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미래] 앞날을 점치는 근본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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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첫 한 주가 지났다.
이맘때쯤이면 한 해의 운을 점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사람들이 신에게 물어보려 한 것은 세상의 흐름과 변화, 생성과 소멸의 이치였다.
공자가 옛 역사를 살펴서 자연의 변화 원리를 발견한 후, 이를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해설을 덧댄 책이 '역(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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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첫 한 주가 지났다. 이맘때쯤이면 한 해의 운을 점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앞날의 변화를 짐작해서 이로운 것은 끌어당기고 해로운 것은 무찌르려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담대했던 이순신조차 전투를 앞두고 자주 주역으로 점을 놓아 앞날의 불안을 떨치곤 하지 않았는가.
본디 점(占)이란 복(卜)과 구(口)가 합쳐진 말이다. 갑골문에서 복(卜)은 거북의 등딱지를 태워서 갈라진 모양을 뜻한다. 고대 중국 사람들은 이 모양을 보고서 신의 뜻, 즉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아내려고 했다. 구(口)는 제사를 드릴 때 축문을 넣는 그릇을 형상한 것이다. 옛사람들은 이 그릇에 바라는 바를 담아서 기도하면서 신의 뜻을 묻곤 했다.
사람들이 신에게 물어보려 한 것은 세상의 흐름과 변화, 생성과 소멸의 이치였다. 동양에선 그 이치를 자연의 끊임없는 변화와 이에 대한 인간의 대응에서 찾으려 했다. 공자가 옛 역사를 살펴서 자연의 변화 원리를 발견한 후, 이를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해설을 덧댄 책이 '역(易)'이다. 주나라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기에 '주역(周易)'이라고도 부른다.
'역'의 가장 큰 특징은 천지자연의 변화를 살펴 인간의 이야기로 바꾸었다는 점이다. '하늘은 생겨나고 자라고 열매 맺고 저장한다.' '힘 있는 자들은 낮아지고, 낮은 자들은 은혜를 입는다.' 한마디로 '역'은 자연과학을 인문학으로 바꾸어 성찰하는 사고방식이다.
여기엔 큰 지혜가 있다. 자연의 변화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 아무도 꽃피는 걸 막을 수 없고, 눈이 내리는 걸 늦출 수 없다. 자기가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는 마음은 반드시 불행해진다. '역'은 세상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고민하는 쪽이 좋은 삶을 살아가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가령 늙고 병들어 죽는 일은 누구도 피할 수 없으나, 그 길은 변화에 대비해 삶을 어떻게 꾸리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공자는 그 대응, 그 꾸림을 '사업(業)'이라고 불렀다. "세상 변화의 이치를 들어 적절히 조처하는 것을 사업이라고 한다." 사업이란 자연 변화의 법칙에서 인간 삶의 원리를 찾아내는 일이다. 세상의 이치와 흐름에 맞춰 삶의 방식을 그때그때 조정하는 기술이다.
사업을 잘하는 사람은 변화를 견디면서 위대함을 이룩할 수 있다. 미국 소설가 필립 K 딕은 말했다. "'역'을 충분히 오래, 지속해서 이용하는 사람은 그것에 의해 변화하고, 형성되기 마련이다." 이것이 우리가 앞날을 점치는 근본적 이유일 테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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