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해 뜨면 열고 해 지면 닫지요"…홀로 백령도 지키는 약국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 주민들은 오늘(5일)처럼 북한 도발이 있을 때마다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꿋꿋이 섬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런 주민들을 위해 한 약사가 아무 연고도 없던 섬에 찾아와 약국을 열었습니다.
밀착카메라 함민정 기자가 백령도에 딱 하나뿐인 약국을 찾아갔습니다.
[기자]
아침부터 주민들이 찾아옵니다.
[김정선/주민 : 노인이라서 그런지 감기 걸려 더 낫지 않아요. {여기 약 잘 지어주세요?} 효과가 좋아요. 여기가.]
약국 출입문에 흔히 붙어 있는 영업시간이 이곳에서 명확하게 적혀 있지 않습니다.
주민들이 생활하는 시간에 따라서 언제든 영업시간이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영덕/약사 : 여기는 문 열고 닫는 시간이 해가 뜨는 시간하고 해 지는 시간으로 맞춰줘야 돼요. 겨울에는 좀 일찍 닫고 여름에는 8~9시 좀 늦춰지고. 백령도 스타일로 운영하는 거죠.]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도 전화만 하면 약국 문이 열립니다.
백령도에 딱 하나 있는 약국입니다.
2022년 8월 원래 있던 약국은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약국이 열기 전까지 주민들은 비상약 하나 구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연고도 없던 70대 약사가 다시 약국을 열었습니다.
[최영덕/약사 : 30년 전에 백령도에 와본 적이 있고 이곳을 지키고 있는 주민들이 약국이 없어서 자원하게 됐습니다.]
문은 열었지만 운영은 쉽지 않습니다.
현재 약국에는 수백 종류 이상의 약품이 갖춰져 있습니다.
모두 8개월에 걸쳐서 모아둔 겁니다.
하지만 도시와 비교했을 때는 다양한 품목의 약품을 구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합니다.
[최영덕/약사 : 빈(약)통을 수집해가지고 임시 진열을 했죠. 약 오면서 하나씩 하나씩 채워 넣고…]
날씨에 따라 약을 실은 배가 오지 못할 때도 있고, 비싼 물류비도 부담입니다.
원래 이곳은 주민들이 많이 찾는 잇몸 약이 있던 자리인데 지금은 다 나가고 비어 있습니다.
섬 지역이다 보니 주문을 해도 배송이 오는 데까지 열흘에서 2주 정도 걸리는데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지자체에서 따로 운영 조례까지 만들어 임대료 등을 지원을 해주다보니 그나마 운영이 가능합니다.
[최영덕/약사 : 의료 공백이 생기는 방지 차원에서도 의약품은 특별히 (섬 지역에) 공급해주는 대책을 세워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70대 약사는 주민들을 위해 힘이 닿는 데까지 약국 문을 열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민 건강을 지키려면 한 사람의 봉사만이 아닌 체계적인 정책이 갖춰져야 할 겁니다.
[작가 강은혜 / VJ 박태용 / 취재지원 황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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