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고 그리고 또 지우고".. 2024 새만금은 어떤 모습?

조수영 2024. 1. 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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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24년은 그동안 숱한 논란에 휩싸여온 새만금에게도 격동의 시간이 될 전망입니다. 


정부가 새만금의 빅픽처를 다시 그린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새만금을 좀 더 기업친화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계획의 일부인데요, 


그리고, 지우고, 또 그리고를 반복하면서 개발계획만 늦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조수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바다를 메운 이 땅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지난 30년 넘게 이어진 새만금 사업은 이른바 '빅 픽처'로 불리는 기본계획을 지웠다 그리길 반복해 온 시간이었습니다.


당초 100% 농지 조성을 추진하던 계획이 처음으로 철회된 게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이듬해 MB정부로 바뀌면서 비농업용지 비중은 70%까지 껑충 뛰었고, 산업단지 태동의 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민간 투자를 유치해 개발한다는 방침에 속도만 늦어졌고, 문재인 정부들어 정부 주도로, 계획이 또다시 수정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수조 원대 이차전지 배터리 기업투자가 쇄도하면서 일약 전기를 맞았지만, 각본에도 없는 어부지리인 것도 사실,


게다가 잼버리 파행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정부가 빅픽쳐를 다시 그린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새만금은 또다시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졌습니다. 


[한덕수 / 국무총리(지난해 8월)]

"기업친화적인 쪽으로 새만금에 대한 좀.. 큰 그림을 그려가지고 전북 경제에 생생한 활력소를 불어넣자.."


정부가 표방한 '기업친화적인 새만금'은, 우선 공간 구성의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부턴 분양할 땅이 없어 기업유치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 현실, 밑그림을 다시 그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한덕수 / 국무총리(지난해 8월)]

"(새만금에서) 농지가 30%입니다.(중략) 이런 전체적인 농지와 비농지의 비율 같은 것도 다시 봐야 하는 것 아니냐 해서.."


현재 새만금 기본계획상 산업용지 비율은 20% 남짓,


해당 용지 비율을 늘리고 다른 용지를 줄여야 하는 것,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새만금은 하나하나 붙은 이름도, 성격도, 이용계획도 제각각인 6개 용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관할하는 정부 부처도 다르기 때문에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난관부터 넘어야 합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성을 맡고 있는 농업용지는, 산업용지로의 전환이 쉽지 않아 회의적인 전망이 나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음성변조)]

"농지는 매립하는 표고(해발고도)가 낮거든요. 그런데 건물이 들어가면 침수 방지를 위해 매립을 더 (높게) 해야 되거든요. 농업기반 시설을 다 설치해 놨지 않습니까? 그럼 이게 다 매몰되는 경우도 생기고.."


당장은 지난해 기준 20% 남짓 매립이 완료된 산업용지 완공에 박차를 가해야 할 상황, 


하지만 어떤 분야의 산업수요를, 얼마나 흡수하게 될지도 미지수여서 정부가 선뜻 개발에 총력을 쏟을 지는 의문입니다. 


전라북도로서는 어느 쪽으로 튈지 모르는 새만금 빅픽처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신공항과 철도 등 주요 SOC 사업 예산이 이미 삭감돼 사업 지연이 현실이 된 마당에서 개발의 속도만 더 늦춰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겁니다.


[권민호 / 전라북도 새만금개발과장]

"현재 새만금 기본계획에 반영된 사업의 규모가 축소되거나 사업기간이 연장되지 않고 속도감 있게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대응할 계획)"


새만금 빅픽처 그리기에 앞서 정부는 현재 9개 분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업친화적 새만금을 만들겠다는 명분과 달리  실제론 더 광범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순탄하게 추진중이던 기존 개발계획까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손재권 교수 / 전북대학교 지역건설공학과(정부 새만금위원회 민간위원)]

"불과 3년 만에 재수립되는 만큼 기존 계획을 토대로 개발수요에 따라 융통성 있는 기본계획 수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식량자급률이 목매던 80년대엔 '식량 기지'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외친 MB정부에선 '녹색수변도시'로, 정권마다 제각각의 구호를 써붙였던 새만금.


새만금개발청은 이달 중에 빅픽처를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한다지만, 내년 말쯤에나 공개될 여덟번째 밑그림의 유통기한이 얼마나 갈지 벌써부터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

그래픽: 문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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