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 벌금 고작 20만원 …"日처럼 티켓실명제 도입을"
정가 3배 넘는 암표 팔리자
장범준, 공연예매 전량 취소
가수들이 직접 근절 나서
온라인거래 불법 규정 안하는
50년前 만든 낡은 법이 문제
매크로 구매 적발도 쉽지않아
"암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일단 공연 티켓 예매를 전부 취소합니다."
새해 벽두부터 암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밴드 버스커버스커 출신 가수 장범준이 2년 만에 대면 공연을 열려다 취소했다. 당초 계획은 1회당 객석 100명도 되지 않는 소극장에서 자신의 그림을 전시하고 60분간 노래하며 팬들과 만나는 10회 차 공연이었다. 그런데 지난 1일 예매를 오픈하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된 직후 중고장터와 소셜미디어에 정가 5만5000원의 3배가 넘는 가격으로 암표 판매 글이 올라왔다. 장범준은 기존 예매분을 전량 취소한 데 이어 5일 "온라인을 통해 1인 1매 추첨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첨 좌석 되팔기가 발생하면 "추후 모든 공연 관람에서 영구 제외시키겠다"고 경고했다.
가수들이 직접 암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오는 1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마지막 콘서트를 여는 가수 우즈(본명 조승연)도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암표 근절 공지를 했다. 매크로 등 부정한 방법으로 예매하거나 거래 사이트, 개인 소셜미디어 등에서 매매한 티켓을 모두 부정 거래로 간주하고 예매 취소나 법적 조치를 취한다. 예매자 본인이 직접 예매한 뒤 관람해야 해 티켓 실물 양도가 불가능하다. 부정 거래 증거를 제보하는 팬에겐 공연 티켓 1장을 증정하기로 했다.
이런 노력에도 암표 피해는 늘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신고된 공연 암표 건수는 2020년 359건, 2021년 785건에서 2022년 4244건으로 급증했다.
최근 인터파크·예스24·멜론 등 공식 티켓 판매처나 공연 기획사에서 자체적으로 매크로 예매, 부당 거래를 적발하거나 해당 티켓을 취소하는 식의 강수를 두고는 있지만 단속만이 능사도 아니다. 가령 암표 거래가 많은 아이돌 공연에선 신분증 검사 등 본인 확인 절차가 관행처럼 굳어 있는데, 불편을 호소하는 관객도 많다.
이에 낡은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은 온라인에서의 암표 거래를 불법으로 보지 않는다. 암표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경범죄처벌법이 흥행장(공연장), 경기장, 역 등 오프라인 현장에서 웃돈을 받고 티켓을 되파는 경우를 암표 매매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처벌 규정도 적발 시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수위가 낮다.
특히 웬만한 공연·경기 티켓 한 장이 20만원을 넘는 데다 암표상이 조직화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음레협)가 지난해 전국 성인 572명에게 실시한 암표 거래 실황 조사 결과, 암표 거래에 지불하는 금액은 1만~5만원이라는 응답이 45.5%로 가장 많았지만, 20만~50만원 3.7%, 50만원 이상 0.7% 등도 있었다.
올해 3월 시행될 개정 공연법도 미봉책이다.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 되팔기를 불법으로 보고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규정이다. 윤동환 음레협 회장은 "현실적으로 분업화된 암표상 개개인의 매크로 구매를 적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50년 전에 만들어진 암표 법률부터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아예 제도적으로 웃돈을 얹은 거래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는 "티켓은 물품이 아닌 일회성 소모품이라 리셀 품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음공협은 최근 암표 단속에 소홀하거나 불법 티켓 거래 신고를 접수하지 않는 리셀 사이트 4곳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 심사를 해달라고 신고했다.
자칫 사인 간 거래를 지나치게 규제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일본은 2019년부터 '특정흥행입장권 불법전매 금지법'을 시행 중이다. 공연·경기 등 티켓 중 주최 측이 동의하지 않은 유상 양도를 금지하는 경우엔 표에 예매자 정보를 표시하고 본인만 입장할 수 있게 했다. 이런 표는 판매 가격보다 비싸게 재판매하면 불법으로 보고 1년 이하 징역이나 100만엔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다만 이 경우도 개인 간 단발적 거래보다는 반복적으로 판매하는 암표상이 대상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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