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제2부속실’ 설치 내주 착수… ‘김건희특검법’ 거부권 행사
한동훈 “공감… 당에서도 지원”
野 “특검 기피자가 범인” 규탄대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2부속실은 윤 대통령이 선거 기간 설치하지 않겠다고 공약해 지금까지 설치하지 않았다”며 “국민 대다수가 설치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제2부속실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만큼 다음 주초부터 조직 구성에 본격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제2부속실 설치에 “공감한다”며 “대통령실이 전향적으로 설명한 거라 보고, 그 과정에서 당이 도울 일이 있다면 착실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고, 대통령실 ‘슬림화’ 등을 강조하며 취임 후 설치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 불거지고, 특검 거부권 행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제2부속실 설치를 전격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로 특별감찰관을 추천해서 보내온다면 우리는 지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직후 이를 재가했다. 숙고 기간 없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처음이다.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검 법안들은 총선용 여론 조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며 “50억 클럽 특검법안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정의당 등과 규탄대회를 여는 등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규탄대회에서 “특검을 기피하는 자가 범인이다”라고 주장했다.
‘金여사 명품백’ 등 여론 악화에… 尹, 제2부속실 설치 수용
대통령실 내주부터 설치 작업
참모들 “국민이 원한다” 고언… 尹, 대선공약 포기로 입장 변화
“특별감찰관, 여야 합의땐 지명”
野 “특검 거부권 물타기” 미온적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제2부속실 설치 검토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 주도로 쌍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8일 만인 이날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동시에 김건희 특검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은 점을 감안해 제2부속실 설치 검토와 대통령 가족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관련 입장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둘 다 김 여사와 친인척을 제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들이다. 총선을 앞두고 특검은 ‘속전속결’로 차단하면서 그동안 제기된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대책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 “참모들 ‘고언’에 尹 완고했던 생각·입장 변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총선 후 특검’ 가능성에 대해도 “김건희 특검법 자체가 독소조항 여부를 떠나 근본적으로 헌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 지금 안 되는 건 총선 이후라도 안 되는 것”이라며 “수사 대상 사건이 결혼 전 일로, 사건 겨냥이 아닌 사람을 겨냥해 헌법적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배우자 대상 특검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는 야당의 비판에 반박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을 추천하는 게 이해충돌 소지”라고 말했다.
당초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설치 등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 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참모들이 내외의 여론과 분위기를 감안해 윤 대통령에게 ‘고언’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한 여론조사가 잇따라 나온 것도 영향이 컸다고 한다.
참모들의 건의에 윤 대통령의 입장도 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제2부속실 설치를 주저했던 이유는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겠다’며 폐지를 약속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약을 접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국민들이 원하신다면 대통령의 약속을 되돌릴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이 정도 입장 변화는 쉽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애초에 ‘국민이 늘 옳다’고 말했듯 여론을 충분히 알고 검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미 부속실에 여사 관련 업무 담당 직원이 있기 때문에 제2부속실 설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대통령실 “특별감찰관, 국회 절차 따라 지명”
하지만 대통령실의 입장이 실제 특별감찰관 임명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야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 추천과 관련해 민주당이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 원칙을 견지한 상태에서 내부 의견을 수렴해 보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특별감찰관 임명은 특검 거부권 물타기용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내부적으로는 “굳이 김 여사를 압박해 소극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현재 김 여사가 여권의 가장 약한 고리 아니냐”며 “김 여사가 더욱 전면에 나설수록 민주당에는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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