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평화” 외치더니 이라크 수도서 드론암살…스텝 꼬이는 바이든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4. 1. 5.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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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동 확전 억제 전략이 중대 기로에 놓였다.

미국은 역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중동에 군사력을 배치했지만, 최근 이를 직접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오히려 중동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미국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동에서의 '강경대응' 필요성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중동 확전을 막겠다는 미국의 초기 목표가 전쟁 장기화로 점점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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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동에 군사개입 확대
이라크 민병대 수장 표적 사살
군사력 과시, 확전 억제 의도지만
오히려 역내 긴장 극대화
블링컨, 중동서 빈손 가능성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 하카라트 알누자바 대원들이 4일(현지시간)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지도자 무쉬타크 자와드 카짐 알자와리의 사진을 들고 있다. [EPA = 연합뉴스]
미국의 중동 확전 억제 전략이 중대 기로에 놓였다. 미국은 역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중동에 군사력을 배치했지만, 최근 이를 직접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오히려 중동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의 중동순방과 ‘중동 평화가 최우선’이라는 미국의 주장에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국방부는 4일(현지시간) 낮 12시에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동부에서 드론을 통해 친이란 무장세력 하라카트 알누자바의 지도자 무쉬타크 자와드 카짐 알자와리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팻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알자와리는 미국인에 대한 공격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한 인물”이라며 “미군은 그를 상대로 필요하고 비례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을 상대로 공격을 늘리고 있는 이슬람 무장단체들을 향한 경고로 풀이된다. 미국 드론이 발사한 로켓은 알누자바 본부에 진입하던 알자와리의 차량에 명중했고, 탑승 인원 전원이 즉사했다. 미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소속 마이클 나이츠는 “미국이 특정 테러 조직의 리더를 찍어 그가 타고 가는 차량을 추적해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동에서의 ‘강경대응’ 필요성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국방부 일각과 당국자들을 중심으로 이슬람 무장단체들에 대한 미국의 미온적인 대응이 이들의 활동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 미국은 지난달 31일 처음으로 후티 반군을 직접 공격하는 등 강경대응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같은 군사적 대응이 안 그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중동에 확전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라크 총리실은 이번 공격 직후 성명을 내고 “부당한 공격이었다. 긴장을 고조시키는 위험한 행위로 이라크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알누자바는 “미국이 이번 공격을 후회하도록 만들겠다”고 보복을 예고했다. 앞서 레바논은 이스라엘이 수도 베이루트에 머무르던 ‘하마스 서열 3위’ 살레흐 알아루리를 드론 폭격으로 사살하자 복수를 다짐한 바 있다.

미국의 중동외교 스텝이 꼬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라크 공격에 대해 “미국은 분명 전쟁 확산 방지를 원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군인에 대한 공격 역시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쟁 장기화 국면에서 확전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군사 개입 증대’가 불가피하다는 미국의 인식을 보여준 것이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중동 확전을 막겠다는 미국의 초기 목표가 전쟁 장기화로 점점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링컨 장관의 네 번째 중동 방문이 별다른 수확없이 끝날 수도 있게 됐다.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4일 오후 중동으로 가 이스라엘과 서안지구,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을 방문한다. 목표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민간인 보호, 후티 반군·레바논 헤즈볼라가 촉발한 역내 긴장 완화 등이다. 그러나 미국이 군사 개입을 늘리고 있는 시점이라 평화 촉구·역내 긴장 완화 협조 요청이 힘을 받을 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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