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삼성은 오승환 사인만 남았다… 김재윤 이어 임창민도 FA 영입, 불펜에 올인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3년 내내 불펜이 문제를 일으켰던 삼성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대대적인 불펜 보강에 나서 어느 정도는 뜻을 이뤘다. 베테랑 불펜 투수 두 명을 보강하며 구색을 갖췄다. 이제 남은 건 ‘끝판 대장’ 오승환(42)의 사인이다.
삼성은 보도자료를 내고 “투수 임창민과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5일 공식 발표했다. 삼성과 임창민은 계약 기간 2년에 총액 8억 원에 사인했다. 세부 조건은 계약금 3억 원, 연봉 4억 원, 인센티브 1억 원이다.
삼성은 임창민에 대해 ‘2008년 우리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임창민은 NC 다이노스,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에서 뛰면서 통산 487경기 27승 29패 122세이브 57홀드 3.7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특히 2023시즌 키움 히어로즈에서 51경기 46 ⅔이닝 2승 2패 26세이브 1홀드 2.5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약을 마친 임창민은 “삼성이라는 명문팀에서 적극적으로 영입 의사를 보여주셔서 입단을 결심하게 되었다”라고 소감을 밝히면서 “삼성 라이온즈에는 열정적인 팬들이 많다. 그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삼성은 “베테랑 투수 임창민으로 영입을 통해 리그 최고 수준의 불펜진 구축과 팀 내 어린 선수들과의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은 이미 영입한 김재윤과 더불어 이번 FA 시장에서만 두 명의 불펜 투수를 영입하며 보강을 완료했다. 지난해 불펜이 계속 문제였던 만큼, 어느 정도 확실한 자기 성적을 가진 두 선수의 영입은 삼성의 불펜 재건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어린 선수들의 성장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이 지난해 불펜에 대한 아쉬움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는데, 이런 현장의 요구에 프런트가 착실하게 부응했다고 풀이할 수 있는 오프시즌이다.
◆ 30세이브 마무리→방출 수모→깜짝 반등→FA 계약까지… 임창민의 스토리
광주동성고와 연세대를 졸업한 임창민은 당시 아마추어 투수 중 최대어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으며 비교적 화려하게 프로에 입단했다. 지금은 없어진 현대의 2008년 2차 2라운드(전체 11순위) 지명을 받았다. 한때 당시 KIA의 연고지 1차 지명 후보자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대학 진학 후 기량이 급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명 당시부터 즉시 활용할 수 있다는 호평이 자자했다. 2009년에는 1군 무대에도 데뷔했다.
다만 이후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잠시 팀을 떠났고, 2012년 돌아왔으나 중용되지는 못했다. 결국 2013년 시즌을 앞두고 NC와 트레이드돼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그 NC에서 임창민의 경력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만큼 NC는 임창민을 1군에서 활용하겠다는 확고한 구상을 가지고 있었고, 2013년 54경기에서 64⅔이닝을 던지는 마당쇠 같은 활약으로 1군 무대에 자리를 잡았다.
임창민은 2015년에는 팀의 마무리를 맡아 생애 첫 30세이브(31세이브)를 거두며 리그에서도 주목받는 마무리 투수로 성장했다. 여기서부터 임창민의 전성시대였다. 2016년에는 65경기에서 1승3패26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2.57로 안정감 있는 활약을 선보였다. 2017년에도 60경기에 나가 4승3패29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활약했다. 3년간 쌓은 세이브만 86개였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이 시작됐고 다시는 마무리 보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부상 탓에 2018년과 2019년 2년 동안 1군 22이닝 출전에 그쳤다. 이미 다른 젊은 선수들이 임창민의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2020년과 2021년 2년간 90경기에 나가 중간 계투로 자기 몫을 했지만 이제는 나이도 걸림돌이었다. 결국 2021년 46경기에 나간 뒤 NC와 인연이 끝났다.
시련이었지만 임창민은 포기하지 않았고, 다행히 베테랑 투수들이 필요한 팀들은 리그에 많았다. 2022년을 앞두고는 두산과 계약했다. 그러나 32경기에서 27⅓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고, 시즌 뒤 다시 두산으로부터도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친정팀이라고 할 수 있는 키움이 손을 내밀었다. 연봉 1억 원의 조건에 입단했다. 키움은 임창민의 경험을 믿었고, 나이가 있어도 자기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봤다. 그 시선은 적중했다.
캠프 당시부터 베테랑 대우를 받은 임창민은 차분히 몸을 만들었고, 시즌 초반부터 키움 불펜에서 알토란 같은 몫을 했다. 키움의 7회 이후가 혼란에 빠지자 키움 벤치는 임창민에게 마무리를 맡기는 등 제2의 전성기가 열렸다. 임창민은 시즌 51경기에서 2승2패26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반등했다. 2017년 이후 첫 20세이브 이상 시즌이었다. 구위는 예전만 못했지만 노련한 운영과 패턴으로 상대 추격을 막아내며 키움 불펜에서 큰 몫을 했다.
시즌 뒤 FA 자격을 얻은 임창민은 몇몇 구단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무래도 적지 않은 나이(39세) 탓에 시장의 관심이 뜨겁게 타오르지는 않았다. 원 소속구단인 키움과 협상도 원활하지 않았다. 그때 시장 타이밍을 보고 있던 삼성이 다시 나섰고, 모든 정황을 종합한 결과 삼성과 계약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 임창민은 5일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 압도적 리그 꼴찌… 삼성 불펜, 이대로 보고 있을 수 없었다
힘찬 출발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8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한 삼성은 문제가 많았다. 타격도 문제였지만, 장기 레이스에서 버티기 위해 가장 필요한 마운드 전력이 올바르게 서지 못했다. 삼성은 지난해 4.60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최하위 평균자책점을 가지고 5등을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특히 불펜은 시즌 내내 고전했다. 삼성의 지난해 불펜 평균자책점은 5.16으로 리그에서 유일한 5점대 팀이었다. 돌려 말하면 여기서도 꼴찌였다.
