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적대적 두 국가’ 선언 뒤 포 사격 주고받은 위태로운 남북

한겨레 2024. 1. 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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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이 5일 서해 최북단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해안포 사격을 했다.

군은 이를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한 도발로 규정하고 대응 사격을 했다.

북한군이 쏜 포탄이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어오지는 않았지만, 연평도·백령도 근처 바다는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서 포사격과 해상기동훈련이 금지된 해상 완충구역이다.

북한군 포 사격 자체가 9·19 군사합의 위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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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해 북한 해안포가 해상사격을 하자 대응 사격 차원에서 이날 오후 백령도 해병 6여단의 전차(K1E1)가 해상으로 사격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북한군이 5일 서해 최북단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해안포 사격을 했다. 군은 이를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한 도발로 규정하고 대응 사격을 했다. 남북 소통 채널이 끊긴 상태에서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하고 남북이 새해부터 군사 훈련과 사격을 주고받으면서 우발적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군이 이날 오전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서 200발이 넘는 사격을 했다. 북한군이 쏜 포탄이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어오지는 않았지만, 연평도·백령도 근처 바다는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서 포사격과 해상기동훈련이 금지된 해상 완충구역이다. 북한군 포 사격 자체가 9·19 군사합의 위반인 셈이다. 우리 군은 이번 사격을 도발로 규정하고 이날 오후 백령도에 있는 해병 6여단과 연평도 소재 연평부대가 K9 자주포와 전차포 등을 동원해 해상 사격훈련을 벌였다. 연평도·백령도 주민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긴급 대피했다.

새해 초부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남북관계 악화와 9·19 군사합의의 무효화로 인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윤석열 정부는 9·19 합의의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 금지 조항의 효력 정지를 선언했고, 북한은 곧바로 합의 무효화를 선언했다. 남북 우발적 충돌을 막을 안전판이 사라졌다. 북한은 이후 파괴했던 비무장지대 감시초소를 복원하고,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에 지뢰도 매설했다고 한다.

남북은 이제 마주 보는 기차처럼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말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1일 신년사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하여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며 군사적 대응을 강조했다. 새해 초부터 해군은 해상기동훈련을 벌였고, 한·미도 접경지역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했다. 정부는 4일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을 해산했다. 남북이 기싸움을 벌이듯 대결 카드로 맞서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불길이 꺼지지 않고 강대국 사이의 대립과 맞물려 한반도 정세는 극도로 위태롭다. 이처럼 악화된 정세 속에서 충돌이 벌어질 경우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는 것을 남북 지도자는 명심해야 한다. 남북은 우선 오판과 우발적 충돌을 막을 소통 창구라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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