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여군 잠수함 승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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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배에는 금기사항이 많았다.
폭풍우를 불러올 수 있다며 휘파람을 불지 못하게 했고, 사고가 나서 대가 끊어지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 부자를 한배에 태우지 않았다.
한국이 어제 세계 14번째로 여군 잠수함 승조원을 배출한 나라가 됐다.
해군은 3000t급인 두 잠수함을 건조할 때부터 여군 배치를 염두에 두고 여성 전용 침실과 화장실, 샤워실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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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배에는 금기사항이 많았다. 폭풍우를 불러올 수 있다며 휘파람을 불지 못하게 했고, 사고가 나서 대가 끊어지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 부자를 한배에 태우지 않았다. 심지어는 생선을 뒤집어 먹지도 못하게 했다. 배가 전복할 수 있다는 미신에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빼놓을 수 없는 배 금기 중 하나는 여자를 배에 태우는 것이었다. ‘재수가 없다’라거나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는 식의 속설을 내세웠다. 그러나 합리적 이유는 선원 간 불미스러운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여성의 배에 대한 접근은 허용되지 않았지만, 정작 배는 ‘여성’으로 인식됐다. 영어에서 선박을 뜻하는 대명사는 it도 he도 아닌 she다. 항해 용어로 ‘속력을 늦춰’라고 할 때 쓰는 영어 표현은 ‘ease her’다.
천주교 세례식에서 여성의 대모는 여성이 맡는 것처럼 여성으로 간주하는 배의 명명식도 여성이 맡는다. 선박명을 지어주고 도끼로 배에 연결된 밧줄을 자르는 의식은 아기가 태어날 때 탯줄을 끊어주는 것과 같은 의미다. 선박명에도 여성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역사상 가장 도전적 선박 중 하나인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때 탄 배의 이름도 ‘산타 마리아호’다.
여성이 항해사로 승선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세계 최초의 여성 선장인 러시아의 안나 쉐티니나가 항해사로 첫 배를 탄 것은 1932년이었다. 한국에선 현대상선이 1996년 처음으로 여성 항해사를 기용했다. ‘금녀의 벽’이 가장 오랫동안 유지된 배는 잠수함이다. 협소한 공간 특성상 여성 승조원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운 탓이다. 1985년 노르웨이를 필두로 여군 잠수한 승조원이 있는 나라는 13개국에 불과했다.
한국이 어제 세계 14번째로 여군 잠수함 승조원을 배출한 나라가 됐다. 장교 2명과 부사관 7명 등 9명의 여군을 도산안창호함과 안무함에 나눠 배치했다. 해군은 3000t급인 두 잠수함을 건조할 때부터 여군 배치를 염두에 두고 여성 전용 침실과 화장실, 샤워실을 만들었다. 금기는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여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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