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고우석의 ML행이 아쉬운 이유 [단상들]

이재호 기자 2024. 1. 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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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었다. 또다른 메이저리거 탄생은 축하할 일이다. 그리고 '도전 정신'만큼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선수 개인에 있어 좋은 계약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은 4일 샌디에이고와 2년 450만달러의 보장 계약을 맺었다. 2026년에 상호 옵션이 실행되면 3년 700만달러까지 커질 수 있는 계약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고우석은 2024시즌에는 175만달러, 2025시즌에는 225만달러를 받고 2026년 옵션이 실행되지 않아도 50만달러를 보장받는다. 사실상 올해 보장 연봉은 200만달러, 내년 250만달러인 셈이다.

2024시즌 메이저리그 최저연봉은 74만달러다. 고우석은 메이저리그에 갓 올라온 선수들에 비해 100만달러를 더 받는 수준이다. 또한 2023시즌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들의 평균 연봉은 231만달러였다. 이 금액에도 많이 모자른다.

'가서 잘하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수많은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은 복귀 후 방송, 인터뷰에서 한결같이 '메이저리그에서는 연봉이 기회'라 힘들었다고 말한다. 같은 활약을 해도 연봉이 높은 선수가 출전에서 우선권을 받는다는 것이다. 당장 5년 2800만달러에 샌디에이고와 계약한 마츠이 유키와 고우석이 똑같은 활약을 해도 마무리 투수가 되는 것은 마츠이일 수밖에 없다. '돈=기회'인 메이저리그의 생리가 그렇다. 이정후가 1억달러 이상의 초대형 계약을 맺으니 메이저리그에서 방망이 한번 휘둘러보지 않았음에도 누구도 주전 중견수라고 의심하지 않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2025시즌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는 고우석. 하지만 윤석민의 사례를 통해 보듯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첫해부터 있는 것이 아닌 이상 크게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윤석민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하고 계약 2년차부터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었지만 첫해에 실력 미달로 마이너리그에만 있다가 아예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등록조차 되지 못했다. 윤석민을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등록할 경우 마이너리그에 내려보낼 수 없기에 오히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발목을 잡았었다.

김현수 역시 마이너리그 거부권으로 인해 진출 첫해부터 기회를 잡았지만 두 번째 해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으로 인해 등록만 되고 거의 경기를 나오지 못하며 경기감각을 잃고 국내에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FOX스포츠

고우석은 2024시즌을 보내고 나면 2025시즌은 225만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냉정하게 샌디에이고 입장에서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는 선수이기에 메이저리그 로스터 한자리를 버린다는 생각으로 안고 가기 보다 방출할 가능성도 있다. 225만달러 정도면 메이저리그팀, 팀 페이롤로 2억달러 이상을 쓰는 샌디에이고 입장에서는 방출해도 큰 타격이 되는 금액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현수는 2년 700만달러 정도의 계약은 되다보니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남을 수는 있었지만 고우석은 8년이 지났음에도 이 금액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결국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면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메이저리그에서 냉정하게 샌디에이고는 '저점'인 고우석을 '로또'로 터지면 좋고 아니어도 적은 금액에 쓰다 활용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의 선수로 보는 것이 2년 450만달러의 금액이다.

게다가 고우석 개인에게 있어서도 아쉬운 진출 타이밍이다. 고우석은 2019시즌 70이닝 34세이브 평균차잭점 1.54의 대활약과 2022시즌 60.2이닝 42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했던 것이 개인 커리어 하이였다.

하지만 2023시즌 모두가 알듯이 커리어 로우를 찍었다. 44이닝 평균자책점 3.68로 부진했다. WPA(승리 확률 기여도)에서 –0.75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였다. 하필 커리어 로우를 찍어 개인 가치가 가장 낮은 시점에 메이저리그를 가는 것은 몸값이 곧 기회를 뜻하는 메이저리그에서 매우 좋지 않은 상황과 선택이다.

커리어 로우를 기록하다보니 포스팅 마감 하루전이 되도록 30개 메이저리그 팀중 샌디에이고만 단독 입찰할 정도로 메이저리그의 관심이 적었다.

또한 2023시즌까지 7시즌을 뛴 고우석은 2024시즌만 KBO리그에서 뛰고 나면 FA가 된다. FA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면 구단에게 돌아가는 포스팅 비용도 없어 훨씬 개인이 챙길 수 있는 금액이 많아진다. 그만큼 돈도 늘어나고 돈이 늘어나면 출전 기회 역시 늘어난다.

그리고 KBO리그 제도의 현상황상 포스팅을 통해 진출하고 나서 KBO리그로 돌아올 경우 원소속팀(LG 트윈스)과 4년 계약을 해야만한다. 지금은 1년만 채우면 FA가 되어 돌아올때도 FA이인데 돌아와서는 무조건 4년 계약을 해야하는 선수에게 매우 불리한 족쇄가 채워지는 것이다.

FA로 메이저리그를 갔다 FA로 국내에 복귀할 경우 타팀과의 경쟁도 가능해 LG에 남더라도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지만 지금의 상황은 돌아올 경우 LG밖에 돌아올 수 없기에 금액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몸을 잘 만들어 2024시즌을 다시 2022시즌만큼, 혹은 2022시즌을 뛰어넘는 '커리어 하이'로 만든다면 행여 국내로 복귀할 때도,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고 할 때도 모두 고우석에게 유리한 상황밖에 없다. 만약 2024시즌에 LG에 남아 부진했다면 그것 자체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실력은 안된다는게 방증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고우석은 간절히 '지금'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했다. 차명석 LG단장이 "가고 싶다고 우는데, 어떻게 안 보내주느냐"라고 말할 정도로 선수의 열망이 컸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하지만 앞뒤 안보고 결정하는 것보다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도전하는 것이 메이저리그라는 세계 최고 무대에서 조금이라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개인에게도 있어 좋았을 선택이지 않았을까.

세계 최고 무대에 도전하고 싶은 열망과 도전 정신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최고의 상태에서도 도전하기 쉽지 않은데 하필 최저점을 찍고 모든 상황이 좋지 않은 현시점에서의 도전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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