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온다면 중국 탓이다”…한국경제 묻자 “우등생은 못될것”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2024. 1. 5.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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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충분히 경제를 살핀 뒤에 금리인하로 서서히 피벗(방향전환)하고 미국 경제는 침체없이 소프트랜딩(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글로벌 경제성장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두 개의 전쟁'으로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되고 경제블록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다."

장유순 한미경제학회장(미 인디애나대 경제학과 교수), 정광수 차기 한미경제학회장(미 존스홉킨스대 경영대 교수), 황윤재 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올해 세계 경제 불안요인을 이같이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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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충분히 경제를 살핀 뒤에 금리인하로 서서히 피벗(방향전환)하고 미국 경제는 침체없이 소프트랜딩(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글로벌 경제성장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두 개의 전쟁’으로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되고 경제블록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다.”

장유순 한미경제학회장(미 인디애나대 경제학과 교수), 정광수 차기 한미경제학회장(미 존스홉킨스대 경영대 교수), 황윤재 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올해 세계 경제 불안요인을 이같이 진단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열리는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 참석하는 이들은 이번 학회에서 글로벌 석학들과 함께 해법을 모색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 2024년 글로벌 경제 위기요인은

▶ 장유순 한미경제학회장 = 글로벌 침체가 발생한다면 미국보다는 중국에서, 경제적인 요인보다는 정치적인 요인에 의해 촉발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미국의 경제적인 변수들은 대부분 이미 해소되었거나 최소한 잘 알려졌지만, 중국의 많은 정치사회적 요인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요인들은 잘 알려지지 않아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등도 확전 가능성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위험요인이다.

▶ 정광수 차기 한미경제학회장 = 세계은행과 OECD 모두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2% 중반대로 전망한다. 두 기관은 근래에 성장률을 보수적으로 예측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 그러나 학급 평균이 높아졌다고 해서 모든 학생의 성적이 그만큼 오른 것이 아니듯, 나라마다 차이가 있고 한국 경제는 성장률로 보았을 때 상위권 학생은 아니다. 중국도 전년대비 낮은 성장률을 보일 수 있다.

▶ 황윤재 한국경제학회장 = 중국 경제가 부동산 시장침체로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경우 글로벌 성장과 무역을 위축시킬 수 있다. 두 개의 전쟁 및 중국과 대만 갈등같은 지정학적 불안, 탈세계화와 경제불록화도 심화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11월 미국 대선 결과도 중요한 변수이다.

- 미국 경제 소프트랜딩 가능할까

▶장 회장 = 가능하다고 본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2022년 6월 9.1%로 정점을 찍은 후 2023년 11월 3.1%까지 꾸준히 하락하는 기간에도 실업률은 거의 대부분 하락하거나 정체됐다. 미국의 많은 경제학자들도 연준이 단기간 내에 적절한 통화정책을 통해 지금보다는 의미있는 낮은 수준에서 안정시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정 차기 회장 =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 등에 따른 자본시장과 실물시장에서의 갖가지 상황을 거치면서 경제정책 또한 빠르게 진화 중이다. 과도해서 오히려 침해적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금리정책이 인플레이션 진정효과를 거두고 있다. 실업률 고통도 미미해서 미국 경제는 소프트랜딩 조짐을 보인다. 다수의 경제인들이 여기에 공감해서 행동한다면 ‘self-fulfilling(자기 충족적인)’ 효과로 인해 연착륙 시기는 앞당겨질 것이다.

- 미국 금리인하가 시작되는 ‘피벗’ 시점은

▶ 장 회장 = 미국 경기가 지금과 같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연준은 금리인하 시기를 최대한 뒤로 미루려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연초부터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지만, 현 경제 상황을 볼 때 금리인하는 올해 상반기 후반부나 하반기 전반부 정도에 시작될 것으로 보는 게 더 합리적인 것 같다.

▶ 정 차기 회장 = 상반기 중에 틀림없이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 같다. 연준은 금리를 너무 내렸다가 후반기에 다시 올려야하는 ‘볼커의 착오 (Volker’s mistake)’같은 낭패를 피하고 싶은 동시에, 선거철에 금리를 조절해서 정치적 영향력 행사라고 낙인찍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4분기 미 대선이 끝난 후에는 다시 의미있는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다.

▶ 황 회장 = 미국 실물 경기지표가 상당 폭 하강하거나 물가 상승률이 둔화해서 연준이 목표하는 수준에 도달한 후 장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되었다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연준은 본격적인 금리인하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다. 연준은 올해 하반기에 정책 금리 인하 가능성을 고려하다가 2025년 상반기까지 0.75%~1%포인트 정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 중장기 금리 전망치는

▶ 장 회장 = 연준이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제로 보면 미국 정책금리는 현재 5.5%선에서 2024년 4.75-5.0% 수준, 2025년에는 4.0-4.75%, 2026년에는 다른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3-3.5% 수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 강달러 현상도 완화될까

▶ 장 회장 =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으리라 예측한다. 경제 외적으로 별다른 돌발변수가 없다면 미국 금리인하가 생각보다 서서히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강달러 현상은 미국금리 외에 여러 다른 경제 내외적 글로벌 위험요인에 의해 유지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 두 개의 전쟁, 글로벌 경제 영향은

▶ 황 회장 = 서방과 비서방 갈등을 심화시키고 ‘경제블록화’ 경향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이는 공급망 위기 등 글로벌 경제에 장기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 의존도 높은 경제에 비교적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국제 유가도 전쟁의 영향을 받을 것이나 2024년에 글로벌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유가는 대체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 각 국 선거가 경제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는데

▶ 정 차기 회장 = 물가를 억제하고 경제를 연착륙시키려는 노력을 하겠지만 오해받을 수 있는 급격한 정책변화를 피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에 따른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블랙스완 이벤트로 돌출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시킨 세계적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많은 나라들이 간신히 헤어나오고 있지만, 동맹국 또는 원조국들의 정치상황 변화는 전쟁을 새로운 국면으로 내몰 수도 있다.

▶ 황 회장 =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관세 정책, 안보정책, 기후변화정책의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도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샌안토니오 기획취재팀 = 윤원섭· 홍장원·박윤예 뉴욕특파원, 강계만 워싱턴특파원,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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