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자, 미·중 균형외교 등 ‘진보 의제’ 상대적 선호…방관자, 현안에 ‘모르겠다’ 응답 많아[중도, 그들은 누구인가]

심진용 기자 2024. 1. 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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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합의와 대립 사이…균형추인가
장애인 지하철 시위·동성결혼 등은
방관자가 진보 경향 더 강하게 나타나
‘심판자=진보적’ 성급한 일반화 안돼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입구에 설치된 현황판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남은 날짜가 표시돼 있다. | 권도현 기자

한국 사회 주요 현안에 대해 중도 내부의 입장차는 없을까? 경향신문은 앞서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8세 이상 성인 남녀 15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웹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중도 집단을 ‘심판자’와 ‘방관자’라는 집단으로 분류했다. 중도에 속하지만 보수·진보 못지않게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투표에도 적극 참여하는 이들을 심판자로, 정치 관심도와 투표율 모두 낮은 이들을 방관자로 명명했다.

두 집단은 사안별로 진보 혹은 보수 쪽으로 쏠리는 양가성이라는 특징은 공유했다. 하지만 심판자 중도가 방관자 중도에 비해 미세하나마 더 진보적일 수 있다는 현상이 발견됐다. 전체 26개 중 중립으로 분류한 공매도를 제외한 25개 의제를 봤더니 18개 의제에서 심판자가 방관자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진보적으로 답했다. 진보적 의제에는 찬성 비율이, 보수적 의제에는 반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뜻이다.

미·중 균형 외교, 검찰 직접 수사권 축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외국인 노동자·이민자 차별에 개입, 일회용품 규제 같은 이슈가 대표적이다. 찬반 추세는 유사했지만 온도차가 있었다. 검찰 수사권 축소에 관해 심판자는 67%, 방관자는 52%가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28%로 같았다. 심판자가 방관자에 비해 보다 강하게 검찰 수사권 축소에 찬성한 것이다. 미·중 균형 외교 의제는 진영을 불문하고 찬성 여론이 높은 합의 이슈였다. 그러나 중도 내부 온도차가 컸다. 심판자의 86%가 찬성했지만, 방관자는 69%가 찬성해 보수(74%)보다 찬성률이 낮았다.

그렇다고 심판자가 방관자보다 진보적이라고 섣불리 일반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방관자가 심판자보다 진보적인 경향을 보인 의제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소 불편이 발생하더라도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시위는 보장해야 한다’는 진보적인 의제에 대해 심판자가 방관자보다 더 강하게 반대했다. 심판자의 반대가 50%, 방관자의 반대가 39%였다. ‘동성 간 결혼 비율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제 역시 심판자 중도(61%)의 반대 의견이 방관자 중도(50%)보다 높았다.

각 현안에 대해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은 심판자와 방관자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방관자는 26개 현안 모두에서 심판자에 비해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심판자가 정치에 대한 관심이 진보, 보수 못지않게 높고, 자신이 정치적 의식과 역량이 뛰어나다고 믿는 정치 효능감이 높은 반면 방관자는 정치 관심과 정치 효능감이 가장 낮은 반대의 특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방관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관한 입장을 묻자 36%가 모르겠다고 답했다. 공매도 금지(22%), 김포 서울 편입(22%), 노란봉투법(20%), 검찰 직접 수사권 축소(20%) 등에도 모르겠다는 답변이 특히 많았다. 반면 심판자는 정책 전반에서 ‘모르겠다’는 답변 비율이 낮게 나타난 집단이다. 심판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17%)을 제외한 모든 이슈에서 모르겠다는 답변이 10%를 넘지 않았다. 심판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 7개 의제에서만 ‘모르겠다’는 답변 비율이 진보보다 높았다. 보수와 비교해서도 심판자는 모든 항목에서 ‘모르겠다’는 비중이 낮았다.

◇어떻게 조사했나?=이번 여론조사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12일~15일, 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533명을 대상으로 웹(온라인)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은 한국리서치 설문에 응하기로 미리 동의한 마스터샘플(지난해 11월 기준 86만여명)에서 지역·성·연령별 비례를 할당해 추출하고 가중치를 부여해 보정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이며, 응답률은 4.4%다. 결과값은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해 정수로 표기했으므로 합이 100%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특별취재팀=김재중 스포트라이트부 부장, 배문규(데이터저널리즘팀)·심진용(스포츠부)·정대연(정치부)·권정혁(경제부)·문재원(사진부) 기자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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