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조 '꿀꺽' 후 뱉은 돈 겨우…"사무장병원 잡자" 특사경 힘 받는 이유

박미주 기자 2024. 1. 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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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 신년사서 특사경 도입 필요성 강조
복지부·국회입법조사처도 도입 필요성 공감
의료계·일부 의원 등 반대로 국회 법안 처리는 미지수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 2일 임직원들 앞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사진= 건보공단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일명 '사무장병원'이라 불리는 불법개설 의료기관을 단속하는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연간 사무장병원으로 새나가는 건강보험료가 2000억원 이상에 달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불법개설기관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수 없는 비의료인 또는 비약사가 의사나 약사의 명의를 빌리거나 법인의 명의를 빌려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약국을 말한다.

국회입법조사처도 단속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건보공단 임직원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국회에선 관련법 처리가 더디다. 의료계, 일부 의원 등의 반대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5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정기석 공단 이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국민이 납부한 소중한 보험료가 적절하게 쓰이도록 보험재정을 튼튼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불법개설기관 근절을 위한 특사경 제도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 2000억원 이상의 건강보험료가 불법의료기관으로 새어나가고 이렇게 누수된 재정이 거의 환수되지 않고 있어서다. 2009년부터 지난해 10월말까지 불법개설기관으로 인한 누적 피해액은 3조4090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환수 결정이 났지만 실제 징수한 금액은 2316억원에 불과하다. 징수율이 6.79%에 불과하다. 누적 불법개설기관은 1717개다.

불법개설기관은 과잉 진료, 불필요한 입원 등으로 재정 누수를 가중시킨다. 또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며 환자안전에 대한 의식이 취약하기도 해 건보공단이 이를 적발하고 법적 절차를 거쳐 부당청구한 요양급여를 환수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 기간이 길다는 점이 환수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2014~2021년 기준 수사 의뢰 후 수사 결과를 확보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352일, 11.8개월에 달했다. 가장 길게 걸린 수사 기간은 4년5개월이다. 3개월 이내 종결 건은 7.7%인 83건뿐이다. 경찰이 수사하는 사이 불법을 저지른 이들은 증여, 허위매매 등의 방법으로 재산을 은닉해 실질적 환수가 어려워진다.

긴 수사 기간은 인력 부족 때문인데 보건복지부의 불법개설기관 적발 특사경팀 인력은 3명에 불과하다.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특사경은 시설안전, 식품·공중위생 등 18개 분야에 걸친 광범위한 직무범위와 잦은 인사이동으로 불법개설기관 수사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성을 지닌 건보공단에 특사경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건보는 특사경을 거칠 경우 수사 기간이 3개월로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부당이익을 환수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란 계산이다.

국회에서도 정춘숙·서영석·김종민·이종배 의원이 건보공단 임직원에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에 한해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도 건보공단에 특사경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건보공단에 특사경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문심명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달 '사무장병원등에 대한 단속의 실효성 확보 방안' 보고서에서 "사무장병원 단속과 환수의 모든 과정은 전문적이고 신속한 수사가 전제돼야 한다"며 "공공성과 전문성을 가진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특사경을 부여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의료계와 일부 의원 등의 반대가 변수다.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에서 "공단에 초월적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면 건강보험제도 체계와 의료 시스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4일 관련 안건을 논의하는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사법경찰권이라는 어마어마한 국민 침익적 권한을 갑자기 행정적으로 단속이나 지도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는 기관에 창설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했다. 이에 21대 국회 내에서 관련 법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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