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혐오 언행땐 자리 없을 것”… 민주당 “막말땐 페널티 방안 논의”

신나리 기자 2024. 1. 6.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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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정치 바이러스]
여야, 증오정치 공천 배제 본격 움직임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왼쪽)가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막말 정치인들에 대한 4월 총선 공천 페널티 관련 질문에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공천 심사 과정에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을 계기로 올해 4월 총선 공천 때 증오 정치를 부추기는 언어를 사용한 정치인을 배제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극단적인 혐오 언행을 하는 분들은 우리 당에 있을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증오 언어나 막말을 하는 정치인에게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동훈 “극단 언행땐 공천 자리 없을것” 野 “공천과정 막말 전력 살필것”

윤재옥 “막말 정치인 책임질 건 져야”
野 “후보 적격 판정 보류 의원도 있어”
4월 총선 중도 표심 잡기 의도도… 표현 수위 등 객관적 기준이 관건

국민의힘이 5일 “22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증오를 야기하는 발언이나 막말을 사용하는 분들의 자리는 국민의힘에 없다”고 밝혔다. 올해 총선 공천 과정에서 증오 정치를 부추기는 언어를 사용한 정치인을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총선 공천 심사를 주도하는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한 뒤 공천 심사에서 증오 발언 여부를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총선을 96일 앞두고 여야가 정치 양극화를 부추기고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증오 언어 정치인 퇴출에 나섰다.

● 與野 “증오 언어 뿌리 뽑아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경기도당 신년인사회 후 ‘극단적 언행을 하는 이들을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원칙인가’란 본보 기자의 질문에 “자유로운 언행과 극단적 언행은 어떤 경우에 모호한 경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그 여부를 국민 눈높이에서 판단해 국민이 수용할 수 없는 극단적 혐오 언행을 하는 분은 당에 자리가 없는데 무슨 공천을 노리겠나”라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 사무처 시무식에서도 “국민들이 공감하지 않는 극단적인 혐오의 언행을 하는 분은 당에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극단적인 갈등과 혐오의 정서는 전염성이 크기 때문에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금세 퍼질 것이고, 주류가 돼 버릴 것이고, 그건 망하는 길”이라며 “소위 ‘개딸 전체주의’ 같은 것은 국민의힘에는 발붙일 수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당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계기로 ‘증오 정치’ 퇴출 쇄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브리핑에서 ‘막말한 정치인들에 대해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냐’는 물음에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공천 심사 과정에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다음날인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익표 원내대표가 두 손을 모은 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민주당은 이날 출범한 공관위를 중심으로 증오 발언 여부를 공천 심사에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의 막말 여부를 공천 심사 과정에 반영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향후 공관위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공직자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 단계에서부터 막말, 설화 등에 대해 검증하고 공천 심사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총선기획단 소속 한 의원은 “정치권의 증오 언어 문화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뿌리 뽑아야 한다”며 “총선 출마 예비 후보 검증 때 막말 여부를 보겠다고 한 만큼 공천 과정에서도 막말 전력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로 막말 논란으로 예비 후보 적격 판정이 보류되고 있는 현역 의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 증오 언어 객관적 지표 세우기가 관건

여야가 증오 발언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사들을 공천 배제까지 검토하는 배경에는 올해 4월 총선에서 ‘무당층’으로 분류되는 중도 표심을 잡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 ‘반드시 이번 총선에선 거야의 폭주를 막겠다’는 여당과 ‘과반 의석의 원내 1당 지위를 사수하겠다’는 야당 모두 외연 확장이 시급한 가운데 먼저 자정 움직임을 보이는 당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관건은 증오 표현 수위나 ‘사회적 물의’ 등을 객관적이고 계량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지이다. 국민의힘 윤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구체적으로 막말의 정도, 불이익의 정도를 계량화할 수 없는 사안이니까 일률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앞으로 기준을 세워 나가야 한다고 시사했다. 의원들 사이에선 ‘상임위 회의록이나 언론에 공개된 막말 발언 횟수나 빈도를 세는 것도 방법’이란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도 ‘증오 언어’를 규정하는 기준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민주당 4선 정성호 의원은 통화에서 “여야가 극단적 발언을 한 사람은 선출직으로 기용하지 않겠다는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선 무엇이 증오 발언인지에 대한 공감대부터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수원=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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