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국민 맞서 ‘김건희 방탄’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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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5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이 속전속결로 '김 여사 특검법'을 포함한 쌍특검법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은 총선 전 최대한 빨리 '김 여사 리스크'를 봉인하는 게 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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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5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김 여사 특검법 도입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정면으로 거스른 결정이어서 역풍이 예상된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특검 법안들은 총선용 여론조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많은 문제점이 있다”며 “대통령은 헌법과 법치주의의 수호자로서 인권 보호 등 헌법 가치를 보호하고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런 헌법상 의무에 따라 대통령은 두 가지 총선용 악법에 대한 (국회의) 재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에서 쌍특검법이 정부로 이송된 지 하루 만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9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고, 대통령실은 35분 뒤 이 실장 브리핑을 통해 재의요구권 행사 사실을 발표혔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취임 1년8개월 만에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법안(8건)에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됐다.
이 실장은 “재판 중인 사건 관련자들을 이중으로 과잉수사해 인권이 유린되며 총선 기간에 친야 성향의 특검이 허위 브리핑을 통해 국민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도이치모터스 관련 특검은 김 여사가 12년 전 (윤 대통령과) 결혼도 하기 전 일이다. 이 법안들은 수백억원의 민생과 무관한 혈세가 투입된다”고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이유를 말했다. 50억 클럽 특검법에 관해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방탄이 목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여사는 지금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한두차례 서면 조사만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과잉수사와는 거리가 먼 대목이다. 아울러 지난해 투자자문사 임원 등 사건 연루자들은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허위 브리핑’ 주장 역시 윤 대통령이 수사팀장이었던 2016년 ‘최순실 특검’ 당시 특검법에 따라 정례 브리핑을 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검에 수백억원 예산 투입’ 언급 역시 과거 ‘드루킹 특검’에 31억여원의 예산이 책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풀린 발언이란 비판의 소지가 있다.
윤 대통령이 속전속결로 ‘김 여사 특검법’을 포함한 쌍특검법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은 총선 전 최대한 빨리 ‘김 여사 리스크’를 봉인하는 게 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수의 김 여사 특검법 찬성 여론을 거스르더라도, 특검이 진행돼 정권에 치명상으로 이어질 소지를 막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오는 9일 본회의 재표결을 통해 법안이 폐기되길 기대한다. 재표결 때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없으면 법안은 폐기된다.
하지만 새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여사 특검법 찬성 및 거부권 행사 반대 응답이 65% 안팎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런 판단은 모험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특검 수용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법’ 수용이라는 전례를 따르지 않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윤 대통령이 민심과 무관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결국 본인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국민과의 대결을 선택한 것”이라며 “거부권을 남용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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