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까지 위협하는 바닷속 ‘죽음의 덫’

문준영 2024. 1. 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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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남서쪽 끝자락.

크고 작은 두 섬이 마주 보는 형제섬입니다.

배를 타고 형제섬 인근에서 조업하는 해녀들에게 폐어구는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 지 오래입니다.

해양생물을 넘어 인간까지 위협하고 있는 바닷속 '죽음의 덫'을 없애기 위한 대책과 노력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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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형제섬 인근 바닷속. 수백 미터에 이르는 폐그물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모습


제주도 남서쪽 끝자락. 크고 작은 두 섬이 마주 보는 형제섬입니다.

평화로운 바깥 풍경과 달리 바닷속으로 들어가자 칭칭 감긴 폐그물이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물에 걸린 강담돔 한 마리가 발버둥 쳐보지만, 힘을 쓸수록 그물은 지느러미와 꼬리를 더욱 파고듭니다.

폐그물에 걸려 발버둥 치고 있는 강담돔


다이버가 강담돔을 빼내려다 되려 그물에 감길뻔한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폐그물 길이만 자그마치 수백 미터. 그물을 따라가자 해녀들의 수입원인 소라도 주렁주렁 걸려있습니다.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들은 그물에 걸려 썩어가고, 텅 빈 소라도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그야말로 '죽음의 덫'입니다.


다이버 강사인 송호정 씨는 "형제섬 바다 밑에 폐그물이 수백 미터 넘게 깔려 있다"며 "물고기와 소라, 해삼이 그물에 많이 걸려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송 씨는 또 "물고기를 살려주다가 그물에 감길 뻔했다"며 "수중 활동하는 사람들의 안전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폐그물에 걸린 강담돔을 빼내고 있는 송호정 다이버


배를 타고 형제섬 인근에서 조업하는 해녀들에게 폐어구는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 지 오래입니다.

서귀포시 사계 어촌계 강복순 해녀 회장은 "바닷속 그물 때문에 해녀들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며 "조심하지 않으면 납 벨트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불안감을 호소했습니다.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폐어구는 4만 4천 톤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어선 척수와 어구 사용량, 연간 어구 유실량 등을 계산한 것이어서 실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국어촌어항공단과 해양환경공단, 지자체 등에서 수거 작업 등을 통해 한해 수거하는 폐어구는 2만여 톤에 불과합니다.

치우고 치워도 바다에 쌓이는 폐어구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버려지는 폐어구를 줄이지 않고서는 계속 누적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올해부터 '어구보증금제' 본격 시행

이 때문에 정부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올해부터 어구보증금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합니다.

어구보증금제도는 일정 금액의 보증금이 포함된 어구가 판매되고, 어업인이 이를 지정된 장소로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입니다.

어업인뿐만 아니라 바닷가에 버려진 어구를 누구나 수거해 지정된 장소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자발적인 수거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해양수산부는 우선 올해 통발 어선만을 대상으로 어구보증금제도를 운용할 계획입니다. 이후 제도가 안착 되면 2026년부터 자망(그물), 부표 등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현재 어업인이 사용하는 통발 어구는 1,320만 개로, 연간 455만 개를 교체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118만 개는 바다에 유실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 제주도 통발 어선 6척에 불과…지자체 특성에 맞는 수거 대책도 필요

다만 제주지역은 어선 1,924척 가운데 통발 어선이 6척뿐이어서 지자체 특성에 맞는 실질적인 수거 대책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서귀포시 사계 어촌계 김기범 계장은 "1년에 4~5번씩 정화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물이 워낙 많아 폐그물이 발견될 때마다 그때그때 치울 수 있게 예산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폐어구는 대부분 플라스틱과 나일론으로 만들어져 수백 년 동안 썩지 않고 바닷속에 남습니다.

지름 5mm 이하의 플라스틱은 바다에 떠다니며 물고기에 축적되고, 먹이 사슬을 통해 바다 생태계를 황폐화 시킵니다.

또 선박 스크루에 감겨 어선 사고를 일으키는가 하면, 침적된 쓰레기로 물고기 등이 걸려 죽는 이른바 '유령어업'으로 연간 4,000억 원에 달하는 어업 손실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해양생물을 넘어 인간까지 위협하고 있는 바닷속 '죽음의 덫'을 없애기 위한 대책과 노력이 시급합니다.

촬영감독 김건태, 촬영기자 고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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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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