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태영건설, 계속 무성의하게 나올땐 워크아웃 못갈수도”
김주현 “11일까지 얼마 안남아” 압박… 산은 “그룹서 890억 즉각 지원해야”
윤석민, TY 영구채 416억 통해 지원
“사재 출연 아닌 사재 대출” 논란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도 태영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때 약속한 대로 자회사 매각대금을 태영건설에 투입하지 않으면 워크아웃을 시작할 수 없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태영그룹이 채권단이 받아들일 만한 추가 자구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워크아웃이 무산되고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금융당국 이어 대통령실도 ‘경고장’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태영건설이 계속 무성의하게 나올 경우 워크아웃으로 가지 못할 수 있다”며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한 만큼 자구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채권단 등이 태영그룹의 불성실한 태도와 부실한 자구안을 문제 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태영 측이 신뢰할 만한 안을 빨리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이날 “(태영과 채권단이) ‘이 정도는 돼야 워크아웃이 성공한다’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11일까지 날짜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성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전날 “태영건설이 법정관리로 갔을 때를 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산은 역시 5일 5대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의 부행장들과 회의를 열고 “태영그룹이 워크아웃 신청 시 확약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미이행분 890억 원을 즉시 지원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이와 같은 기본 전제조건조차 충족되지 못한다면 제1차 협의회 결의일인 11일까지 75%의 찬성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며 워크아웃을 개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 태영그룹의 지주사 TY홀딩스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자회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 원을 태영건설 유동성 해소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TY홀딩스는 두 차례에 걸쳐 총 659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나머지 자금 890억 원은 TY홀딩스와 태영건설이 연대보증한 개인 투자자 보유 채권을 상환하는 데 사용했다.
TY홀딩스는 연대보증 채무 상환에 쓰인 890억 원도 태영건설 지원 자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산은은 지원 자금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채권단은 윤세영 TY홀딩스 창업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원한 금액이란 입장이다.
● 영구채 인수해 우회 지원 논란
채권단은 사재 출연까지 필요하다고 했지만 TY홀딩스는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을 상대로 416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고 5일 공시했다. 이 증권을 인수한 윤 회장은 TY홀딩스로부터 연 4.6%의 이자를 받게 된다. 이에 ‘사재 출연’이 아닌 ‘사재 대출’이란 지적이 나온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416억 원은 윤 회장이, 1133억 원은 TY홀딩스가 받았다. 결국 TY홀딩스가 윤 회장에게 416억 원을 빌려 태영건설에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룹 오너가의 사재 출연 등 ‘성의를 보이라’는 채권단의 요구와 반대되는 행보로 양측 간 불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TY홀딩스 측은 사재 대출이라는 지적에 반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28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이 들어왔을 때 이미 윤 회장이 통장과 도장을 맡겼다”며 “이자율이 4.6%지만 영구채의 경우 발행회사가 이자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지급을 정지할 수 있고, 윤 회장도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자를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최후 통첩’을 한 만큼 태영그룹이 이번 주말까지 어떤 자구안을 새롭게 내놓는지가 워크아웃 성사 여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주말 중에 금융위, 금감원, 산은 고위급 인사들이 모이는 회의가 열릴 예정이며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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