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민주당 긴급 의총 '구호 제창' 요청에 '갑분싸'

신진환 2024. 1. 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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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새해 벽두 흉기 습격당해
서울대병원에 유튜버·지지자 인산인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를 방문해 가덕신공항 건설 예정지를 둘러본 뒤 흉기 피습을 당해 쓰러진 모습. 민주당은 물론 대통령실과 여당까지 '정치 테러'로 규정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뉴시스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푸른 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의 해가 밝았다. 희망으로 가득차야 할 새해 벽두부터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가덕도 현장 일정을 소화하는 중 6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 부위를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력 정치인을 향한 범죄에 정치권은 패닉에 빠졌다. 민주당은 물론 대통령실과 여당까지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의 피습 사건을 계기로 여야가 정쟁을 자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권이 강행 처리한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대표의 쾌유를 빌은 대통령실은 '쌍특검법'을 두고 '총선용 악법'이자 '이 대표의 방탄 목적'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아울러 김건희 여사의 의전과 일정 수행 등을 전담할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대선 공약 파기 논란이 일 전망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민경우 전 비대위원의 과거 노인 비하성 발언을 사과하기 위해 대한노인회를 찾았다. 김은경 당시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에 일명 '사진 따귀'를 때렸던 대한노인회장은 한 위원장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을)은 기자에게 도움을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사건 이후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3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지난 2일 부산에서 괴한으로부터 피습 당한 이 대표가 구급차로 이송되는 모습. /뉴시스

◆'왜 갑자기?'…구호 반대에 머쓱해진 민주당 의총

-이번 주, 민주당은 지난 2일 괴한으로부터 흉기 피습을 당한 이재명 대표 일로 한동안 패닉에 빠졌지.

-이 대표는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을 방문하던 중 지지자로 위장한 60대 남성 김 모 씨에게 흉기 습격을 당해 목을 찔렸지.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으로 급히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은 다음,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지금은 안정을 취하며 회복하고 있어.

-다음 날인 3일 오전 민주당 의원들은 비공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이 대표 피습 사건 이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어. 의원총회 사회를 맡았던 이동주 의원은 입장문을 읽은 후 "함께 구호를 외치겠다"라고 말하자 일순간 분위기가 싸해졌어. 의원들 사이에서는 "무슨 구호냐", "구호 외치지 말라"라는 항의가 즉각 쏟아졌지. 이 의원은 즉각 "그럼 구호는 안 하는 걸로 하겠다"라며 의총 종료를 선언했어.

-민주당은 이 대표 피습과 관련한 허위 사실과 음모론 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당 대책기구를 만들고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야. 4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는 이 대표의 피습 사건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성창경TV △이봉규TV △아포유 △뻑가 △가로세로연구소 △종이의TV 등 6곳의 유튜브 채널을 방송통신심위위원회에 심의 신청 했어.

-이 대표는 현재 일반 병동으로 이송돼 미음 등을 섭취하고 있고, 간단한 의사소통도 가능하다고 전해졌어. 이 대표 주치의 등에 따르면, 외상 특성상 추가 감염이나 수술 합병증 발생 우려 탓에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해서 퇴원 시기는 미정이라고 해. 민주당은 이 대표의 회복 상황을 지켜보면서 당무는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어.

부산 방문 도중 습격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가운데 경찰들이 경계 근무를 서는 모습. 전날 서울대병원에 유튜버와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예원 기자

◆李 피습 그 후…서울대병원에 몰려든 유튜버들 난동

-이 대표 피습으로 정치권이 멈춰버렸네.

-이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해 열상, 나무젓가락 흉기설, 이재명 습격 피의자 민주당원설 등 온갖 음모론이 제기됐어. 결국 이 대표를 집도했던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좌측 목 뒤끝 흉쇄유돌근 위로 1.4cm 자상이 있었다"고 설명했어. 한 대학병원 교수는 "만약에 정말 잘못해서 한 5㎜만 안쪽으로 들어간 후 그 자리에서 당장 꿰매지 못했으면 바로 사망"이라고 했어. 수술은 끝냈지만 합병증 우려도 큰 데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상당할 것으로 보여.

-그런데 지지자들과 유튜버들이 이 대표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으로 몰려들었다며.

