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시 열흘만에 … 건보 역차별 완화

지역가입자 건보료 인하
80년대 도입된 재산·車 보험료
지역가입자 과도한 부담 원인
연간 1조 가까운 건보료 줄어
건보준비금 2028년 적자전환
고령화에 재정건전성 빨간불

정부와 여당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로 한 것은 그동안 직장가입자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조치다. 전국 333만가구가 30만원가량의 보험료 인하 혜택을 받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제도 개편을 지시한 후 열흘 만에 나온 조치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잇달아 민생 정책을 내놓는 가운데 민심 잡기용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 다음달까지 국무회의 의결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다음달 말에는 지역가입자들이 인하된 건보료 고지서를 받아들게 될 전망이다.

이번에 재산보험료 기본공제를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하면서 지역가입자 330만가구의 월평균 재산보험료가 9만20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인하된다. 현재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는 가구가 보유한 재산의 재산세 과세표준을 합산해 기본공제 5000만원을 적용한 뒤 이를 금액별로 60개 등급으로 환산하고, 해당 등급별 점수에 특정 금액(208.4원)을 곱해 산출하고 있다.

자동차에 부과되는 건보료도 폐지되면서 지역가입자 중 자동차보험료를 납부하는 9만6000가구의 보험료가 평균 월 2만9000원 인하된다. 현재 건강보험 자동차보험료는 가구가 보유한 차량의 가액이 4000만원 이상인 경우 배기량과 사용 연수에 따라 부과된다. 영업용 차량, 장애인 보유 차량 등은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은퇴한 어르신은 소득이 줄었는데도 건강보험료가 오히려 늘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된 과도한 보험료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재산보험료와 자동차보험료는 소득 파악의 어려움 때문에 각각 1982년, 1989년에 도입됐으나 그간 지역가입자에게 과도한 보험료 부담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직장에서 은퇴한 경우 소득이 줄었음에도 주택이나 차량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직장가입자 때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해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고령화, 저출산 가속화로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매년 1조원에 가까운 건보료가 줄어들게 된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건강보험 누적준비금은 올해 23조8000억원이지만 2028년에는 5조5000억원 적자로 전환된다. 예정처는 올해 건강보험 수입이 98조8000억원에 그치는 데 비해 지출은 100조2000억원을 기록해 적자로 돌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고령화와 함께 적자폭이 매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건강보험 준비금 24조원가량이 있는 데다 지출 효율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윤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