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임산부 배려석, 진짜 ‘배려’ 맞나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출퇴근하며 지하철을 탈 때 임산부 배려석이 유독 눈에 들어온 지가 꽤 됐다.
집들이에 다녀온 아내에게 "임산부 배려석 앉아봤어?"라고 물었더니 "아니. 주말이라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임산부 배려석까지 사람들을 비집고 가기도 쉽지 않았어. 가방에 배지를 달고 있어도 본체만체하고 양보하지 않더라고. 같이 간 친구들이 오히려 씩씩대면서 '우리가 가서 대신 자리 양보받아줄게'라고 하는 걸 말리느라 혼났어. 임신했다고 유세 떠는 것 같잖아"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출퇴근하며 지하철을 탈 때 임산부 배려석이 유독 눈에 들어온 지가 꽤 됐다. 예전엔 ‘내가 앉지만 않으면 되는 자리’라며 별다른 생각이 없던 좌석이었다. 어느덧 임신 25주차에 접어든 아내를 둔 ‘임산부 보호자’가 되면서 이제는 그 자리에 누가 앉아 있는지, 비어 있는지를 유심히 보게 된다.
집들이에 다녀온 아내에게 “임산부 배려석 앉아봤어?”라고 물었더니 “아니. 주말이라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임산부 배려석까지 사람들을 비집고 가기도 쉽지 않았어. 가방에 배지를 달고 있어도 본체만체하고 양보하지 않더라고. 같이 간 친구들이 오히려 씩씩대면서 ‘우리가 가서 대신 자리 양보받아줄게’라고 하는 걸 말리느라 혼났어. 임신했다고 유세 떠는 것 같잖아”라는 답이 돌아왔다.
임산부여도 임산부 배려석 이용이 쉽지 않다는 걸 아내만 느낀 것은 아니었나 보다. 최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임산부와 일반인 각각 1000명씩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임산부 배려 인식 및 실천 수준 조사 결과’에서 임산부의 86.8%가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해본 적 있다고 응답했지만, 그중 42.2%는 ‘이용이 쉽지 않았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말 그대로 임산부 ‘강제석’, ‘의무석’이 아닌 ‘배려석’이니 임산부가 있을 때 양보하면 되는 것이지, 무조건 비워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곤 한다. 한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여성들만 앉는 것 같아 일부러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봤다”라는 후기 게시글도 있었다. 출산율이 이렇게 떨어진 상황에서 임산부 배려석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산부 배려석으로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내성적인 성격 혹은 배려를 ‘강요’하는 것 같아 임산부 배지를 들고 다니거나 양보해달라고 하기 쉽지 않은 임산부들도 꽤 많다. 그러니 배려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 천착해 ‘상황에 따라 누구나 앉았다가 임산부가 있으면 양보하면 된다’는 인식보다는 언제 탈지 모르는, 혹시 이미 탔음에도 서서 가고 있는 임산부를 위해 무조건 비워두는 게 진짜 ‘배려’가 아닐까.
남정훈 문화체육부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