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책이 왜 거기서 나와…배우 이원종[왓츠인마이백①]

이유진 기자 2024. 1. 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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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고려거란전쟁>에서 ‘강조의 정변’을 일으킨 고려 도통사 ‘강조’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이원종이 자신의 가방 속을 공개하며 라이프 스타일을 전했다. 사진 성동훈 기자

KBS <고려거란전쟁>에서 고려를 향한 단심을 보이며 장렬하게 전사한 장수 강조. 배우 이원종이 연기했다. 이원종은 드라마 속 자신의 최후를 보지 않고 유럽 남동부로 훌쩍 떠났다. 캐릭터 옷을 훌훌 털어내는 그만의 방법이다. 막 귀국한 그가 오래 쓴 듯 낡지만 멋스러운 노란색 파우치를 들고 나타났다. 가방 속에는 고스란히 그의 요즘 라이프가 들어 있었다.

이원종은 ‘강조’를 연기하기 위해 고려 역사서를 먼저 펴들었다. 고려의 역신,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한 ‘빌런’으로만 표현됐던 강조가 그의 해석이 더해져 드라마 속에서 입체적으로 부활했다.

배우 이원종이 14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강조는 신의주 등 우리나라 북서쪽을 담당했던 도통사예요. 그런 위치에서 정변을 일으킨다면 그건 자기가 황제가 되고 싶어서겠지요. 그러나 강조는 오로지 고려를 위한 새로운 왕을 원했던 거예요. 그래서 현종에게 ‘네 자리 차지하지 않을 테니 천천히 공부하라’고 소리치죠.”

이원종은 총 32부작 드라마에서 단 8회 나오는 분량으로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냈다. 시청자를 설득시키는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대하 사극에서는 8회 정도 나오는 인물을 그렇게 입체적으로 그려줄 여유가 없어요. 시청자는 강조가 하는 말을 믿어야 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저부터 강조라는 캐릭터에 확신을 가져야 했죠. 촬영 전 역사서와 소설을 많이 접했어요.”

그가 촬영을 끝내고 자신의 죽음이 담긴 마지막회 모니터링도 없이 훌쩍 떠난 여행지도 한반도만큼 녹록치 않은 역사가 깃든 발칸반도다.

“보스니아는 대통령이 세 명이랍니다. 종교도 언어도 각기 다른 세 민족이 타의에 의해 한 나라가 되어 살을 부대끼며 살려니 얼마나 갈등이 많겠어요. 1990년대까지 내전을 했던 나라라 총탄, 포탄 자국이 아직 선명해요. 우리네 갈등은 이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어요.”

국제정세나 역사에 관심이 많아 사극 속 실존 인물을 연기할 때 더없이 즐겁다. 몰입의 즐거움을 아는 그는 요즘 ‘명리 역학’에 빠졌다. “질감이 좋고 튼튼하다”는 종이로 만든 친환경 파우치에서 책 한 권이 먼저 튀어나왔다. <성공할 사주 실패할 팔자>. 슬쩍 들춰보니 ‘음양오행’ 따지는 정도를 넘어 매우 본격적인 역학 학술서다. 그는 최근 10주 과정의 역학 강의를 들으러 나가기도 했단다.

“나이 들수록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있더라고요. 수억개의 통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역학이라면 이해가 되지 않는 무언가를 설명하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어요. 공부하다 보니 외워야 할 것이 너무 많고 복잡해요. 매일매일 내 사주를 점검해서 위험한 것을 조심한다면 나쁜 건 없다고 봐요.”

종이로 만들어 가볍고 멋스런 질감의 파우치는 그의 요즘 애착 가방이다. 겉으로 들어내는 것보다 실용을 강조한 그의 성격에 딱 맞다. 성동훈 기자

음주와 운동을 동시에 즐기는 그다운 아이템도 보인다. 운동 중 음악을 듣는 무선이어폰은 직장인 딸이 사줬다. 운동 후에 바르는 스포츠 회복(리커버리) 크림과 무향무취라서 좋은 핸드크림도 필수품이다. 간 회복에 좋은 밀크 시슬 영양제는 꼭 챙긴다.

“운동은 술 먹어도 되는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 하는 거예요. 건강해야 술을 마시죠. 매일 두 시간은 기본으로 하는데 겨울에는 헬스장에서 유산소 운동을 주로 하고, 날이 좋으면 자전거를 타고 야외로 나가요. 창릉천변에서 강변북로를 지나 잠수교를 건너 행주대교로 다시 돌아오면 총 95㎞ 정도 됩니다. 안전을 위해 시속 20㎞밖에 안 나오는 산악용 자전거를 타요.”

가방 속 아이템으로 엿보는 배우 이원종의 라이프 스타일. 성동훈 기자

그는 건강을 위해 3년에 한 번, 보름 동안 물만 마시는 극단적인 단식 기간을 갖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이어온 그만의 건강 비법이다. 보통 사람은 쉽게 따라 하지 마십사 당부한다.

“3년에 한 번씩 대장 내시경을 하고 그 이후 단식에 들어가요. 음식이 있는 상태에서 단식은 힘들지만 비워진 상태에서 3일 정도 단식을 견디면 그다음부터는 편해져요. 되레 ‘물만 먹고 살면 편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요. 일주일 정도 되면 관절에 힘이 빠지고 열흘이 지나면 2㎏ 아령조차 들기 힘들어져요. 그러면 하루에 1㎏씩 체중이 줄죠.”

단식하기 전에 유의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운동으로 근육을 비축해야 한다. 단식을 하면 근육부터 빠지기 때문. 처음 단식을 시도한다면 3일 정도만 권한다. 단식이 끝나면 단식 기간의 2배 기간만큼 보식을 해야 한다. 보름 단식을 했다면 한 달간 미음에서 흰죽 순으로 음식을 먹는 기간을 갖는다.

“내 몸에 휴식을 주는 거죠. 첫 보식은 믹서에 간 밥을 끓여서 윗물만 먹는데요. 그 한 입을 먹으면 온몸의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이 들어요. 이 느낌이 또 기가 막힙니다. 이렇게 한 번 ‘세게’ 단식하고 2년 ‘막 살고’ 그러는 거죠. 하하.”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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