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이수진, 왜 기자를 백브리핑장에 데려갔을까
한동훈-대한노인회장 '화기애애'
국정원, 김주애 4대 세습 후계자로 판단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수사 확대 조짐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김은경 따귀' 대한노인회장, 한동훈에겐 '무한 스윗'?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환대를 받았다며.
-맞아. 한 위원장은 지난 3일 대한노인회를 방문했어. 민경우 전 비대위원의 과거 발언을 사과하는 자리였어. 민 전 위원은 지난해 10월 유튜브 방송에서 "지금 가장 최대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거다. 빨리빨리 돌아가셔야"라고 노인 비하성 발언을 했지. 한 위원장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 전 위원에게 임명장을 줬어. 민 전 위원은 재차 사과했지만, 논란될 만한 다른 영상들이 연이어 공개되면서 여론을 의식해 지난달 30일 사퇴했어. 비대위 출범 딱 하루 만이야.
-대한노인회는 민 전 위원의 노인 비하 발언이 공개된 후에 그의 사퇴와 한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어. 한 위원장은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에게 사과 전화도 걸었고, 지난 3일엔 대한노인회를 직접 방문했어. 이 자리에서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어르신을 공경하는 정당이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본의 아니게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은 다 제 책임이다. 제가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어르신들께 드린다"라고 사과했지. 김 회장 손을 잡기도 했어. 김 회장은 "노인 빨리 죽으라고 하면 그게 벼락 맞아 죽을 X 아닌가. 어떻게 그런 사람을 뽑았냐"라고 말했어. 한 위원장의 정중한 사과 때문인지 김 회장의 기분이 사르르(?) 녹아내렸어.
-화가 풀린 김 회장이 칭찬까지 했다지.
-김 회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온다고도 하고 안 왔는데 한 위원장은 하루 만에 해촉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걸 보니 확실히 젊은 분이 다르구나 싶다. 국민의힘에 희망이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라며 덕담까지 건넸지. 윤석열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달까.
-김 회장의 온도차에 다들 놀랐다며.
-맞아. 김은경 전 민주당 혁신위원장 때랑 반응이 너무 달라서야.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7월에 "남은 수명에 비례한 투표권 행사가 합리적"이라는 말을 했다가 노인비하 논란에 휩싸였어. 그때 김 전 위원장이 사과하러 왔는데 "뺨이라도 때려야 노인들 분노가 풀릴 거 같다. 사진에라도 뺨을 때리겠다"면서 김 전 위원장 사진을 꺼내서 손바닥으로 세 차례 내리쳤거든. 당시 깜짝 퍼포먼스로 김 회장이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사람을 앞에 두고 도가 지나쳤다는 반응도 많았어. 이번엔 화기애애하니까 다들 좀 당황했던 것 같아. 어떻든 간에 총선을 앞둔 만큼 정치인들이 발언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는 것 같네.
◆이수진 의원의 백브리핑 'SOS'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을)과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3일 있었던 일이야.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어.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등 원자력 전문가들도 함께 자리했어. 이 의원은 지난 1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일어난 규모 7.6 강진을 두고 '월성 원전에 대한 경고'라며 월성원전 2, 3, 4호기의 가동을 즉시 중단하라는 내용의 회견이었어. 이 의원은 지진가속도 재평가를 통해 원자로 내진설계평가를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어.
-평범한 회견 같아 보이는데?
-맞아. 주제만 다를 뿐 여느 회견과 크게 다를 게 없었어. 회견이 끝난 뒤 백브리핑을 진행한 것도 똑같아. 하지만 이 의원이 업무를 보는 기자에게 다가와 명함을 주며 백브리핑장으로 데려갔어. 전문가들에게 질문을 해달라고 말이야. 백브리핑장에 기자석이 한자리를 제외하고 텅 비어 있더군. 그래서 이 의원이 'SOS를 친 것으로 보여.
-회견장에 취재기자가 별로 없었나?
-꼭 그런 것만은 아냐. 약 15명가량이 있었어. 다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흉기 습격 사건 때문인지, 회견장 곳곳에 빈자리가 있었어. 통상적으로 기자들이 없거나 개별 취재를 한다면 백브리핑이 생략되곤 하는데, 직접 의원이 업무 중인 기자를 찾아와 백브리핑 장소로 데려간 일은 처음 겪는 일이었어.
◆군사 관련 행사에 또 등장한 김주애…국정원도 "유력 후계자로 판단"
-정보당국이 처음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후계자로 딸 주애가 유력하다고 했다며.
