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수능 '심화수학' 제외 논란…'대학생 수포자' 걱정하는 교수들

박정연 기자 2024. 1. 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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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심화수학'이 제외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수학과 교수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최상위권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수학을 배우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며 "대학생들의 수학 학습 능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렵다'라는 이유로 심화수학을 수능에서 배제하는 것은 수학교육의 목표지점을 낮추는 결과밖에 낳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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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미적분Ⅱ와 기하를 포함한 '심화수학'이 배제되면서 대학교 교수들은 학생들의 수학능력 저하를 우려했다. 게티이미지뱅크

202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심화수학'이 제외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수학과 교수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과 달리 최상위권 대학에서도 수학을 버거워하는 학생들이 많은 가운데 앞으로 대학에서의 수학 교육은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란 이야기다.

이들은 '고등수학'과 '대학수학'의 경계에 있는 미적분Ⅱ와 기하를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은 뒤늦게 대학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5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2028학년도 수능은 선택과목 없이 공통과목을 치르는 통합형 수능으로 출제된다. 이른바 심화수학이라 불리는 미적분Ⅱ와 기하는 수학영역 출제범위와 선택과목에서 모두 제외되면서 수능에 포함되지 않게 됐다. 이같은 개편방안에 대해 대한수학회는 지난달 29일 성명서를 내고 "명백한 수학 교육 악화 방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학 수학과 교수들은 학계 입장이 결코 과장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학생들의 전반적인 수학역량이 예전보다 저하된 것은 명백하다'고 진단하면서 심화수학을 수능에서 배제하는 것은 이같은 현상을 심화시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최상위권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수학을 배우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며 "대학생들의 수학 학습 능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렵다'라는 이유로 심화수학을 수능에서 배제하는 것은 수학교육의 목표지점을 낮추는 결과밖에 낳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적분Ⅱ와 기하를 대학에서 처음 가르치는 대안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교육자로서 이런 말을 하기에 안타깝지만 예전과 달리 요즘의 한국 대학은 면학에만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엄격한 학습환경이 조성된 고등학교에서 '미적분Ⅱ'와 '기하'를 미리 경험하지 않고 대학에서 기초를 가르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는 교육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30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교육환경의 중요성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실제 미적분과 기하를 대학교 수학과목이 아닌 고등학교 과정에 포함시키는 것은 학생의 수학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필립 새들러 미국 하버드대 수석강사 연구팀이 2018년 '미국수학교사협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고등학교 과정에서 미적분학을 접한 학생은 대학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수준의 미적분학, 대수학, 기하학을 배울 때 두 배 이상의 숙달도를 보였다. 이러한 경향성은 고등학교 미적분학 성적이 낮았던 학생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비록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고등학교에서 미적분을 배우는 것은 학생들에게 많은 이점을 줬다"고 설명했다.

교수들은 이번 수능 개편이 대학교 수학교육에 큰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 입을 모았다. 최수영 아주대 수학과 교수는 "수학은 하나를 알아야 그 다음을 알 수 있는 굉장히 위계적인 학문"이라며 "현재 구축된 대학수학을 위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할 단계가 생략되면서 대학 수학교육엔 많은 낭비와 소모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수능 개편안이 특히 중위권 학생들의 수학역량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재룡 포스텍 수학과 교수는 "대학에서는 사고력과 풍부한 응용력을 요하는 깊은 영역을 다뤄야 하는데, 이러한 대학수학의 출발점인 수학의 영역들이 배제되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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