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던 60대 주부도 놀랐다…'코스트코'에서 벌어진 일 [법알못]

김영리 2024. 1. 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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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베이글, 온라인서 팔아도 되나요?"
'재판매 금지문' 붙은 이유
'코스트코 베이글' 등 온라인서 재판매 열기
소비기한 짧은데 "냉동 보관해라" 구매 유도
변호사 "재판매 업자 법적 처벌 가능성" 경고
5일 코스트코에서 확인한 베이글의 유통기한은 이튿날이었다. 매대 위, 가격표 하단에 각각 '재판매용 금지' 안내가 명시돼있다.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코스트코에서 장을 볼 때 종종 베이글만 카트에 한가득 담는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저걸 어떻게 다 먹나' 싶어요."

코스트코의 베이커리 코너를 애용하는 60대 주부 김모 씨는 최근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베이글이 아무리 저렴하고 맛있어도 일반 가정에서 소비기한 안에 그 많은 빵을 다 먹긴 어려울 것"이라며 "여러 개를 쓸어 담으면 혹시 재판매 업자는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고 전했다.

코스트코 베이글이 온라인을 통해 재판매되는 모습. /사진=네이버 쇼핑 캡처

코스트코의 베이커리 제품은 품질 대비 저렴해 소비자들 사이 '가성비템(가성비 제품)'으로 불린다. 온라인상에서도 코스트코 이용자가 베이글을 대량 구매해 재판매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입비를 지불한 특정 회원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코스트코의 운영 방침 때문에 재판매가 더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완제품 상태의 베이커리 제품이더라도 온라인에서 재판매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불법에 해당한다는 것. 현재 코스트코는 자사 베이커리 제품의 재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제품 특성상 소비기한이 임박한 경우가 많은데, 이를 온라인을 통해 다시 판매하는 과정을 거칠 경우 식품위생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일부 소비자들의 재판매 행위를 막기 위해 매장 측은 빵 진열대 앞에 경고문을 부착하고 있다. 

코스트코 베이커리 매대에 붙은 안내문.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5일 오전 방문한 코스트코 양평점 베이커리 매대 위에는 '당사에서 구매한 베이커리 상품의 재판매는 금지되고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빵 포장지에 붙은 가격표에도 '본 제품은 재판매용이 아닙니다'라고 명시돼있었다.

이는 식품위생법 제44조 제1항 제3호에 근거해 부착됐다. 관련 법령은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식품 또는 그 원재료를 제조·가공·조리·판매의 목적으로 소분·운반·진열·보관하거나 이를 판매 또는 식품의 제조·가공·조리에 사용하지 말 것'을 골자로 한다.

이날 매장에서 판매되던 코스트코 베이글의 소비기한은 1월 6일까지였다.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다른 빵들의 소비기한도 1~2일 내외로 확인됐다. 현실적으로 재판매를 목적으로 코스트코의 빵을 구매하면, 업자가 당일에 구매해 발송한다 해도 소비자는 소비기한을 이미 넘겼거나 임박한 상품을 받을 확률이 높은 구조다.

코스트코 베이글 재판매 업자가 상품에 대해 '한 달 냉동 보관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는 모습. /사진=네이버 판매페이지 캡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스트코 베이글을 판매하는 웹페이지에는 판매자가 직접 "한 달 냉동 보관이 가능한 제품"이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아무렇지 않게 온라인 판매가 성행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20대 김모 씨는 "유통기한이 이렇게 짧은데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제품을 잘못 먹었다가 배탈 나면 책임은 누가 지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판매 업자가 유통기한을 넘긴 제품을 판매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질 위험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법알못' 자문단인 김가헌 법무법인 일호 변호사는 "고의 또는 과실로 유통기한 지난 베이글을 팔고 그로 인해 구매자에게 손해가 생겼다면 판매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코스트코도 이 상황을 인지하고 경고 차원으로 매대에 안내문을 붙여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가방, 시계와 같이 소비기한이 따로 없는 제품은 재판매가 가능하다"며 "빵은 소비기한이 매우 짧기 때문에 업자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 변호사도 "빵과 같이 소비기한이 짧은 제품을 재판매 업자가 자의적으로 '한 달 동안 냉동 보관이 가능하다'는 등의 설명을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빵의 재판매가 위법인 줄 모르는 업자도 있을 것이고, 알더라도 행정 처분된 사례가 드물다 보니 계속 판매하는 것"이라며 "소비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는 한 적발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꼬집었다.

다만 김 변호사는 "법 조항에서 '소비기한 경과'라는 문구에 모호성이 있어 보인다"며 "재판매 업자가 당일 구매 후 가격표에 붙어있는 소비 기한 내에 판매까지 모두 마쳤다면 그땐 법 해석에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트코 베이커리 코너의 모습.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아울러 전문가들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베이커리 제품이 아니더라도, 완제품 등 판매되는 제품을 재판매하는 행위 자체를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2018년에는 충북 음성의 한 유명 쿠키 전문점이 코스트코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유기농 수제 제품인 것처럼 속여 팔다가 적발된 바 있다. 해당 업주는 결국 사기,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2020년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빵과 같은 대형마트의 즉석조리 제품을 재판매하는 행위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고발 조치를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신고가 접수되면 재판매 업자는 각 지자체의 조사 후 법에 따라 벌금, 영업정지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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