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폭발 테러, 우리가 했다"… 일촉즉발 중동 정세에 IS까지 가세
이란 참전 위험 줄었지만, 중동 불안 새 변수
미군,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 사령관 살해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란 폭탄 테러 사건의 배후를 자처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소행을 의심하며 치솟았던 역내 긴장은 일단 한풀 가라앉게 됐다. 그러나 이미 일촉즉발 상태인 중동은 어디로 튈지 모를 ‘시한폭탄’을 하나 더 상대해야 하게 됐다. 설상가상 확전을 막으려 역내 군사 활동을 자제하던 미군의 자제력이 바닥나는 모습도 감지된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IS는 이날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전날 이란에서 발생한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4주기 추모식 폭탄 테러와 관련, “우리 조직원 2명이 폭발물 조끼를 사용해 일으켰다”고 밝혔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는 적대 관계다.
이란·이스라엘 충돌 한숨 돌렸지만… 갑자기 IS?
이스라엘을 겨냥해 보복을 예고했던 이란도 의심을 거둬들이는 모양새다. 이란 정부는 IS 성명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란 관영 IRNA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테러가 자살폭탄 공격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자폭 테러는 이스라엘군 작전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란 정부도 ‘IS 배후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어 이란은 관련 용의자들을 체포했다고도 했다. 아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이란 국영방송에 “정보 당국이 이번 테러와 연루된 일당과 관련해 매우 유력한 단서를 잡았다”며 “이번 사건에 역할을 한 자들도 체포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중동 불안은 여전하다. IS는 이날 수니파 조직인 하마스를 향해 “시아파(이란)와 손잡지 말라”고 경고했다. 대립 관계인 IS와 이란은 하마스 편을 든다는 점에선 이해관계가 일치하는데, 향후 이들 사이에서 확전의 불씨가 될 돌발 변수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애런 젤린 미국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AP에 “IS는 세상이 불타길 바라는 집단”이라며 “이란이 이스라엘을 타격하고 역내 혼란이 고조돼 (세력 결집 등) 반사이익을 누리길 원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IS는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을 ‘종교전’으로 규정하며 지지자들에게 “회당·교회 등 목표물을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미, 바그다드서 군사 작전… "전쟁, 이미 가자 국경 벗어났다"
미국이 전쟁에 더 깊숙이 빨려들어가는 징후도 포착된다. 이날 미국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친이란 이라크 민병대 ‘하라카트 알누자바’ 수장을 드론 미사일로 살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친이란 민병대가 이라크 주둔 미군을 120회나 공격하자, 결국 타국 수도에서 군사 작전을 펼친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취한 군사 조치 중 가장 강했다”며 "역내 파국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움직임도 변수다. 후티 반군은 미국 등 12개국의 경고에도 불구, 이날 홍해에서 무인수상정(USV) 공격을 벌였다. 이스라엘은 이날 "헤즈볼라와의 외교적 해결 기간이 얼마 없다"고 밝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이 확전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일부 관리는 이미 전쟁이 가자지구 국경을 훨씬 벗어났다고 확신한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저강도 작전 전환" 발표했지만...
이스라엘은 이날 정밀타격·저강도로 작전을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가자지구 전투 방식을 전환할 것”이라며 하마스 지도부 제거·인질 구출을 위한 맞춤형 전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후 가자지구 통치를 팔레스타인 기구에 맡길 것”이라는 입장도 공식화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저강도 작전 등 논의를 위해 이날부터 일주일간의 중동 순방을 시작했다.
그러나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은 이어지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스라엘군이 ‘대피 지역’으로 지정했던 가자지구 남서부 해안 도시 알마와시에 공습을 가해 어린이 9명 등 14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사망자 대다수는 10세 미만이고, 가장 어린아이는 5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전 이래 팔레스타인인 희생자는 최소 2만2,400명이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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