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장기채 투자 서학개미 '시련의 계절' 오나

김인오 기자(mery@mk.co.kr) 2024. 1. 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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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채 ETF 한달 대거 매수
10년만기 금리 다시 4%대로
월가 "올해 5.5%까지 갈수도"
작년 11~12월 금리 급락은
'베어마켓 랠리'라는 의견도

월가 일각에서 올해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5.5%까지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새해 뉴욕 증시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분기(1~3월) 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채 금리가 다시 연 4%대를 향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미국 중장기 국채 금리 상승으로 미국 장기채 투자에 나선 국내 투자자가 손실을 볼 가능성도 낮지 않다는 점이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한국 투자자 순매수 7위와 9위 종목에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국채 3X 불 ETF(TMF)' '아이셰어스 만기 20년 이상 국채 ETF(TLT)'가 각각 올랐다.

4일(현지시간) 미국 금융시장 분석업체 비앙코리서치의 짐 비앙코 대표는 현지 매체 CNBC 인터뷰에서 "올해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5.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1년 5월 이후 최고치로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금리는 전날보다 8bp(0.08%포인트) 오른 연 3.99%에 거래를 마쳤다.

해당 국채 금리는 지난달 1일 4.22%에서 같은 달 27일 3.79%까지 가파르게 내려갔지만 최근 다시 오르는 분위기다. 국채를 비롯한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상승과 관련해 비앙코 대표는 "올해 인플레이션율이 3%까지 떨어지겠지만 소비지출 등 내수 수요가 생각보다 강력히 유지된다면 그렇게 될 것"이라면서 "이 같은 추정은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앙코 대표는 연준이 올해 금리를 낮추겠지만 그간 시장 기대에 비해 더 신중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공급 측면과 관련해 "일자리 시장 고용 열기와 임금 상승률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면서도 수요 측면과 관련해서는 "사람들이 자신이 산 물건을 둘 데가 없을 정도로 소비를 많이 한다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작년 말 미국 국채 가격이 급등(금리 급락)했지만 이는 약세장 속 반등에 불과한 '베어마켓 랠리'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에드워드 매쿼리 미국 샌타클래라대 교수는 현지 매체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끔찍한 약세장 다음에는 강렬한 베어마켓 랠리가 따르곤 하며 2020년을 돌이켜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많은 투자자가 작년 11~12월 채권 랠리를 토대로 약세장이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하지만 2020년 여름을 보면 당시 약세장 이후 비슷한 규모의 랠리가 두어 번 국지적으로 발생했고 이후 2021년 3~12월 약세장이 이어졌다는 분석에서다. 다만 매쿼리 교수는 "현재는 시장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작년 11~12월 미국 국채 금리가 지나치게 빠르게 내려간 감이 있다는 점을 들어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스위스계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에마누엘 카리말리스 금리 전략가는 앞서 3일 고객 메모에서 "미국과 유로존 채권시장은 앞으로 좀 더 약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중앙은행은 아직 기준금리 인하(시점과 인하폭)와 관련해 명확한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미국 국채 금리 흐름을 좌우하는 변수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연준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인하폭이다. 다른 변수는 재정지출과 국채 입찰 규모다. 재무부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석 달간 2년물과 5년물은 매달 30억달러, 3년물은 20억달러, 7년물은 10억달러씩 입찰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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