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채권단과 심각한 '온도차'…주말이 분수령
채권단·금융당국 "워크아웃 몰이해…성의 없다"
일부서는 이해관계 난맥 속 '법정관리 불가피론'
에코비트 등 알짜 계열사 매각도 '이해상충' 우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 개시 결정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주말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일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대안을 내놓으라고 재촉한 시한이 주말까지다. 게다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자구안을 놓고 채권단과 태영그룹(이하 태영) 사이 온도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400곳이 넘는 채권단의 마음을 돌리기에 남은 시간도 촉박하다.
쟁점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 전 채권단에 언급한 4가지 자구안에 대한 완전한 이행과 확약 여부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4가지 지구안이 지켜지지 않으면 워크아웃 개시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선 첫번째 자구안부터 양측 간 입장차가 확연하다. 산업은행은 첫 번째 자구안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2600억원 중 세금을 제외한 2062억원 전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
태영 측은 경영책임이 없다며 이중 윤재연 블루원 대표(513억원) 대금을 제외한 티와이홀딩스(1133억원)와 윤석민 회장(416억원) 지분 매각 대금을 합한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한다고 밝히고 워크아웃 신청일인 지난달 28일 1133억원을 태영건설에 대여한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다음날 지급된 금액은 협력업체 공사대금 지원 400억원에 그쳤다. 워크아웃 신청 하루 만에 약속을 파기했다는 질타가 쏟아지자 지난 3일 공사현장 운영자금으로 259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1549억원 중 윤 회장 대금(416억원) 포함 총 890억원이 여전히 남았다. 태영 측은 이를 태영건설 채권의 연대보증으로 티와이홀딩스에 청구된 리테일채권 상환에 썼다고 밝혔다. 태영건설 채권의 연대보증으로 청구된 만큼 태영건설을 위해 썼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1549억 전액을 태영건설에 투입할 것으로 여긴 채권단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태영의 주장은)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사용한 대금을 태영건설 지원으로 왜곡하는 것"이라며 "워크아웃의 기본 원칙과 절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관련기사: 산업은행 "태영인더 매각대금 전액 건설 지원은 '거짓'"(1월5일)
이어 "티와이홀딩스 연대보증 채무상환은 태영건설이 아닌 티와이홀딩스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확약한 바와 같이 태영건설에 890억원을 즉시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태영 측이 워크아웃 이후에도 정상영업을 위해 필요한 부족자금의 조달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워크아웃을 개시해도 실사와 기업개선계획 검토 기간인 3~4개월간 회사의 정상영업 자금은 (채권단이 아닌) 대주주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상당한 유동성 공급이 필요한데, 대주주의 책임 있는 조달방안이 확보되지 않으면 채권자들은 워크아웃 개시를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부실위험이 큰 우발채무를 포함해 태영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도래액이 4301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매 분기마다 1700억~1800억원 수준의 PF채무 만기가 도래한다. 워크아웃 개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 모든 채무를 태영건설이 떠안아야 한다.
금융당국 "총수 지분 지키기만 관심…채권단 신뢰 쌓아야"
금융당국에서도 태영건설 자구안 관련해 날 선 목소리를 냈다. 태영의 자구책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4일) 신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태영이 직접 인정한 PF 우발채무만 2조5000억원인데 자체 충당이 어려운 만큼 상당수 채권단이 만기연장, 상환유예 등을 하고 필요 시 자금투입 등 고통 분담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협력업체, 수분양자, 채권단 손실 최소화를 위해 지원하기로 한 기본약속도 지키지 않고 총수 재산 핵심인 티와이홀딩스 지분 지키는데만 힘쓰는 것은 워크아웃 기본이 안 돼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하도급 업체에 지급할 상거래채권 중 451억원 규모의 외상매출담보채권대출(외담대)을 갚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강력한 이행을 촉구했다. ▷관련기사: 태영 작심 비판한 이복현…"자기 뼈가 아닌 남의 뼈 깎는 격"(1월4일)
이 원장은 "금융채권 상환유예 여부를 떠나 워크아웃 목적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것인 만큼 협력업체들에 필요한 자금을 해결하지 않고는 기본 신뢰 축적이 어렵다고 본다"면서 "태영이 이후 모든 거래를 현금으로 처리할 생각이 아닌 이상 외담대 처리가 안되면 이후 모든 채권거래가 막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추가적인 자구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최대주주의 티와이홀딩스 지분 활용에 대한 채권단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티와이홀딩스 주주들 일부 역시 알짜 자회사 매각을 통한 태영건설 지원을 비판하며 대주주 지분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티와이홀딩스 주주와 태영건설 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회사법 차원에서 태영건설이 티와이홀딩스의 100% 자회사가 아니고 양사 모두 상장사인 만큼 티와이홀딩스 주주 입장에서는 보유지분을 넘어서는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회사법상 주주 유한책임으로 홀딩스 주주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우리나라 정서법상 대주주가 나서지 않으면 채권단 신뢰를 잃어 국내에서 사업을 영유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원을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면서 "홀딩스 주주입장에서도 대주주의 사재출연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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