오승환과 우규민을 중심으로 한 베테랑 전력, 두 명의 이승현과 이재익 등을 위시로 한 젊은 선수들의 조화를 이룬다는 계획이었으나 양쪽 모두 구상이 말을 듣지 않았다. 베테랑 투수들은 확실히 예전의 구위가 아니었고, 일부 눈에 띄는 젊은 선수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세대교체는 전체적으로 흐름이 더뎠다. 시즌 중반에는 트레이드로 김태훈을 영입하는 등 애를 썼으나 셋업맨으로 거론된 김태훈마저 이적 후 부진하며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결국 삼성 불펜의 문제는 두고두고 팀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다 잡은 경기를 8~9회에 내주다보니 선수들의 성장에도 방해가 됐고, 팀 성적도 떨어졌고, 분위기 또한 처졌다. 이 문제를 확인한 삼성은 이번 오프시즌 최우선 과제를 불펜 재건에 두고 움직였다. 그 결과 이번 오프시즌 비교적 유의미한 전력 보강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큰 보강은 역시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활약한 김재윤이다. 즉시 전력감이 될 만한 불펜 투수들이 더러 있다는 평가를 받은 2024년 프리에이전트 시장의 불펜 최대어였다. 실적도, 경력도 충분했다. 김재윤은 2015년 1군 데뷔 후 KBO리그 1군 통산 481경기에 나가 44승33패169세이브17홀드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한 정상급 마무리였다. 2023년에도 59경기에서 65⅔이닝을 소화하며 32세이브와 평균자책점 2.60을 수확하고 시장에 나왔다.
이런 김재윤에 가장 적극적으로 달려든 팀이 삼성이었다. 삼성은 오프시즌 제1의 목표로 김재윤을 낙점하고 저돌적으로 움직였다. 이런 움직임, 그리고 삼성이 준비하고 있는 대략적인 조건이 알려지자 원 소속팀인 kt를 비롯해 다른 구단들이 대거 김재윤 시장에서 철수하는 풍경까지 벌어졌다. 삼성은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김재윤과 4년 총액 58억 원(계약금 20억 원, 연봉 총액 28억 원, 인센티브 10억 원)에 합의했다.
오승환이 있어 누가 마무리가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8회와 9회를 지킬 수 있는 두 축이 선 것은 긍정적이었다. 삼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차 드래프트에서도 두 명의 불펜 투수를 점찍었다. 1라운드에서 최성훈(전 LG), 2라운드에서 양현(전 키움)을 차례로 영입해 좌완‧옆구리를 모두 보강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주시했던 임창민까지 잡으면서 일단 양적으로는 꽤 풍족한 불펜을 보유하게 됐다.
선수단 정비 과정에서 불펜 정비도 같이 이뤄졌지만, 당장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을 제법 많이 영입한 것은 팀 1군 운영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박진만 감독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아졌다. 새로 온 선수들이 영입 당시의 기대치를 충족하고, 교통 정리를 잘할 수 있다면 삼성 불펜이 2023년에 비해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 정작 오승환은 언제… 예상치 못하게 길어지는 협상
그런데 마지막 점이 아직 하나 안 찍혔다. 역시 FA 시장에 나온 오승환이 그 주인공이다. 굳이 기록을 나열할 필요도 없는 KBO리그 역사상 최고 마무리이자, 삼성의 프랜차이즈다. 해외 진출이 아니라면 삼성 외 유니폼을 입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레전드다. 그런데 삼성과 오승환 사이의 계약이 생각보다 더디다. 오승환 측의 요구 조건, 삼성의 제안이 지금은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승환은 내년 42세다. 지난해에도 58경기에 나가 4승5패30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으나 확실히 예전의 그 강력한 이미지는 아니다. 이제 예전의 오승환은 잊고, 지금까지도 던지는 대단한 오승환을 봐야 한다는 의미다. 삼성도 어느 정도 예우를 해준다는 생각에 지난해 연봉 14억 원을 줬다. 하지만 FA 협상은 또 다른 차원이다.
오승환은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삼성으로 돌아왔고, 4년의 기한을 다 채워 FA 자격을 얻는다. 나름대로 이번 FA 협상에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나이를 고려해 2년 계약에는 어느 정도 뜻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로도 뛸 만한 능력이 된다면 계속 계약을 이어 가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상 초기에는 총액 측면에서는 쉽게 합의점에 이르지 못할 정도의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게다가 협상도 뭔가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연말을 넘겼다.
김재윤과 임창민을 영입했지만, 오승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점에서 양쪽 모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물론 양자가 최악의 상황인 결별이라는 단어를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은 만큼 시간이 지나면 어느 쪽에서 카드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근래 들어서는 다시 협상 창구가 열리는 기미도 보인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중간 지점에서 타협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삼성도 오승환은 전력을 넘은 특별한 존재고, 오승환도 현시점에서 삼성 이상의 대우를 해줄 팀이 마땅치 않은데다 삼성에 대한 로열티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협상이 어떠한 앙금 없이 무난하게 풀리면, 삼성 불펜 보강의 오프시즌도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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