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제와서 ‘제2부속실’ 검토…특검 거부 반발 여론 의식했나
대통령실은 5일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데 따른 부정적 여론을 완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산하에 제2부속실을 두는 안과 관련해 “제2부속실은 (대선) 공약으로 설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국민 대다수께서 설치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시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제2부속실 설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처음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곧장 이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혀 여권에서 제2부속실 부활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
제2부속실은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 배우자 등 가족을 보좌하는 기능을 담당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 여사의 허위 이력 논란 등이 불거지자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 법 외적인 지위를 관행화시키는 건 맞지 않다”면서 제2부속실 폐지 의사를 밝혔다. 이는 공약으로 정착돼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제2부속실 폐지로 이어졌다.
대통령실이 제2부속실 설치 검토 의사를 비친 데는 쌍특검법(김 여사 특검법안·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안)이 영향을 미쳤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들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로 돌려보냈다. 대통령 배우자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을 거부한 모양새가 되면서 여론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부정적 여론 확산을 막기 위해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공적 관리 방안으로 거론돼 온 제2부속실 설치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제2부속실 필요성은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제기됐다. 김 여사의 공식 일정 관련 ‘지인 대동’ ‘비선’ 논란, 온라인 팬카페를 통한 미공개 사진 공개 등 논란이 이어지면서 공식 조직을 통한 보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야에서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제2부속실은 없지만, 부속실에 여사를 보좌하는 (4~5명 규모의) 팀이 있다”(지난해 5월 김대기 당시 비서실장)고 설명해 왔다. 다만 공식적인 제2부속실 설치와는 거리를 둬 왔다.
야당은 거부권 행사 비판을 무마하려는 ‘뒷북’ 조치라고 강경 비판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의 명령인 쌍특검법안을 거부해놓고 제2부속실 설치로 얼렁뚱땅 넘어가겠다는 말인가”라며 “제2부속실 설치는 특검법안에 대한 등가물이 아니다. 대통령실의 오만방자한 거래 제안은 국민을 더욱 분노하게 할 뿐”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가족과 측근 비리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을 두고는 “여야 합의로 (특별감찰관을) 추천해서 보내오면 저희들은 지명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제는 쌍특검법과 관련 없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료 공영주차장 알박기 차량에 ‘이것’ 했더니 사라졌다
- ‘블랙리스트’ 조윤선 서울시향 이사 위촉에 문화예술계 등 반발
- [전문] 아이유, 악플러 180명 고소…“중학 동문도 있다”
- 미납 과태료 전국 1위는 ‘속도위반 2만번’…16억원 안 내고 ‘씽씽’
- 고작 10만원 때문에…운전자 살해 후 차량 불태우고 달아난 40대
- 평화의 소녀상 모욕한 미국 유튜버, 편의점 난동 부려 검찰 송치
- “내가 죽으면 보험금을 XX에게”···보험금청구권 신탁 내일부터 시행
- 경북 구미서 전 여친 살해한 30대…경찰 “신상공개 검토”
- 가톨릭대 교수들 “윤 대통령, 직 수행할 자격 없어” 시국선언
- 김종인 “윤 대통령, 국정감각 전혀 없어” 혹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