일에 불과한 9월에 대해 한 달 치 임대료를 요구했고 농민들은 분노했다. 대륙에서는 한 세기 반 전 도입한 그레고리력을 뒤늦게 따른 데 대한 혼란이었다. 기존의 율리우스력은 1년을 365.25일로 정해 약 128년에 하루씩 실제 지구의 움직임보다 늦었다.

율리우스력을 계속 사용한다고 해도 일상을 사는 평민들에게 큰 불편은 없다. 러시아는 1918년까지 율리우스력을 썼다. “시간은 사회적 합의의 문제이며, 사회의 이해관계와 우선순위가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시간 측정은 공간 측정도 결정한다. 대양을 항해하는 배가 정확한 경도를 알기 위해서는 정확한 시계가 필요했다. 흔들리는 배에서는 진자식 시계를 쓸 수 없었고 나선형 스프링으로 문제가 해결됐다. 자본가들은 안정적인 수송망을 유지하며 막대한 부를 획득할 수 있었다.

18세기까지는 각 도시나 지역이 자신들의 시간을 공유하면 그만이었다. 철도와 전신의 탄생은 지역 간의 시차를 꼼꼼히 계산하도록 만들었다. 1883년 미국 철도회사들이 4개로 나눈 표준시에 합의했고, 이듬해 국제자오선회의에서 영국 그리니치가 경도 0도로, 그곳 시간이 국제 표준시로 합의됐다. 대양을 주름잡던 대영제국의 힘이 반영된 결과였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소속 물리학자들이 미국의 민간 표준시를 결정하는 세슘 분수 원자시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20세기는 시간 측정 대중화의 시대였다. 1896년 스위스의 한 시계회사가 1달러 시계를 출시했고 이 시계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과 영국에서 수천만 개가 팔렸다. 1960년대 수정 진동자를 이용한 시계가 개발되면서 태엽식 시계는 ‘보급형’ 시계보다 덜 정확하고 더 비싼 사치품이 됐다. 오늘날 세계 표준으로 쓰이는 세슘 원자시계는 1초의 오차가 나기까지 수억 년이 걸리지만, 레이저를 이용한 더 정밀한 시계로 대체될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8만6400(60×60×24)분의 1 태양일인 1초도 1967년 ‘세슘133 원자 진동주기의 91억6263만1770배’로 정의됨으로써 천체의 움직임으로부터 독립적인 단위가 되었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미세하게 바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가 바뀔 때 등 특정 시점에 1초를 더할 수 있는 ‘윤초(閏秒)’가 도입됐다.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이 낯선 주제는 아니다. 비슷한 내용을 담은 책으로 알렉산더 데만트 ‘시간의 탄생’, 카를로 마리아 치폴라 ‘시계와 문명’, 어린이용 도서인 ‘시간과 시계의 역사’ 등이 나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고대 문명에서부터 기계공학, 물리학, 철학까지를 폭넓게 아우르면서 어렵지 않게 읽히는 데서 눈여겨볼 만하다. 원제는 ‘A brief history of timekeeping(시간 측정의 간략한 역사·2022년)’.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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