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이재명 서울대병원 전원, 지역의료 짓밟은 표리부동" 반발, 왜
부산대병원 "가족이 요청해서 전원한 것"
이 대표 전원, 지역 의료 불신 논란 불거져
부산·서울 등 의사단체, 민주당 규탄 성명
민주당 "부산대병원에 감사할 따름" 진화
부산에서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대병원 전원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평소 지역 의료 활성화를 강조해온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가족 결정을 이유로 전원을 결정하면서 지역 의료계 불신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 전원으로 지역 의료 불신 논란이 불거지자 민주당 측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의사단체 "거대 야당 대표, 의료전달체계 무시"
부산시의사회는 4일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버린 민주당의 표리부동한 작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의사회는 "예기치 못한 테러로 신체·정신적 피해를 당한 이 대표의 쾌유를 기원한다"면서도 "부산대병원에서 1차 응급조치가 이뤄진 이후 민주당 지도부가 보여준 특권의식에 몰입된 행동에 지역 의료인들은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2일 부산 가덕도에서 피습 직후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처치를 받은 뒤 가족들의 요청으로 소방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 이 대표는 서울대병원에서 당일 오후 4시 2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응급 수술을 받았다.
이 대표의 전원과 관련해 서울대병원 측이 4일 브리핑에서 "목 정맥 혈관재건수술은 난도가 높아 수술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수술이 꼭 필요해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힌 게 논란의 화근이었다. 여기에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목은 민감한 부분이라 후유증을 고려해 (수술을) 잘하는 곳에서 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부산대병원 측은 "부산대병원에서 수술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지만 이 대표의 가족과 비서 등으로부터 서울대병원 이송을 원한다고 해 이송시킨 것"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지역 거점 병원인 부산대병원이 응급 수술을 하지 못해 서울대병원에 전원을 요청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강하게 입장을 밝힌 셈이다. 2015년부터 권역외상센터를 운영 중인 부산대병원은 2021~2022년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2년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우수한 의료진과 시설을 갖추고 있다.
부산시의사회는 "환자 상태가 위중했다면 당연히 지역 상급 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헬기가 아닌 일반 운송편으로 연고지 종합병원으로 전원해야 했다"며 "이것이 국가 외상 응급의료 체계이며, 전 국민이 준수해야 할 의료전달체계"라고 지적했다.
5일 서울시의사회도 "이 대표와 민주당이 표리부동한 작태를 보였다"는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거대 야당 대표가 정작 본인에게 위급 상황이 닥치니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했다"며 "가족이 원한다는 단순한 이유로 지역 최고 중증외상센터의 치료를 외면, 응급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을 찾아 날아가버렸다"고 비판했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가족이 원한다고, 잘하는 곳으로 이송한다고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이송한 것을 두고 어느 국민이 지역 병원과 국가의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신뢰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혈세를 쏟아 가까스로 쌓아올린 우리나라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스스로 부정하면서 지역의대·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를 주장하는 것은 이중적"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대병원에 감사" 진화 나선 민주당
의료계 반발에 민주당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서은숙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산소방본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서울대병원 모두 잘했다"며 "그런데 누가 정치적 갈등을 인위적으로 만드는가. 그들이 바로 민주주의를 병들게 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도 "이 대표 전원 과정에서의 각종 특혜 의혹과 관련해선, 의료진 판단에 따라 정상적인 절차를 따른 것"이라며 "야당 대표로서 업무 관련 연속성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서울에서 수술해야겠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지호 당대표비서실 정무조정부실장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스스로 판단, 결정해 시행한 의료 행위에 대해 감사할 따름"이라며 "당시 의료진은 이 대표의 생명을 구한 신처럼 보였고 믿고 의지했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이 대표 담당 의료진이 아닌 민주당이 브리핑에 나서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서울대병원은 이 대표 수술 중인 2일 오후 5시쯤 출입기자단에 브리핑을 예고했다가 취소했다. 이에 민주당은 의료진이 아닌 민주당 영입 인재이자 흉부외과 전문의인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을 통해 이 대표의 상태를 2일과 3일 각각 브리핑했다.
강 전 부회장은 브리핑에서 "의무기록을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이 대표는 초기 매우 위중한 상태에 놓였었고, 천운이 목숨을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절대 안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두리뭉실하게 설명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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