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워크아웃 실패 시 태영그룹 책임” 경고

유희곤 기자 2024. 1. 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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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 회장은 건설 대신 지주사에 자금 지원
지난 12월29일 태영건설의 서울 성수동2가 건설현장. 정효진 기자

태영건설 채권단이 “이대로면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을 시작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태영그룹에 있다”고 경고하고 “제출한 자구안을 이행하라”고 다시 강조했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60)은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연이은 압박에도 계열사를 매각해 확보한 자금을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는 대신 대주주이자 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에 투입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실패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5일 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하나 등 주요 은행 부행장 회의를 열고 태영건설 부실 관련 계열주(사주) 책임, 자구계획의 내용과 이행 상황, 워크아웃 추진 방향 등을 논의했다.

산은은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확약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미이행분 890억원을 즉시 지원하고, 에코비트 매각 및 매각대금 지원, 블루원 담보 제공 및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 나머지 3가지 자구 계획도 이사회 결의 후 즉각 실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은 주식 양도소득세를 제외하면 총 2062억원이다. 산은에 따르면 티와이홀딩스는 2062억원 중 윤 회장 동생인 윤재연 블루원 부회장(58)은 태영건설 경영과 무관하다며 윤 부회장 몫인 513억을 제외한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매각대금 중 티와이홀딩스 지분 몫이 1133억원, 윤 회장 몫이 416억원이다.

티와이홀딩스는 이사회 결의 후 공시까지 했지만 실제 태영건설로 이전한 돈은 659억원 뿐이고 나머지 890억원은 태영건설 대주주이자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채무 변제에 썼다.

태영 측은 “1549억원 전액을 약속대로 태영건설 지원에 썼다”고 주장하지만 채권단은 “지주사 빚 갚기는 태영건설 정상화와 무관하고 약속과도 다르다”고 반박했다.

산은은 “기본 전제조건(4가지 자구 계획)조차 충족하지 못하면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결의일인 오는 11일까지 (금액 기준) 채권단 75%의 찬성을 확보하지 못해 워크아웃을 개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워크아웃에 실패하면) 태영건설의 부실은 현재화해 정상화 작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초래되는 모든 경제적 피해와 사회적 신뢰 붕괴는 계열주와 태영그룹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은행 부행장은 “워크아웃이 개시되고 기업개선계획이 이행되기 전까지 최장 4개월동안 금융 채권·채무가 동결되더라도 상거래채권은 계속 갚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다”면서 “일단 워크아웃 신청을 해서 시간을 벌었지만 사주가 희생은 하기 싫고,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가기 전에 꼬리자르기를 하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채권단을 대상으로 한 태영건설 기업설명회가 열린 지난 3일부터 태영그룹을 공개 압박하고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3일)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4일)에 이어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날 취재진에게 “밀고 당기는 과정은 불가피하지만 진정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고 (태영이) 워크아웃을 한 번 해볼 만하다고 판단할 만한 안을 제시해줬으면 하는 게 채권단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태영 측 입장은 이날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윤 회장의 티와이홀딩스 지배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의사결정을 했다.

티와이홀딩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윤 회장에게 416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전날 보도자료에서 윤 회장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416억원 전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한다고 밝혔는데 실제로는 티와이홀딩스 지분 매입 자금이었던 셈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티와이홀딩스는 윤 회장의 태영건설 자회사 채권 30억원 매입, 윤 회장 아버지인 윤세영 창업회장(91)의 태영건설 및 자회사 채권 38억원 매입까지 포함해 사주 일가가 태영건설 지원에 총 484억원을 출연했다는 입장이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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