-관련 내용은 지난 4일 조태용 국가정보원(국정원) 원장 후보자가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윤건영 의원실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 자료에 나왔어. 조 후보자는 "김주애 등장 이후 공개 활동 내용과 예우 수준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았을 때, 현재로서는 김주애가 유력한 후계자로 보인다"고 밝혔어.
-조 후보자는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직 젊고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 데다 변수가 많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주시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 자녀와 관련해 국정원은 2013년생 김주애 외에도 성별 미상 자녀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어.
-최근에도 국정원에서 '김주애 후계자설'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 않았어?
-국정원이 김주애를 '유력한 후계자'로 판단한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야. 국정원은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북한은 백두혈통에 대한 집착이 강한 상황이고 남성 위주 사회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김주애를 후계자로 판단하는 건 성급하다"고 답변한 바 있어.
- 김주애는 2022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현장에 처음 등장한 후 김 위원장과 함께 공개 행보를 이어왔어. 5일에도 북한 노동신문 등에선 김 위원장 ICBM 발사대 차량 공장 시찰에 김주애가 동행했다는 보도가 있었어. 김주애는 주로 군사 관련 행사에서 김 위원장과 동행하는 모습이 노출되는 편이야.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노동신문 기준으로 최초 등장 이후 총 23회 김 위원장 공개활동에 동행해 왔으며, 그중 3회를 제외하고는 총 20회 군사 분야에 동행했다"고 말했어.
-어쨌든 김주애를 전면에 내세우는 건 결국 북한이 '4대 세습'을 공식화했다는 의미일까.
-오경섭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지난해 3월 '북한의 4대세습과 김주애'에서 "짧은 기간에 진행된 권력세습으로 인해 엘리트들을 대규모로 숙청한 김 위원장은 김주애를 공개해 4대세습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엘리트들의 충성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주애는 설사 후계자가 되지 않더라도, 로열패밀리의 일원으로서 북한의 미래권력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어.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게 살아가는 나라 중 하나야. 그건 북한 최고권력이 주민들의 피폐한 삶을 돌보기보다는 어떻게 세습 정권을 유지할 지 골몰하기 때문인거잖아. 북한에서 여성 수령이 탄생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알겠지. 그런데 4대 세습 자체가 북한 주민들에게 좋은 일일지 대해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네.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의혹, 이제는 경찰 수사...진실 규명될까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한국위) 사건 수사가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던데?
-응. 한국위 사건을 수사 중이던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해 12월 28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로 사건을 이첩했다고 해. 수사 규모가 일선 서에서 청 단위로 확대된 셈이지. 보통 이런 경우는 수사 과정에서 혐의점을 찾았다거나, 공직자가 연관돼 있다거나, 관련 액수가 일정 수준 이상일 때 이뤄진다고 해. 경찰은 한국위의 '44억 원 기부금'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어.
-기부금 대부분은 기업 등에서 나왔다며?
-맞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주요 기업 등의 기부금 합계 순을 살펴보면 두나무(10억 원), 아진산업(9억 6000만 원), 하나은행(3억 원), 서울주택토지공사(2억 4900만 원), 제네시스비비큐(1억 2000만 원), 현대자동차(9000만 원), 신한금융지주회사(5000만 원), 한국공항공사(1200만 원) 등이야. 이 외에도 여러 기업 등이 있는데 대부분 현금으로 기부했어. 취재진이 접촉한 기업 등은 한국위를 유엔 관련 단체로 인식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기부했다는 취지의 입장이었지.
-의혹에서 이제는 실체 규명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네?
-한국위 사건은 지난해 7월 <더팩트> 취재진의 의혹 제기로 불거졌어. 한국위가 이름과 달리 유엔(UN)이나 그 산하 유엔해비타트의 공식 인가를 받지 않은 일반 사단법인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밝혀졌거든. 한국위는 애초 자신들을 유엔해비타트로부터 세계 최초의 국가위원회로 인정받은 단체라고 소개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어. 유엔 산하 기구라는 홍보 역시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지.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국위가 기업 등에 44억 원가량의 기부금을 받았다는 거야.
-한국위가 국회사무처 산하 사단법인이었던 만큼 정치권에서도 관심이 뜨거웠는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지기도 했어. 당시 국회사무처 측은 법인 설립 허가 과정에서 미비한 점이 있었다고 시인했지. 그러면서 국회사무처는 한국위에 관련 시정 조치 요구를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한국위는 이를 지키지 않았어. 결국 한국위는 지난해 11월 해산 통보를 받았고 이후 공익법인도 취소됐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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