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피격당한 政敵을 위한 기도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4. 1. 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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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3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총격을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였다.

그는 공화당원인 레이건의 손을 잡고 병상 옆에 무릎을 꿇었다.

하루는 오닐이 언론 앞에서 레이건의 경제 정책을 맹비난했을 때였다.

예를 들어 오닐은 레이건의 경제 정책을 싫어했지만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대통령의 법적 권리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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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3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총격을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였다. 당시 그를 병문안한 첫 정치인은 여당인 공화당 인사가 아니었다. 민주당 소속인 토머스 팁 오닐 하원 의장이었다. 그는 공화당원인 레이건의 손을 잡고 병상 옆에 무릎을 꿇었다.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고 했다. 오닐은 성경 시편의 제23편을 암송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레이건은 몸 곳곳에 여전히 튜브를 달고 있을 정도로 쇠약한 상태였지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성경 구절을 함께 암송했다. 오닐은 기도를 마친 뒤 레이건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오닐과 레이건은 정치 철학이 아주 달랐다. 쟁점마다 사사건건 충돌했다. 정치적으로는 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존중했고 우정을 유지했다. 하루는 오닐이 언론 앞에서 레이건의 경제 정책을 맹비난했을 때였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레이건이 전화를 걸어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자 오닐은 이렇게 말했다. "그게 정치예요. (그래도) 우리는 오후 6시 이후면 친구입니다." 두 사람은 싸우면서도 협력했다. 서로의 헌법적 권리를 인정했다. 예를 들어 오닐은 레이건의 경제 정책을 싫어했지만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대통령의 법적 권리를 인정했다. 하원에서 정책을 놓고 투표할 일정을 정했고, 그렇게 결정한 일정은 반드시 지켰다.

물론 오늘날 미국은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정치적 반대편에 대한 폭력까지 부추긴다. 집회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이들을) 두들겨 패주고 때려눕히라"고 하면서 "소송 비용은 내가 책임진다"고 했다. 이런 식이면 통합과 협치는 상상도 못한다.

한국 정치가 오닐과 트럼프 가운데 어느 쪽을 본받아야 할지는 자명하다. 지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을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다. 국민의힘 인사들이 이 대표를 만나 위로했으면 한다. 그래야 정치적 반대편을 향한 증오와 혐오의 칼춤이 조금은 무뎌질 것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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