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병원 무시하냐" 부글부글 …'이재명 서울행' 파장 확대

최승균 기자(choi.seunggyun@mk.co.kr),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 전경운 기자(jeon@mk.co.kr) 2024. 1. 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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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어 광주·경남의사회
"정치권 지역의료 살리기쇼
자신들은 편법·특권에 얼룩"
헬기이송 놓고 '성토' 봇물
野 "터무니 없는 공격" 진화
경찰, 피의자 신상공개 검토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원 중인 서울대병원 출입구에 경찰 인원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흉기 습격을 받고 위중한 상태에 놓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작 사고가 일어난 부산이 아닌 서울에서 수술을 받은 것을 두고 지역의료계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증외상환자를 전담하는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서울까지 옮겨 간 것은 지역의료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일 부산 가덕도에서 피습당한 직후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곧바로 소방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가 수술을 받았다. 지역의사제 도입법과 공공의대 설립법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했던 민주당이 정작 유사 상황이 닥치자 지역의료를 외면한 것을 놓고 의사회에서는 '이중적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시의사회는 4일 긴급 성명을 통해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버린 민주당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방의료 붕괴와 필수의료 부족의 해결책으로 지역의사제와 지방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한 민주당 스스로가 우리나라 지역의료 문제의 실체를 전 국민에게 생방송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남도의사회도 5일 성명서를 통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경남도의사회는 "지역의료 살리기 쇼를 연출하고 정작 입법 당사자들은 왜 편법과 특권으로 얼룩진 서울행을 택했는가"라고 비난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중증외상환자에게 신속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전국에 권역외상센터 17곳이 마련돼 있다. 서울에서는 국립중앙의료원이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돼 있다. 반면 서울대병원 중증외상센터는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아닌 서울시가 2020년 자체적으로 지정한 시설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도 지방의료에 대한 불신과 의료전달체계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경원 연세대 의대 교수(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시술 준비가 돼 있고 경험도 충분한 의료진이 있는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됐음에도 먼 거리에 위치한 서울 대형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이송 중 심정지가 발생해 구할 수 있었던 생명을 잃게 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 피습 직후 수술을 준비한 김재훈 부산대병원 외상외과 교수가 언론을 통해 부산대병원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수술인 만큼 당시 이 대표의 서울 전원을 반대했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반면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목정맥 혈관 재건술은 난도 높은 수술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부산대 의대 출신 한 피부과 원장은 "이 대표의 전원도 그렇지만 서울대병원에서 '부산대병원이 먼저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했다'고 발표한 부분이 오히려 화가 난다"며 "유력 정치인들이 지역의료계 대책을 말하면서도 막상 지역에서 다쳤을 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정형외과를 운영하는 한 의사도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전원은 지역의료계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불쾌해했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4년 연속 A등급을 받는 등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외상치료 최종의료기관이다.

헬기로 이송한 것을 두고서도 '특권의식' 지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광주광역시의사회는 5일 성명을 내고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다른 응급 환자가 헬기를 이용할 기회까지 박탈했다"며 "전형적인 특권의식에 몰입된 행동이자 내로남불의 정석"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의사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통과시킨 야당 대표가 위급 상황에서 지역 최고 중증외상센터의 치료를 외면했다"며 "즉각적인 사과와 반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터무니없는 정치적 공격"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서은숙 최고위원은 "환자를 응급 이송해 환자가 정신적으로 가장 의지하는 가족이 있는 서울에서 수술하고 간호하는 게 가능하도록 부산대병원에 요청한 것"이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을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것에 더 집중하는 의료인이 있다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구속된 김 모씨(67)에 대해 신상정보 공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부산 최승균기자 / 서울 강민호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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