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김건희 특검’ 거부, 대통령실·법무부서 비판 목소리…이준석 “정부가 왜 쉴드치나”

이동준 2024. 1. 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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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아내 못 버려서라고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부권 행사는 이미 결정된 사안이었다.

앞서 특검법이 일주일 전인 지난해 12월 28일 야당의 만장일치로 국회를 통과하자 대통령실은 정부 이송 즉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무부는 이날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특검 수사가 필요한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이라고 할 수 없다”며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쟁성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특검 후보자의 추천권자를 야당으로 한정한 특검법 중 국회의원 선거일이 수사 기간에 포함돼 있는 유일한 사례”라며 “수사 과정에 대한 무제한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게 해 선거의 공정성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원리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또 “(김건희 특검법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비례의 원칙 등을 위반하고 형사법 체계의 기본을 갖추고 있지 못한 위헌적 법률안”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배우자와 가족은 물론 관련자로 몰리기만 하면 모든 혐의를 무한정 수사할 수 있도록 수사 범위를 모호하고 광범위하게 정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여당의 추천권을 배제한 점과 수백억원대 혈세 투입이 예상된다는 점도 재의 요구 사유로 언급됐다. 그러면서 "총선 기간에 친야 성향의 특검이 허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실장은 국무회의 의결 직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을 위해 시급한 법안 처리는 미루면서 민생과 무관한 두 가지 특검법안을 여야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번 특검법안들은 총선용 여론조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많은 문제점이 있다”며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항상 여야 합의로 처리해 오던 헌법 관례를 무시했고, 재판 중인 사건 관련자들을 이중으로 과잉 수사해 인권이 유린당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데도 여당의 특검 추천권은 배제하고, 야당만 추천해 친야 성향의 특검이 수사한다면 진상이 규명될 리 없다”며 “친야 성향의 특검이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훼방하고, 이 대표에 대한 수사 결과를 뒤집기 위한 진술 번복 강요와 이중 수사, 수사 검사에 대한 망신 주기 조사, 물타기 여론 공작을 할 것도 뻔히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도이치모터스 특검 또한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12년 전 결혼도 하기 전 일로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 한 사건”이라며 “이를 이중으로 수사함으로써 재판받는 관련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정치 편향적인 특검이며, 허위 브리핑을 통한 여론조작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찰 수사를 통해 사건 관계자 총 16명을 기소하는 등의 수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에 대해 기소는커녕 소환조차 하지 못했다.

반면 야 4당은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권의 김건희 방탄 국민이 거부한다" "내로남불 윤석열 정권 국민이 심판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쌍특검법안을 심의·의결한 임시 국무회의에 대해 "민생과 경제, 국가적 사안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오직 대통령 본인과 김건희 여사를 지키기 위한 방탄 국무회의로서 전락시켜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 스스로 입버릇처럼 '특검을 기피하는 자가 범인이다. 법 앞에 누구도 예외가 없다. 범죄가 있으면, 그리고 범죄를 저지른 죄인이 있으면 수사와 조사를 받고 재판 받는 게 맞다. 그게 공정이고 상식이라고 했다'"며 "역대 어느 대통령도 본인과 본인의 가족들을 위한 특별검사 그리고 검찰의 수사를 거부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 첫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총선용 특검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지난해 4월부터 국회에 올라왔다. 법사위에서 또 본회의에 올라왔을때 논의됐다면 이미 작년에 끝났을 사안"이라며 "총선 앞까지 끌고 온 것은 야당의 책임이 아니라 정부 여당이 끝까지 특검을 외면하고 회피해 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여당은 국민의 70% 가까운 특검법 찬성도 외면했다"며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국민의 목소리를 거부하고 국민의 뜻을 따르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과 맞서서 국민을 이기겠다는 선택을 오늘 윤석열 정부가 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달 28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윤 대통령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냐'는 질문에 응답자 65%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은 단 25%였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데 대해 “왜 정부가 50억 클럽의 쉴드를 치는 것인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거부권은 방탄권이 아니다”라며 “김건희 특검은 아내를 버릴 수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하지만, 50억 클럽의 특검에까지 거부권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민주당은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시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모든 법적 조치에 대해 검토하겠다”며 “절대로 넘어가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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