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소리만 들어도 불안”…연평 주민들, 짐도 못챙기고 대피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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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갑자기 왜 대피하는 건가요. 너무 무서워요."
5일 낮 12시 13분경 인천 옹진군 서해5도 연평도에 대피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지자, 평온한 점심시간을 보내던 연평초중고등학교는 순식간에 혼란에 휩싸였다.
14년 전 연평도 포격 사태를 경험한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대피 안내에 일상을 제쳐두고 대피소로 몸을 숨긴 뒤에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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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낮 12시 13분경 인천 옹진군 서해5도 연평도에 대피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지자, 평온한 점심시간을 보내던 연평초중고등학교는 순식간에 혼란에 휩싸였다.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교직원 A 씨(65)는 짐도 챙기지 못한 채 두려움에 휩싸인 아이들을 인솔해 급히 150m 떨어진 대피소로 향했다. 당시 학교에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두 69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A 씨는 “점심을 먹다가 방송을 듣고 정신없이 아이들부터 데리고 대피소로 몸을 숨겼다”며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를 겪지 않았던 아이들은 처음 겪는 대피 사태에 굉장히 무서워했다. 어른들도 여전히 ‘쿵’하는 소리만 들어도 불안함을 느끼는데 아이들은 더욱 놀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 “맨발로 뛰쳐나온 주민도” 긴박했던 대피
이날 오전 북한이 서해상으로 200여 발의 포격 도발을 감행하자 연평면사무소는 군 당국의 요청을 받고 ‘오후 해상포격이 예정돼 있으니 주민들은 가까운 대피소로 이동하라’는 마을 안내 방송을 실시했다. 안내 방송은 낮 12시 13분부터 오후 2시 반경까지 6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14년 전 연평도 포격 사태를 경험한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대피 안내에 일상을 제쳐두고 대피소로 몸을 숨긴 뒤에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중배 연평면 새마을리 이장(75)은 “아내와 점심을 먹던 중 방송을 듣고 뛰쳐나왔다. 맨발로 뛰어나온 주민들도 있었다”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죽음과 가까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도 군 당국의 요청을 받고 오후 1시21분경 “실제상황”이라며 “완충구역 북 해안포 사격에 따라 우리 군이 해상사격 실시 예정이다. 주민께서는 인근 대피호로 안전하게 대피하고 만일의 사태에 유의하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재난문자를 보냈다.
연평도에서 27년째 살고 있는 손모 씨(58)는 “면사무소로부터 주민들을 대피시켜달라는 연락을 받고 마을 집들을 찾아다니며 주민들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에도 ‘대응 사격에 놀라지 말라’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지며 한때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연평도에서만 508명이 10개 대피호에 나눠 대피했고, 백령도에서 346명, 대청도에서 59명이 각각 대피했다.
● 배편 통제에 조업 나섰던 어선까지 대피
오후 12시 13분경부터 이뤄졌던 대피는 약 3시간 30분 뒤인 오후 3시 46분경 종료됐다. 인천 옹진군은 군 당국으로부터 해상사격이 끝났다는 연락을 받은 뒤 주민들을 귀가 조치했다. 연평도, 백령도행 여객선은 6일부터 운항이 재개된다. 연평면사무소 관계자는 “사격이 끝나고 군에서 북한의 동태를 살핀 뒤 주민들이 귀가해도 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아 대피호에 있던 주민들에게 안내를 했다”며 “군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앞으로도 상황에 맞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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