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公, MZ노조 개별 교섭권 인정
서울교통공사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 위주로 구성된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가 올해 임금·단체협약 개별 교섭권을 획득했다. 공사 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인 다른 노조와 별도로 회사와 교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무직군이 중심인 MZ 노조가 사측으로부터 개별 교섭권을 얻어낸 것은 공공기관 중 올바른노조가 처음이다. 다른 공공기관 등에서 비슷한 사례가 확산하면서 사무직·MZ 노조의 교섭권과 조직력이 크게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4일 “2024년 임단협 관련 개별 교섭 요청에 대해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별 교섭에 동의한다”는 공문을 올바른노조에 전달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에 따르면 회사에 노조가 여러 개(복수 노조) 있는 경우 사측은 노조 간 교섭 창구를 단일화하는 절차를 거쳐 협상에 나서라고 요구하는 게 원칙이다. 복수 노조와 일일이 교섭하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마련한 조항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일부 노조와 개별 교섭하기로 동의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해당 노조와 개별 교섭을 벌일 수 있다.
개별 교섭이 가능해지면 소수 노조의 교섭권과 조직력이 크게 강화된다. 교섭 대표 노조에 협상 주도권을 넘기지 않고 소수 노조 조합원만을 위해 회사와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섭권 얻어 '소수 목소리' 내게 된 MZ노조…다른 공공기관·기업으로 확산하나
전체 임직원이 1만7000명인 서울교통공사는 총 세 개 노조가 있는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조합원 1만 명으로 제1노조다. 조합원이 2700여 명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공공연맹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가 제2노조다.
올바른노조는 2021년 설립된 제3노조로 조합원은 2000명 수준이다. 설립 당시 조합원의 90%가 30대 이하인 이른바 ‘MZ세대’였다. 조합원 비중도 기술·승무직이 훨씬 많은 기존 노조들과 달리 사무직군이 절반에 가깝다.
올바른노조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속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하면서 기존 노조들과 다른 활동 노선을 보여왔다. 지난해 11월 민주노총 노조가 주도한 지하철 경고 파업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노조 간부들의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 위반을 지적하면서 감사와 징계, 처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올바른노조는 지난해 제1노조와 제2노조의 연합 교섭단이 주도한 임단협 교섭 절차에서 소외됐다고 주장해왔다.
올바른노조의 이번 개별 교섭권 획득은 MZ·사무직 노조에 고무적인 소식이다. 2020년 이후 현재까지 총 18개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에서 MZ·사무직 노조가 설립됐다. 작년 2월엔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LG전자 사람중심사무직노조 등 사무연구직 노조가 중심이 돼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를 발족했다. 하지만 신생·소수 노조가 대부분인 만큼 생산직 위주인 기존 다수 노조에 치여 교섭권 획득에 어려움을 겪었고 조합원 확보와 영향력 확대는 지지부진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교섭권 확보는 노조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회사를 상대로 직접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면 조직력 등에서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소속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는 지난달 법원 판결을 통해 생산직 노조와 분리해 교섭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서울행정법원은 금호타이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 결정에 대한 재심 결정 취소 소송에서 “사무직과 생산직의 근로조건에 큰 차이가 있다”며 교섭 단위 분리를 인정했다. 이번에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는 이런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도 사측의 결단에 따라 처음으로 교섭권을 얻어냈다.
이번 올바른노조의 개별 교섭권 사례가 다른 공공기관 등으로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소수 노조와의 개별 교섭은 해당 기관장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소속 다른 노조들도 내년 임단협 개별 교섭을 추진하고 있다”며 “개별 교섭 테이블은 새로운 노동 운동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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