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 불안에 운영난까지…"다양한 돌봄 수요 지원해야"
[EBS 뉴스]
서현아 앵커
협동형돌봄센터의 의미,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의 전주리 사무총장에게 조금 더 들어보겠습니다.
학부모들이 운영에 참여한다는 게 새롭습니다.
마실도 요즘 찾아보기 힘든 문화인데요.
협동형돌봄센터, 어떻게 운영되는 시설입니까?
전주리 사무총장 /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아이를 둘러싼 사람들이 협력한다 해서 협동형돌봄센터인데요.
부모들이 돌봄 교사들과 협력해서 운영하고 참여하는 형태입니다.
여럿이 모여 함께 논의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공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고 매우 투명하게 운영되는 것도 장점입니다.
25년여 전 처음 만들어질 때의 고민은 아이들이 학원을 전전하기보다 조금 더 안전하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해서였습니다.
그래서 마실과 같은 형태가 자연스럽게 생겨났습니다.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관계망이 생긴 거죠.
이외에도 부모들이 함께 운영하다 보니 하교 때 교사나 부모가 같이 센터로 움직이는 하교 지도와 간식 먹고 치우고 청소하기 등 일상에서 습득하는 생활능력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사이의 관계망도 중요하게 생각해서 연령 통합으로 운영됩니다.
요즘은 외동도 많은데 형, 언니, 동생들과 폭넓게 관계하는 것이 필요하죠.
또 아이들이 직접 회의에서 많은 것을 자체 결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곳이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저희는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회원 조직으로 함께 연결되어 있고 현재 전국에 16개 회원 기관이 있습니다.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에는 협동형어린이집/유치원 회원 기관이 60여 개 이상 함께 하고 있어 협동형 어린이집, 협동형돌봄센터를 합하면 80여 개의 돌봄 기관이 협동형 단체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학부모들이 이렇게 마을에서 공동육아를 선택하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전주리 사무총장 /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현대사회에서 마을의 의미는 옛날과 똑같은 형태라기보다 함께 키우는 관계망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사회가 가족도 핵가족이라 육아에서는 각자도생하는 육아라고 하고 교육에서 부모는 또 교육 소비자가 되고 있습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오히려 많아지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한 세대 전에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아이들에게 마을의 의미는 관계망 돌봄이고 고향입니다.
익숙한 동네에서 다양한 어른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자라고 다양한 또래 형 언니와도 어울리며 자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관계망으로 함께 키우면 부모들도 아이를 함께 키우면서 의지할 친구들, 동료들을 많이 얻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훨씬 더 즐겁게 안정감 있는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동네에서 공동육아 같이 하다가 둘째, 셋째 아이도 같이 낳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협동형돌봄센터가 제도화되면 작지만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동육아에서는 아이들을 단순한 교육의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아이들 안에는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보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찾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부모 한 명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 각자도 부족함이 많은 사람들이니까요.
그래서 아이 주변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고 봐주는 다양한 어른들이 있어야 합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이런 시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일할 사람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고요.
어떤 어려움 때문입니까.
전주리 사무총장 /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운영상의 어려움, 교사 경력 인정의 필요성 등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코로나의 영향이 크고 아동수 감소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하지만 그 외에 국가가 지원하는 무상 돌봄 기관이 생겨나고 있는 영향이 크게 있습니다.
운영비 교사 급여 등을 모두 부모들이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으니까요.
특히 오래 경력을 가진 돌봄 교사들이 많이 계신데 제도 밖에 있다 보니 급여 차이도 나고 돌봄 교사들의 경력 인정이 어려운 점이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서현아 앵커
지금 국회에서 법안이 계류중인데, 앞으로 어떤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하십니까?
전주리 사무총장 /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협동형돌봄센터는 협동형 어린이집과 유사합니다.
협동형 어린이집은 이미 2000년대 초반에 법제화되어 영유아보육법에 포함되어 있고 어린이집의 하나의 유형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협동형돌봄센터도 지금은 낯설지만 법적으로 운영 가능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2월 18일에 23년 마지막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열렸는데 안타깝게도 다음 회의 때 더 논의하기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국회위원들께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을 하고자 하는 취지도 이해를 합니다만, 10년, 20년의 돌봄 경험을 갖고 있는 돌봄 교사와 부모 집단이 활발하게 소통하며 건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는 돌봄 기관들이 절실한 마음으로 통과를 바라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초등돌봄을 확대하고자 하고 있는데, 저희처럼 이미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돌봄을 진행하고 있는 곳에 지원한다면 돌봄 공백 해결에 큰 도움이 됩니다.
국가나 지자체는 더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지난 EBS 뉴스에서 추산하신 바로는 아동 30명을 돌보는 돌봄 기관 1개가 문을 닫으면 약 7억 원이 손실된다고 합니다.
적은 비용으로 돌봄 공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빠르게 결정해 주시길 바랍니다.
또 하나는 돌봄 기관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이 다양한 유형으로 발전한 데 비해 초등돌봄은 아직 다양하지 않거든요.
다양한 수요에 따른 다양한 돌봄 형태를 허용하는 것은 부모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구위기라고 할만큼 저출생이 심각해지고 있는데, 여기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초등돌봄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는 어떤 아동이라도 필요하면 즉각 돌봄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면 협동형돌봄센터는 적은 비용 지원으로도 돌봄의 다양한 수요를 담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어떤 아동이라도 소외되지 않고 촘촘하게 돌봄 정책을 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협동형돌봄센터가 무너지기 전에 법제화를 결정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서현아 앵커
마을에서 자라난 다양한 돌봄 안전망이 더 촘촘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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