-지난 3일 서울대병원엔 취재진, 유튜버와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어. 한 유튜버는 병원 앞에서 이 대표 회복 기원 방송을 하면서 병원 곳곳을 다니기도 했어. 이날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이 대표 면회가 불가한 상황인데도 병원에 찾아왔던 날이거든. 한 유튜버는 김 전 총리를 향해 "왜 왔냐"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어. 김 전 총리가 병원에 도착하면서 몰려든 인파로 인해 지나가는 환자들 모두 당황스러운 눈치였어. 아무래도 대학병원이라 중증 환자들이 많잖아. 몇몇 보호자들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피해 가기도 하더라고.

-현장에서 불편한 상황도 많았겠는데.

-맞아. 이 대표 피습으로 지지자들이 모두 예민한 상황인 것 같더라고. 이 대표 지지자로 추정되는 한 유튜버는 취재 기자들을 향해 "기사를 제대로 써라"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어. 기자들 역시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경호원들도 브리핑 현장에 투입됐어. 이 대표가 하루빨리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거야.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 대표 회복을 기원해 주는 게 진정한 민주주의 아닐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이재명 대표의 쾌유를 기원했다. /대통령실 제공

◆尹, "이재명 쾌유 기원" 즉석 발언...대장동 특검엔 "李 방탄 악법"

-이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도 즉각 위로 메시지를 내고 신속한 진상규명과 이 대표 치료 지원을 지시했어. 과거 2006년 당시 박근혜 야당 대표 커터칼 피습 사건 때도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했지. 윤 대통령의 메시지 중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고?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이 대표를 향해 "우리 모두 정말 하나 된 마음으로 피해자를 위로하고, 같은 마음으로 단호하게 대응해야 된다"면서 이 대표의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했는데, '피해자'라는 표현은 준비한 원고에는 없었던 즉석 발언이었다고 해. 대통령실 참모들은 당일 아침 회의 때까지도 이 대표에 대한 메시지 수위를 고민했지만 결정한 건 없었다는 거야. 대통령실은 또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한오섭 정무수석을 보내 이 대표를 위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야.

-올해 신년 인사회에 이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었잖아. 윤 대통령이 쌍특검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해서 민주당이 불참 여부를 검토 중이긴 했는데, 공교롭게도 피습 사건이 발생하면서 최종적으로 불참하게 된 거고. 윤 대통령으로선 이 대표와 만나 소통하는 그림을 보이고 싶었을 텐데, 직접 위로 발언을 하면서 야당과의 관계 설정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점을 전달하려고 했던 거 같아. 또 진영을 떠나 생명을 위협하는 테러 행위는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이라 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도 이 정도 수위의 메시지는 낼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해.

-피습 사건으로 정치권이 뒤숭숭해진 만큼 쌍특검 거부권 행사 시점도 미루지 않을까 했는데, 예고한 대로 윤 대통령은 정부 이송 즉시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네.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거부권 행사가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5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는 모습. /뉴시스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지 20여 분 만에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1층 브리핑룸으로 내려와서 "헌법상 의무에 따라 윤 대통령은 국회에 '총선용 악법'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다"고 밝혔어. 특히 '대장동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 특검법'에 대해 이 비서실장은 "이 대표에 대한 방탄이 목적"이라면서 "(특검이 실시되면) 친야 성향 특검이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훼방하고 물타기 여론 공작을 할 것도 예상된다"고 반대 이유를 강한 표현을 써가며 말했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윤 대통령과 결혼 전 사인일 때 있었던 일이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관련자를 소환하지 못했던 것인 데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허위 브리핑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거부하게 된 이유로 들었어. 또 민주당은 가족 수사 관련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는 입장인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어.

-대통령실은 그동안 '제2부속실 설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설치를 검토해 보겠다고 입장을 바꿨네.

-맞아.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김 여사를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나오자 대통령 배우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어. 대통령 배우자로서 최소한의 업무만 할 테니 제2부속실이 불필요하다는 취지였어. 하지만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여사는 광폭 행보를 해왔고 논란도 이어지면서 '이럴 바엔 제2부속실을 부활시켜 제도권 내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야. 특히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부정 여론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해 대통령실 내에서도 입장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여. 다만 여사 논란에 대한 국민 우려를 해소하려면 보다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나와야 할 듯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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