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vs 지역 의료 '자존심 싸움' 번진 李이송…"소모적" 지적도
병원 측 "먼저 이송 요청한 적 없다…이 대표 측에서 전원 원해 응했을 뿐"
서울대병원 수술 집도의 "경험 많은 의사 필요했다" 등 일부 발언 논란 불러
응급·중증도, 외상센터 치료역량 고려 시 "부산에서 수술 받았어야" 일선 지적
야당대표 노린 테러사건 특수성, 가족 간호 필요성 등 감안해야 한다는 반론도
부산 방문 중 벌어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을 두고 때 아닌 '지역 필수의료 홀대 논란'이 뜨겁다.
흉기 습격 직후 응급치료를 받은 부산대병원이 최고 등급의 권역외상센터임에도 굳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轉院)해 수술을 받은 것이 응급의료지침에 부합하느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평소 '지방 공공의료'를 살리자며 공공의대 설립·지역의사제 등을 주장해온 민주당의 정책기조와 배치되는 처사란 비판이 나왔다.
이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외과전문의가 나선 서울대병원의 치료경과 브리핑도 도마에 올랐다. 이송의 정당성을 설명하며 언급한 '난도 높은 수술' 등의 문구는 부산대병원의 의료적 역량을 깎아내렸다는 논란을 불렀다. 이 대표를 처음 진료한 부산대병원 의료진이 전원에 반대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며, 양 병원 및 지역 간 자존심 싸움으로 불붙는 모양새다.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10시 27분쯤 부산 가덕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60대 남성 김모씨가 휘두른 흉기로 목 왼쪽 부위를 공격당했다.
이 대표 곁에 있던 지도부와 당직자 등은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지혈 등 응급처치에 나섰다. 사건 20여분 만에 도착한 구급차를 탄 이 대표는 오전 11시 13분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도착했다. 계속된 출혈에도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이 대표 외상에 대한 정확한 의학적 소견은 '좌측 목빗근(목을 돌리는 근육)에 1.4㎝ 자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내용을 발표한 주체는 최초로 이송된 부산대병원이 아닌 서울대병원이었다.
내경정맥 손상이 확인된 이 대표가 당일 오후 1시쯤 헬기를 통해 서울 종로구 연건동 소재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속목정맥 60% 가량이 예리하게 잘린 이 대표는 상처부위 세척·봉합 및 혈관 재건술을 약 1시간 40분 동안(오후 4시 20분~6시) 받았다.
전날 원내 공식 브리핑을 통해 직접 이 대표의 상태를 전한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중요 혈관 재건술을 한 뒤에는 (합병증 위험 등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다행히 잘 회복하셔서, 수술 다음날 (일반) 병실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중증외상 환자의 응급 소생, 수술 등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최종 의료기관'이란 점이다. 지난 2019년부터 4년 연속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A등급을 받으며 국내 최고 수준의 외상센터임을 인증받기도 했다.
즉, 의료진 부재나 병상 여력 등의 특별한 사정이 아닌 이상 타 병원으로 이송 요청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대병원은 '우리가 먼저 서울대병원에 이 대표 전원을 요청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브리핑 당시 "우리는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 우리가 수술할 수 있는지 상황을 점검하고 중환자실·수술실을 예약해 수술을 진행했다"는 민 교수의 발언에 부산대병원이 발끈한 이유다.
피습 직후 이 대표를 진료한 부산대병원 외상외과 김재훈 교수 등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은 오히려 이 대표 전원에 반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호자'인 이 대표 가족들이 서울대병원 내 수술을 원했던 만큼, 이송 시 악화위험이 낮다는 판단 아래 그 뜻을 존중했을 뿐이란 취지다.
김영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정맥 같은 혈관 손상 치료는 부산대병원 외상센터 의료진이 경험도 많고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못박았다.
이 역시 "목정맥이나 목동맥의 혈관 재건술은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다. 따라서 수술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고,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집도가 꼭 필요하다"고 밝힌 서울대병원(민승기 교수) 측 발표에 대한 반박이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서울대병원이) 마치 여기(부산)서 치료를 못하니까 저희가 보낸 것처럼 얘기하지 않았나"라며 "CT 촬영 후 응급수술을 하려면 보호자 동의를 받아야 했는데, 이 대표 측이 서울대병원을 지정해 이송을 원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상센터가 (환자가 스스로) 걸어서 오는 곳도 아니고, (그간) 다른 병원으로 옮긴 전례는 없었다"고 부연했다.
헬기 이송과 관련한 '특혜 논란'에 대해서는 "서울대병원만 입장을 명확히 해준다면, 논란이 될 게 전혀 없을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가족과 가까운 곳에서 수술·회복을 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서도 이 대표의 응급도·중증도, 부산대병원의 치료역량을 감안했을 때 '이송 결정'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원스톱 최종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떠나 서울대병원을 고집한 것은 스스로 지역 필수의료의 필요성을 부정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비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그 정도(이 대표 수술)는 지방 대학병원급에서 다 하는 수술"이라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이탈 사인(Vital Sign)'도 안정적인 상황이었고, 의학적으로 '(위급하게) 헬기를 타야 할 정도'라 판단한 게 아니라 (단순히) 가족이 원하는 경우는 민간이송(수단)을 이용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이 '(치료를) 잘하는 병원으로 가기 위해 옮겼다'고 한 말은 부·울·경의 의료를 형편없는 수준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응급의료체계 질서를 깨는 행동이다 보니 ('지방 공공의료 강화' 등 주장과 달리) '언행 불일치'가 돼 임상에서 호의적인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응급의학과 전문의 B씨도 "(민주당의 말처럼) 정말 위중한 상황이었다면, (부산대병원에서) 곧바로 수술을 했어야 했다"며 "가족들의 고민도 이해는 되지만, 부산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했다면 (당이 주장하는) 지역의료 강화에 더 힘이 실렸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지역 의료계도 들끓고 있다. 전날 부산시의사회가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 버린 민주당을 규탄한다. 이러고도 민주당이 지방의료 붕괴와 필수의료 부족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성명을 낸 데 이어, 광주시의사회도 이날 "전형적인 특권의식에 몰입된 행동이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정석"이라며 이 대표의 헬기 이송을 비판했다.
다만, 계획적으로 야당 대표를 노린 '정치적 테러'라는 사건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또 이송 요청을 수용한 것은 부산대병원이었다는 점에서 과도한 '트집 잡기'라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가 의전서열상 총리급인 8번째 서열의 제1야당 대표가 흉기 습격을 당했다면 본인과 가족 의사를 반영해 헬기로 서울 이송도 할 수 있다"며, 이를 둘러싼 '특혜 시비'가 "유치하기 그지없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부산의료를 멸시했다는 논리도 가당찮다"며 "오늘도 (서울) 삼성병원에 가기 위해 SRT 타고 전국 각지에서 올라와 셔틀 버스를 타려는 장사진은 왜 비판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김지호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도 전날 "환자 치료에 있어 의술도 중요하지만 여러 가지 복잡하고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정신적 지지를 해줄 가족의 간호가 절실한 상황이었다"며 "이를 병원에 요청한 것이 위법하며 윤리적으로 비난받고 사과해야 할 일인지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부산대병원 측에는 감사를 전하며 "(헬기 이송 등) 의혹이 풀리지 않으면 복지부와 부산대 외상센터 관할 보건소에 환자 전원과 닥터헬기 이송의 불법성에 대해 조사 의뢰하면 명쾌하게 밝혀질 일"이라고 덧붙였다.
B씨는 "부산대병원 입장에선 충분히 자존심이 상했을 만한 일"이라면서도 "이를 지역 병원 간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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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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